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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카피 : 존 버거

글로 쓴 사진(존 버거)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왜 제목이 글로 쓴 사진인가 생각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다시 궁금해져서 역자의 설명이라도 있는 지 봤다. 이 책의 영어제목은 Photocopies 이다. ‘복사본’ 정도의 뜻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책 속의 글은 무엇을 복사한 것인가?

책을 일단 읽어가다가 알게 된다. 그리고 우리 책 ‘글로 쓴 사진’은 굉장히 좋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인 Photocopies 가 원어민에게는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나라의 ‘복사본’과는 다를 게 분명하다. 우리 말에서 ‘복사본’이란 무엇인가? ‘진짜가 아닌 것’, ‘진짜를 대신하는 것’, ‘진짜보다 가치가 현저하게 낮은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Replica와 같은 뜻은 아니다. Replica는 원본을 가져와 감상할 수 없어서 똑같이 ‘만들어 낸’ 것을 말한다. Photo와 copy를 생각하자면, 사진으로 찍듯 복사하는 게 아닌다.

감옥 안에서의 낭독

여덟 번째 에피소드인 ‘바위 아래 개 두 마리’를 읽고 나서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다시 살펴본다. 정말 합당한 제목이다 싶다. 존 버거는 마치 우리에게 짧은 인물 사진을, 다큐영상을 보여주듯 글을 그리고 있다. 이미 거의 다 읽어버려서 아쉬울 따름이지만, 분명 두 번 읽어도 좋을 책. 같이 읽어도 좋을 책. 집에 꼭 두어야 할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