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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데믹에 대처할 수 있는 인간, 호모 심비우스

호모 심비우스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 최재천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

호모 사피엔스 대신에 심비우스라. 호모 심비우스는 공생하는 인류를 말한다. 우리가 지금 그런 인류라서가 아니라 그런 인류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최재천 교수가 만든 단어다.

인간의 소비와 번영 덕분에 지구는 파괴되었고, 오래전부터 환경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지만, 그런 노력은 아직도 요원하다. 인간을 제외한 지구 생물의 개체수는 급감했고, 다양성도 사라지고 있다. 빙하는 녹아내리고 있고, 더워지는 지구는 앞으로 지구가 더 더워지고 건조해지게 만들 것이다. 코로나는 인류 최초의 전염병 위기가 아니지만, 앞으로 이 위기가 더 빈번해질 것임을, 그때에는 지금처럼 대응하기가 어려워질 것임을 설명하고 있다.

머리에 열을 내며 걱정 섞인 마음으로 읽어야 할 책인 것 같지만, 최재천 교수는 쉬운 말로 풀어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방식

박쥐의 면역계 진화가 조금 독특하긴 하지만 최근 바이러스 유행병의 근원이 종종 박쥐인 건 어디까지나 확률의 문제이다. 이 세상 포유류 종의 절반이 쥐이고 그 나머지의 거의 절반이 박쥐이다. 박쥐가 특별히 더러운 게 아니라 그냥 많아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

전체 포유류의 숫자를 말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큰 숫자는 읽어도 체감되지 않을 수가 있다. 설명하고자 하는 바가 박쥐의 개체수가 많다라는 거라면 저런 식의 설명이 매우 효과적이다.

목차를 보면

  1. 환경 재앙의 역사
  2. 펜데믹의 일상화
  3. 기후변화의 위기
  4. 생물다양성의 고갈

로 이어지는데, 결론은 인간이 불편을 감수하고 분명히 지속가능한 생활로의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는 점. 그런 노력에 대해 우리나라의 대처는 그야말로 꼴찌 수준이라는 데 대해서 저자는 매우 강하게 포현한다.

읽기 시작하면서는 ‘짧은 글의 모음이라 딱 화장실에서 읽기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김영사의 굿모닝굿나잇 시리즈(이 책도 이 시리즈 중 한 권) 전체가 기대된다.

이 책을 고를 수 있었던 것은, 진주문고에서 ‘서점원이 추천하는 책’으로 별도의 매대를 마련해두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점의 도움을 받아 좋은 책, 재미있는 책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서점이 해야할 가장 기본적인 일을 진주문고는 참으로 충실하게 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