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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저는 캠핑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캠핑을 갈 예정이었다. 산청에 있는 캠핑장으로. 1박 4만 원으로 캠핑장 중에서는 꽤 비싼 편이다. 평이 좋아서 예약을 했다. 아들과 같은 태권도 도장에 다니는 가족과 친하게 되어 아빠 아들끼리 4명이 가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두 가족이 같이 머물 수 있도록 사이트 두 개를 신청. 하지만 태풍 링링 상륙으로 주말 강풍이 예상된다. 일단 바로 예약을 취소하지 않고 캠핑장 게시판에 글을 올렸는데, 어제 문자가 왔다. 태풍 때문에 캠핑장을 폐쇄할 테니, 환불하거나 일정을 조정하면 다시 예약을 해주겠다고. 다른 가족과 9월 중에 시간을 맞춰 보려고 했지만, 추석이 낀 데다 주말에 계획이 있어서 9월 중에는 캠핑이 불가능하다.

 

캠핑을 시작한 지는 3년 정도 되었지만 이제까지 10번도 다녀오지 못 했다. 애초 자가용에 엄청난 짐을 싣고 가서, 거의 '게르'만 한 텐트를 치는 건 내 취향이 아니어서 캠핑을 일찍 시작하지는 않았다. 진주 파타고니아 매장에서 스노우 피크 매장과 같이 마련한 캠핑 행사가 있어서 거기 따라가 본 게 좋은 경험이 되었다. 텐트는 빌려주셔서 받았고, 나머지는 모두 집에서 싸들고 갔다. 작은 접이식 상을 들고 가고, 전기릴선과 전기장판, 의자는 빌리고, 코펠은 장인어른께 얻고 배게, 이불은 집에 있는 것을 그대로 들고 갔다. 가을이었으나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따뜻해서 이불은 덮지도 않고 잤다. 파타고니아에서 초대한 분들은 나 빼고는 모두 가족캠핑을 오래 해본 것 같았다. 다양한 텐트(정말 게르 같은)도 구경하고 캠핑을 하면서 어떠했는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아, 그리고 역시 비싼 장비가 멋이 있었다.

 

2016. 9. 24. 파타고니아와 함께한 첫 캠핑

누군가 지금이라도 캠핑을 시작하려고 한다면 이미 캠핑 경험이 있는 사람과 같이 가보기를 추천한다. '장비도 하나 없이 어떻게 캠핑을 하나?'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잠을 자지 않는다면' 모든 게 가능하다. 사이트는 두 개를 예약하되(대개의 캠핑장에서 '방문객'은 허용하지 않는다. 4인 가족 기준으로 한 사이트를 예약해야 한다.) 시간을 다 보내고 잠을 자지 않고 철수하면 된다. 텐트 설치를 돕고, 아이들은 같이 놀고, 다른 사람들의 텐트도 좀 돌아보고. 그리고 저녁 식사를 하고 모닥불을 피우고 불멍도 즐기고. 그리고 자야 할 시간이 다가오면 집으로 돌아오면 된다. 반드시 텐트에서 자야 하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텐트도 보고, 캠핑장의 분위기도 느껴보면, "내가 원하는 게 어떤 스타일인지!!" 힌트를 얻을 수가 있다.

 

나는 애초에 제약이 있었다. 차가 작고(프라이드), 아내가 당장 캠핑을 할 생각이 없으니 예산도 넉넉하지 않았다. 그리고 첫 캠핑을 가게 된다. 집에 있는 걸들을 싸가지고 가면 부피가 크고(이불이나 배게), 짐을 챙기는 게 귀찮기는 하다. 하지만,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한번에 사지는 않도록 한다. 캠핑은 자연에 가까이 가려고 하는 활동이다. 필요 없는 소비를 하는 건, 자연을 헤치는 방식이다. (인간의 소비는 자연을 소비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무소비'는 불가능하지만, 적절한 소비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캠핑을 해가면서 보는 것도 아는 것도 많아지는 만큼 시간을 가지고 물건을 구입하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2017. 9.16.

 

첫 캠핑이다.

이제 구입한 것들이 보인다.

  • 폴딩박스와 상판
  • 의자 하나(릴렉스 체어는 이미 가지고 있던 것)
  • 텐트
  • 화로대
  • 보온매트
  • 릴선
  • 장갑

가장 중요한 아이템은 (당연히 텐트를 제외하고) 릴선, 화로대, 보온매트다. 릴선의 길이는 여유 있는 것으로 선택했다. 전기를 사용해서 보온매트를 켜고 전기포트로 물을 끓이는데 썼다. 다른 건 별로 사용할 게 없었다. 바닥 매트와 침낭을 정비하면 보온매트는 없어도 될 정도의 날씨이긴 했지만, 침낭의 경우 단가가 비싸서 우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용도로 보온매트를 구입. 보온매트는 보국전자에서 나온 것인데, 세탁기 세척은 안되지만, 어쨌든 물세탁이 된다. 캠핑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도 쓰임이 높다.

 

화로대는 오로지 '불멍'을 위한 것이다. '캠핑가서 고기 구워 먹기'에 관심이 없었다. 밥은 냉동 볶음밥을 가져가서 볶기만 해서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작에 불이 붙이고 불구경하는 건 빼놓으면 안 된다. 화로대는 한 번 사용해도 재가 많이 묻고, 천천히 철판이 휘어진다는 것은 사용해 보고서야 알았다. 그래도 아직까지 잘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들이 가지고 놀 용도로 '미니 화로대'도 구입했다. 허용된 불장난을 위해서.

 

2019.04.20.

 

첫 번째 캠핑 이후 타프도 구입했다. 짐을 모두 밖에 두었는데, 이슬을 맞아서 타프가 필요했다. 텐트가 작기 때문에 짐을 넣어둘 전실이 부족하다. 타프는 거대한 렉타타프를 추천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작은 헥사타프. '연장선'을 산 덕분에 다양한 방식으로 타프 셋업이 가능하다. 위 사진처럼 타프를 텐트 옆에 두기도 했다. 텐트를 치는 동안 아내와 아이들이 쉬는 공간으로. (플라이를 너무 일찍 씌우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연장선을 이용해서 타프와 텐트가 일렬로 정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 대개 아들 둘과 가면 그 공간 아래에서도 생활이 가능하다. 4명의 가족이 모두 간 캠핑은 처음이라 그나마 여유 있는 생활공간을 위해 타프를 저렇게 설치. 더 공간을 넓게 사용하기 위해서 추가로 폴대를 구입했다. 두 개의 폴대만 더 있으면 충분히 더 넓은 공간을 쓸 수가 있다.

아래 구글문서는 2017년에 텐트를 구입하는 시점에 작성해둔 구입목록.

도움이 되시길.

- 2017년 미니멀 캠핑

 

미니멀 캠핑

미니멀 캠핑 : 시트1

docs.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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