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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자전거

자출, 하십니까?

3월 한 달이 다 갔다. 늘 그랬던 것처럼,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은 고되고 고되다. 개학을 하고 온라인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수업을 하고, 그 사이에 조사할 것도 검사할 것도 기록할 것도 정할 것도 많은 한 달이다. 개학과 동시에 자출을 시도하지는 못했다. 이른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 후 자전거로 오는 데 어떤 변수가 있을 지 몰라서. 일단 차를 타고 며칠 출근을 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차로 출근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30시간 동안의 출퇴근

작년 한 해는 당연히 차로 출퇴근을 했다. 자전거 도로가 아닌 차도로 가야 하는 출퇴근 길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사는 동네에 아파트가 늘면서 그만큼 내가 가야할 차로에 자동차 통행량도 많이 늘었다. 그만큼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작년은 주말에 아들이랑, 혹은 가끔 나 혼자서 자전거를 타는 게 전부였다.

일터를 옮기고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오로지 자전거 도로로만 집에서 일터까지 갈 수 있다는 거다. 차도 만큼 잘 닦인 길은 아니지만, 어쨌든 인도와 분리된 자전거 도로가 있어서 마음도 몸도 편하다. 강변을 달리며 차도를 보면, 차들은 신호를 기다리고 있지만, 강변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동안 신호 따위는 없다.

비가 올 때, 자전거를 타고 퇴근 한 것은 한 번이다. 봄에는 비가 잦지 않고 양도 많지 않은 편이라 자전거 출퇴근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쭉 자출을 하려면, 다가오는 여름과 장마기간을 잘 견디는 게 제일 중요하겠다. 요즘 아침 기온은 3도에서 7도로 얇은 긴티를 하나 입고, 봄재킷을 입으면 딱 알맞은 날씨다. 자전거를 타면 금방 몸은 따뜻해지고, 마스크 안은 내뱉은 숨으로 금방 젖는다.

3월달 달린 거리

달린 거리가 365km이다. 왕복 출퇴근길이 16킬로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거의 한 달 꼬박 자출을 해도 합산한 거리는 그다지 대단하지는 않다. 그래도 저렇게 채워진 달력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자동차 관리앱을 열어서 최근에 언제 주유했는 지를 확인하니 2월 10일이다. 코로나 때문에 주말에도 멀리 가지 않는 경우가 많고, 부모님 댁에 가느라 부산까지 가야 할 때는 아내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타기 때문에 내 차는 그저 주차장에서 쉬고 있다. 아들 병원 갈 때 일부러 내 차를 끌고 가서 차에 시동을 한번 걸기는 했다. 한 달 보름이 넘게 기름을 넣지 않았는데, 한 달 후에도 기름을 넣지 않아도 될 것 같다.

4월이 되고 이제 본격적으로 이 될테니 곧 반팔을 꺼내 입어야 한다. 일터에 도착하면 샤워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그러니 옷차림도 새롭게 하고, 밥만 먹고 집을 나서서 일터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는 식으로 출근 루틴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느냐? 라고 물어주면 반갑다.
차를 안 타려고 자전거 출퇴근을 한다가 첫 번째 이유다.(환경지키기) 그런데, 이제는 자전거 타는 게 차 타는 것보다 좋아서 그렇다고 말한다. 초전동에서 혁신으로 가는 길에는 다리를 두 개나 건너는데, 그렇게 보게 되는 물이 너무 좋다. 아침마다 강은 새초롬하게 윤슬을 뿌리고 사람들을 기다린다.

글을 매일 쓰고,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매일 하는 힘이 늘고 있다 느끼고 있다. 습관을 만드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나도 한 가지 정도는 말을 보탤 수 있을 것 같다.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잠들기 전, 다음 날 자전거 출퇴근에 필요한 가방을 꾸린다. 4월아 반갑다. 매일매일 자전거를 타는 4월로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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