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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자전거

자전거 발자국 지렁이

아침 금산교를 넘어간다


아침 출근길. 요즘에는 금산교-속사교를 잇는 새로 생긴 자전거길로 가고 있다. 거리로는 같은데, 이전에 다니던 코스보다 신호등이 적어서 더 빠르게 도착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공장지대로부터도 멀어서 공기도 더 좋다. 오늘 금산교를 넘어가는 데, 아침에 내린 이슬 위로 자전거 발자국이 있다. 몇 대나 벌써 지나간 건가 세어 봤다. 잠시 생각하면 한 줄이 한 대 갖지만, 자전거는 바퀴가 두 개다. 그러니 살짝 겹쳐진 두 줄이 자전거 한대의 궤적이다. 한 여덟대 정도인 것 같은데, 내가 집을 나선 게 6시 30분 쯤이고 이 다리를 통과하는 시점은 6시 40분쯤 되니, 그 전에 벌써 여러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이 다리를 건넜음을 알 수 있다. 서울의 한강만큼은 아니겠지만, 진주 사람들은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있다. 그리고 나이든 분들이 일상에서 많이 타고 다닌다는 점에서 자전거의 강점이 드러난다.

요즘 정치인의 장애인 혐오 발언이 주목 받고 있다. 장애인들이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시위에 대고, 시민을 볼모로 잡는다고 비난했다. 장애인을 어떻게 시민에서 분리해 낼 수 있을까. 그리고 장애인의 이동권 침해 받는다는 말은 대한민국 국민의 이동권이 침해 받는 다는 말이다. 서울에서도 그러니, 그 외 지역은 말할 것도 없겠다.

개인 모빌리티에 대한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전혀 새로운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게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돈벌이가 필요한 것 아닌다. 모빌리티의 발전과 사람들의 이동성을 개선시키는 좋은 방법은 자전거 도로 정비다. 물론 자전거가 모든 대중교통 수단의 대안은 될 수 없지만, 미국 사람들의 이동 반경도 평균 10km이내라면,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이동 반경도 그 안이 아닐까? 10킬로 미터라면 자전거로 타고 다니기 딱 좋은 거리다. 자전거는 반드시 두 바퀴가 있어, 균형을 잡아야만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르신용으로 세 바퀴 자전거도 있고, 편히 앉아서 탈 수 있는 리컴번트도 있다. 자전거를 타면 사람들은 일상적인 움직임이 늘고, 그만큼 건강해 질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이 건강해지면, 개인적 차원에서나 국가적 차원에서도 의료비용이 줄어서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된다.

자전거는 사람을 먹이기만 하면 굴러간다. 유지비도 거의 들지 않고, 어디서나 쉽게 수리할 수 있다. 관리하지 않아도 왠만큼 견뎌낼 수 있다. 녹이 슨 자전거도 일단 달릴 수 있다. 휠이 휘어진 자전거가 아니라면, 어떻게든 굴러가기까지는 하는 요상한 물건이다.

퇴근하려고 학교 자전거 거치대에서 내 자전거를 꺼내고, 헬멧을 쓰고, 후문으로 나서는 데, 내가 가르치는 남학생들이 “선생님, Sustainable!!!” 이라고 외친다. 영어인데도 잠시 무슨 소린가 했다. 나는 주먹을 들고, “그렇지! 화이팅!” 아이들은 나를 응원해 줬다.

요즘에는 속도를 더 늦추고 생각하는 데 집중한다. 길이 좋아서 노면에 많이 신경쓰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생각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금세 학교에 도착해서 아쉽다. 출근길이 15킬로 정도 되면 딱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아, 그럼 더 서둘러 집에서 나와야 겠군.’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침, 저녁 자전거를 타는 시간은 나에게 늘 선물이 된다. 내일은 좀 더 일찍 나가보자. 내가 첫 발자국을 찍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