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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쓰기 책 : 마흔의 글쓰기 (명로진)



나이가 들어간 책 제목은 선택하지 않는다. 이 책은 순전히 저자 때문에 고른 책이다.
명로진

EBS 라디오 <고전읽기> 진행자이면서, 여행가이면서, 작가이자 글쓰기 강사. 이 책은 7년 전인데 그 당시 37권의 책을 썼다고 했다. 마치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어디서 살고 있는 사람 같지만, 그런 생각은 빨리 접자. 내가 원하는 삶은 나만 살 수 있으니까. 다른 사람의 삶이란 흘끗 보고 평하기는 좋지만, 나의 것이 아니다

아무튼 그이 목소리와 그가 영어를 말할 때의 톤 때문에 라디오에서 갑자기 마주치면 차에서 내릴 때까지 듣고는 했다. (일부러 찾아서 듣는 열성팬이 아닌 점은 갑자기 미안해지지만. 팬이란 하나의 주체가 아니라 다양한 스펙트럼이라는 점에서 나 같은 팬도 팬이다.라고 해두자.)

아들과 도서관에 가서 혼자 책을 둘러 보는데, 딱 내 눈높이에 이 책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간 책 제목’을 보고는 내 몸은 계속 지나갔는데, 저자를 보고 눈은 멈췄다. 그가 말하는 글쓰기가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글쓰기 책이란 대개 심각하게 작법에 대해 가르치려고 하거나, 아니면 글쓰는 게 너무 좋으니 부담갖지 말고 써보라 라는 식으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어떤 계기로든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은 또 이런 저런 이유로 글쓰기를 이어갈 힘이 떨어질 수 있고, 그때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고, 근처에 도움이 될 사람이 없다면 책의 도움이라도 받으면 된다.

저자 프로필에 그는 ‘인디라이터.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저술가’란 뜻의 인디라이터답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 라고 썼다. 이 책 속에서 독자에게 프로필을 한번 써보라고 하는데, 글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 보라고 권한다. 나는 프로필을 쓰라고 하면 어떻게 쓰려나. 여전히 이것저것 관심이 많고, 그 틈 속에서 바삐 몸을 움직이고 있다.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프로필을 쓰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될 것 같다.

글을 쓰는 사람들 중에 글쓰기가 너무 쉽다라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글쓰기의 장점에 대해 말하는데, 명로진 작가는 글쓰기가 글쓰는 사람이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상처를 객관화하고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쓰면 심각한 것 같지만, 그의 글은 시종일관 유머가 있다. 책이 어떤 영업장이라면, 업장에 들어온 사람이 재미를 느끼며 끝까지 상품을 구경할 수 있도록 지나가게 해준다. 그는 해야 할 이야기를 다 하면서도 독자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적어도 나라는 독자에게, 그의 책은 통했고, 올 한 해에도 매일매일 글을 써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너무 쉽게 쓰지 않고, 한번에 써서 휙 내놓지 않고, 좀 더 알아보고, 고쳐쓰는 데 신경을 쓰도록 일러주고 있다.

꼭 마흔이 안된 분에게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