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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련/수업이야기

영어를 못한다고 단어만 가르칠 게 아니다

수업 상황


겨울방학 방과후

수업학업성취도 중하 수준 학생

고등학교

 





독해수업은 목적은 언제나 스스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데 있다. 수업은 학습자의 수준에 따라 다양한 모습이 되겠지만, 결국 목표는 그와 같다. 이때 어떤 영어 지문의 내용 이해를 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단어 - 문장 - 문단 - 글전체 순으로 수업을 진행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학업성취가 낮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에서는 특히나 단어 - 문장- 문단 순으로 수업 활동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겨울 방학에는 학업성취가 낮은 학생들에게 글을 마주했을 때, 자신의 배경지식을 활성화 시키고, 글 전체 내용에 초점을 맞추는 방햑으로 수업을 진행해 보고자 했다.

글씨를 보고 좀 반성

겨울방학 방과후 수업에 “기본반” 수업을 개설했다. 기본반의 목표는 “교과서 공부를 위한 방법을 익히고 연습한다.” 라고 정했다. 나만 수업을 하는 것은 아니라, 나의 수업 목표는 아이들에게 안내를 했다. 문장 분석이나 단어 학습에만 그치지 않고, 하향식(Top-down)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연습하려고 애썼다.


영어는 단어만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다.

한글로도 그렇지만, 우리는 글을 읽을 때, 단어와 문장의 구조를 안다고 내용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해독의 과정만으로는 글을 이해할 수가 없다. 영어의 경우에도, 단어나 구문, 문장에 사용된 형식을 이해한다고 해서 여러 문장들이 모인 문단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개 수업이나 시험은 문장 단위에 초점을 맞춘다. (서술형 문제는 더욱 그렇다.) 학생들은 시험공부를 한다고 하면, 대개 교과서의 단어를 외우고, 교과서 문장을 해석하는 식이다. 그리고 설명에 문법용어라도 있으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기 시작한다.

영어로 글을 읽더라도, 우선 소재, 주제에 집중하는 게 좋다. 만약 영어 지문을 공부해야 한다면, 우선 그 소재와 주제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알고 있는 지를 점검해 보는 게 좋다. 그 내용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해도 좋다. 하지만 적어도 이 주제에 대해서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나? 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소재에 대해서 글을 쓴다면 무엇에 대해서, 어떻게 쓸까? 에 대해서 생각하면 더 좋다.

이러한 방식을 Top-down(하향식) 이라고 한다.



결국에는 해석없이 영어를 읽게 되겠지만

학습자의 목표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신이 원하는 글을 읽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정보를 얻거나 재미를 얻게 된다. 하지만, 일단 학습 초창기에는 ‘해석’을 가지고 공부하는 수 밖에 없다. 적어도 괜찮은 해석/번역본이 있다면, 원본과 대조하며 공부를 해나갈 수 있다. 물론 어떤 도움도 없이 단어 하나까지 스스로 찾아가며 공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어느 정도의 효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해석/번역은 충실한 조력자가 된다.

수업에 신청한 학생이 8명 정도 밖에 안되었기 때문에, 둘러 앉아서 수업을 진행했다.

1. 제목만 보고 : 무엇에 대한 글인가?
2. 그 소재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나요?
3. 글의 주제는 무엇인가?(제목은 ‘구’로 되어 있다. 이를 ‘문장’으로 바꾸면 대략 주제가 된다.)
4. 그 주제로 글을 쓰려면, 어떤 순서로, 어떤 구성으로 글을 써야 할까? - 글의 구조 예상하기(인과, 시간순, 정의, 대조, 주장과 근거 등등)
5. 해석 읽기 - 문단별로 읽고, 중요한 문장을 찾거나 요약해보기
6. 단어 외우기 - 문단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한글 단어를 찾아서, 그 단어에 해당하는 영어단어를 찾아보는 활동도 함. 수업 초반과 후반에는 단어 리스트로 단어를 외우기도 함.
7. 문장 해석하기 - 문장의 해석을 보고, 한글 문장에서 주어와 서술어를 파악한다. 그에 해당하는 영어 주어와 서술어를 파악한다.
8. 문장의 구조 - 교사의 설명이 필요한 부분, 원리나 원칙을 ‘외우려고’ 하지 않고, 최대한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후에는 그 부분을 외워서 ‘필사’ 해보도록 한다.

영어수업이었지만, 영어 문장만 두고 해석하는 시간은 수업 중 10%도 차지 않았다. 하지만, 2학년이 되어서 교과서를 공부하게 되면, 나와 공부한 방식을 기억한다면, 수업 내용에 잘 접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방학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심화반 수업을 진행.

포스트잇으로 글 요약하기 


위 사진은 배운 적이 없는 지문 하나를 골라서, 한글 해석을 읽고, 네 명의 학생이 각자 페이지를 나누어, 키워드 골라서 순서대로 붙였다. 글의 순서에 따라, 자신이 고른 키워드로 그 문단의 내용을 요약했다. 순서가 모두 돌아가고 나면, 이제 순서를 바꾸어 다른 사람의 키워드를 보고, 자신이 요약하도록 했다. 활동이 끝나고 나면 각자 자리로 가서, 글 전체를 2, 3문장으로 요약하는 연습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