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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엄궁 재개발, 총회, 동호수 추첨


재개발이라. 내기 태어나고 자란 엄궁동. 새벽에 약수를 뜨러 가던 산에도 이미 아파트가 지어졌고, 너무나 익숙한 공간들도 이제 재개발 대상이 되었다. 우리가 살던 집은 이미 몇 해전 재개발이 시작되었으나 이런저런 나는 잘 알지 못하는 이유와 코로나 때문에 아파트 공사는 좀 늦어졌다.

그 사이는 엄마와 아빠는 인천으로 이사를 갔고 이사를 가고 났는데, 아파트 동호수를 뽑으로 와야 한단다. 아빠를 대신해서 동호수 추첨에 나섰다.


애매한 시간에 도착해서 총회에도 참석했다. 재개발 사업의 주체 중 한 축은 조합원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얐지만 걱정은 비슷했다. 원가 상승 없이 아파트를 잘 짓고 인기리에 분양이 될 것인가. ‘똘똘한 한 채’라는 표현이 여러번 나왔다. 주택에 살던 사람들이 재개발된 아파트를 분양 받으면 그걸 구매할 여력이 되는지 궁금했지만 결국 재산상 이익이 발생할거라는 기대감이 가장 컸던 게 아닐까. 엄마는 그저 ‘새 아파트에 한번 살아보거 싶다’고 했다.


총회가 끝나고 잠심시간, 급히 검색해서 근처 라멘집레서 점심을 해결했다. 이때부터는 뭘 뽑아야 좋은걸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조합원에게는 상층을 우선 추첨으로 분양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잔여세대는 일반 분양. 그러니 크게 걱정할 것도 없었는데, 괜히 내 손에 달린 운명 같은 것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잘 뽑고 귀가. 사람들은 초반에는 높은 층수를 뽑은 사람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지만 이내 집중력이 떨어졌다. 200명이 넘는 사람이 잘 뽑고 언제쯤 다들 집으로 갔을까.

어릴 적 살던 동네가 이제 점점 더 멀어진다. 모두 하물고 새로 짓고 나면 그 동네가 여전히 그 동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