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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Stuff

애플워치를 팔아버렸다

안녕, 애플워치

잘 쓰던 애플워치3를 팔았다. 

2년 전 일본에 여행 갔다가 '환율'이 좋다며 구입했다. 물론 환율이 좋지 않았어도 샀을 것이다. 쇼핑은 여행의 일부니까. 그렇게 잘 사용해왔다. 배터리를 하루에 한 번 충전해야 하지만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어차피 휴대폰도 하루에 한 번 충전하니까. 

 

왜 팔았나? 

 

애플워치 새 제품이 나왔다.

새로운 세대의 애플워치가 나오면서 이제 이 녀석의 중고가도 더 떨어질 것이다.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왔다. 업그레이드할 것인가, 계속 이 제품을 쓸 것인가. 팔았다. 오늘 당근 마켓에 올리고, 오늘 거래 성사. 중고나라의 시세는 보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이 녀석을 팔고 업그레이드하는 데 보탤까 생각했다. 하지만, 업그레이드가 언제 끝날까? 아마도 애플이 애플워치를 그만 만들 때야 끝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계속 '최신 시계'를 살 수는 없다. 거기에 내 돈을 계속 쏟을 수가 없다. 그래서 여기서 애플워치는 보내기로 했다. 

 

기록해 볼 만한 것은 모두 기록해 봤다. 

애플워치는 심박수를 기록하고, 내 활동도 기록한다. 최근에는 수면기록앱을 사용하면서, 내 수면의 시간이나 품질에 대해서도 아주 자세히 기록했다. 스마트워치를 처음 써본 것은 아니다. 운동량기록은 핏빗으로도 했었다. 나의 활동이나 걸음을 데이터로 확인하는 것이 재미가 있었다. 페블 스틸로 스마트워치에 입문했다. 애플워치로 바꾸고 나서는 더 많은 영역을 기록할 수 있었다. 건강을 좀 더 적극적으로 챙기고, 그로써 더욱 건강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2년여 기록하면서 나의 생활 패턴에 대해 파악이 되었다. 더 이상 기록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주 나중에는 '건강기기'의 용도로 새로운 스마트워치를 구경할 가능성은 있다.) 

- 수업이 많고 활기차게 돌아다니면 적정 활동량을 채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 수면은 8시간 정도 하는 게 좋다. 

 

이제 알림은 사양한다 

애플워치는 갖가지 알림을 휴대폰을 꺼내지도 않고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이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수업 중에 울리는 전화를 끊는 건 좋다. 하지만 나는 최근에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탈퇴하면서 알림과의 결별을 진행하는 중이다. 이제 남은 것은 메신저나 몇 개 앱인데, 그것도 그렇게 '실시간'으로 받고 싶지 않다. 코로나 3차 유행이라는 뉴스미디어를 접하고서야 재난문자 알림도 다시 설정했다. 그 전에는 그것도 꺼뒀다. 어떤 알림도 '아주 빠르게' 받고 싶지 않다. 

알림을 받으면 그에 반응해야 한다. 쾌속으로 답을 보내고, 알림이 뜬 뉴스를 읽고. 그럼 내가 하던 일, 내가 하려던 일은 아스라이 사라진다. 많은 연구는 '멀티태스킹'은 나쁘다고 밝혀냈다. 과업과 과업 사이의 전환에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그렇다. 엑셀로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 알림이다. 그 뉴스를 보려고 휴대폰을 든다. 뉴스를 확인하고, 또 다른 뉴스로 넘어간다. 다시 엑셀을 연다. 무슨 함수를 왜 쓰려했나 생각해 내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런 과정이 계속 일어난다. 이제 그런 알림은 안녕. 

 

애플워치는 잠깐잠깐 충전하는 시간을 빼고는 늘 내 손목에 있었다. 수면 측정 때문에 밤에도 애플워치를 차고 잤다. 팔고 나서, 집에 돌아왔고, 나는 다시 밖으로 나가려다가 손목을 들었다. 현재 기온 확인하던 습관이 남아 있다. 딸과 뭘 하다가 이제 몇 시인가 시간을 쳐다본다. 잠시 동안 애플워치를 그리워할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충전할 기기가 하나 줄었다. 큰 일 하나가 준 셈이다. 아들에게 줘버렸던 내 지샥 시계를 돌려 받았고, 아들에게는 새로운 시계를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