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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련/또 다른 학교 이야기

수업 듣는 기계들과의 대화

수업 듣는 기계들과의 대화

초등학교 운동장

창체 시간 할당된(?) 영상은 모두 보고, 감상문도 모두 받고 아이들에게 그냥 좀 쉬라고 했다. 반장은 심리테스트 같은 것을 들고 와서 나한테도 해보라고 한다. 나는 혈액형도 믿지 않고, MBTI도 혈액형과 별 차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도 한번 해보라고 한다. 궁금하다며. 그러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MBTI 유형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곧 MBTI에 대한 자료로 수업을 해봐도 재미있겠다. 다른 아이들도 모두 MBTI에 관심 많은 거 맞지?라고 물어본다.

목요일 7교시, 창체시간을 이렇게 여유 있게 보내다 보니, 이대로 주말이면 좋겠다 싶었다. 나는, 오늘 금요일이면 좋겠다. 했는데, 아~ 싫어요. 한다. 왜 주말이 좋잖아 했더니 안 그렇단다. 금요일에는 학원을 12시에 마친다고. 피곤해서 약간 늦잠 자고 나면 토요일 오전에 또 학원에 가야 하고, 숙제가 많다고. 그 학생은 이번 시험 수학 성적 1등을 받았다. 다들 그렇게 하는 거라면 우리 아이들은 도대체 언제 쉬는 걸까.

학원교습시간은 각 시도지자체의 조례에 따라 정해져 있다. 서울, 대구, 광주, 경기는 초중고 학원 교습을 모두 10시로 제한하고 있다. 경남의 경우,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경우 24시까지 교습이 가능하다. 게다가 주말 교습도 문제없다.

학생들은 학교에 8시 30분에 일과를 시작한다. 4시 30분 정도에 마치는 경우에도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을 빼면 6시간 정도 앉아서 수업을 듣는다. 그리고 저녁을 먹기 전 시간에 학교에서 이뤄지는 방과 후 수업을 또 듣기도 하고, 저녁식사 이후에 학교에서 심야수업을 듣기도 한다. 그런 학생의 경우에는 3시간을 더해서 9시간. 그렇게 마치고 집에 가서 쉬는 게 아니다. 또 학원에 간다. 학생들이 대개 학원을 마치는 시간은 11시. 그들이 집에서 깨어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 2시간 정도 될까? 그럼 어디서 쉬어야 할까.

경쟁에서 이기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학생들을 밖으로 보내는 이 사회가 어처구니 없다. 건강도 휴식도 오로지 대입이란 단어로 막아버리니 우리 교육은 과연 교육의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지 의심스럽다. 내가 주말을 기다리느라, 아이들도 그런 줄 알았다. 조금의 여유가 있고, 주말에는 조금은 더 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 틈만 나면 엎드리려고 하는 학생들이 이해가 된다, 뼈저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