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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련

수능, 코로나를 대비하라

예쁘기만 한 학교

수능 전날은 대개 갑작스럽게 다가온다. 모두 수능일이 다가올 걸 알지만, 그와 함께 일어날 많은 일들을 미리 걱정할 겨를은 없다. 수능 감독으로 가거나, 수능시험장 본부요원이 되어야 한다. 담임들은 수능 시험장을 준비하느라 바쁠 수밖에 없다. 대개의 학생들은 '교실 청소를 깨끗이'라는 말을 자기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거울 옆에 묻어 있는 립밤 자국도 모두 지워야 한다. 책상에 낙서는 허락되지 않고, 오래된 책상과 의자는 키를 맞춘다. 모든 게시물은 떼어 내고, 어떤 것이든 '반사'될 만한 것은 흰 종이로 싼다. 그리고 갖가지 부착물. 수능 당일의 방송 테스트를 위한 시험방송이 계속 흘러나오며 마치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는 전주처럼 은근히 불안을 끓인다.

 

하지만, 올 해는 좀 다르다. 우선 수능 일주일 전인 지난 목요일부터 전 고등학생이 원격수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고1, 2는 수능이 끝나면 사실상 2차 고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를 '유혹이 샘솟는 집'에서 보내야 한다. 코로나 때문에 독서실에 가기도 불안하다. 고3 들은 '시험일정'에 맞춰 몸을 준비할 시간이다. 9시 뉴스에서는 수능 일주일을 남기고 어떤 전략으로 준비할 것인가 다루기 마련이다. 하지만 올해에는 '수험 시간에 맞출 수 있도록, 일찍 잠자리에 들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좋겠다.'를 각자의 집에서 준비해야 한다. 

 

모두가 무언가 준비하면서도 뭔가 어색하다. 수험장은 하루면 준비하고 바로 수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 기간이 길어졌다. 걱정하는 시간이 그만큼 길어진다. 여유 있게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국 준비기간이 길어진다는 점에서 괴로움도 길어진다. 

 

학생수가 줄어든 데다가 수능 응시생도 많이 줄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한 교실 내 수험생의 인원을 줄인 덕분에 학교마다 인원이 빠듯하다. 수능시험 당일에 발열이나 유사증상이 있는 학생의 경우 특별교실에서 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그런 학생들을 위한 특별교실도 마련되었다. 아무도 그날 갑자기 열이 나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모두 다 걱정하는 마음일 게다. 수험생은 적어도 시험 당일까지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시험을 치르게 되기를. 그러면서 정말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도 신경 쓰이지 않을까. 그런 수험생을 둔 부모님들도 당연히 걱정이 많다. 떨어지는 눈이야 우산을 받치면 되지만, 코로나는 보이지가 않는다. 젊은 사람의 경우에는 무증상자도 있으니, 길에서 마주친 누군가가 감염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내 아이에게 내가 코로나를 옮기는 것은 아닐지 살얼음을 걷는 기분일 게다. 매일 집으로 들어오면서 손 소독을 하면서 손을 비비며 기도하겠지. 고3 담임들은 학부모와 같은 마음일 테니, 그 걱정은 비슷할 거다. 학부모는 단 한 명의 학생을 위해 기도하지만, 담임들은 수능 응시하는 학생들 모두를 위해 기도하긴 하겠다. 교육부 장관이며 대통령까지 일단 수능 전날까지는 수능 응시생만 걱정하겠지. 

 

학생이 없이 수능시험장으로 모습을 바꾼 교실을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학교라는 건물은 역시 학생이 채워져야 살아 있는 것 같구나 생각한다. 물론, 학생들이 있을 때는 '너무' 살아있다는 느낌이 강할 때도 있다. 학교가 들썩들썩할 때가 있으니. 

 

내일이면 수능시험장은 막바지 정리에 들어갈 것이고, 감독위원들은 감독요령 연수를 들으러 시험장으로 가겠지. 그리고 다음 날 새벽을 준비하겠지. 아무도 억울한 상황 없이, 갑자기 아픈 경우 없이 시험일을 치러내길 바란다. 재수하고 있는 제자도, 수업을 해본 적은 없는 지금의 고3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