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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한 사람만을 위한 서점. 정지혜.

2019.12.30. 발행

private

#서평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한 사람만을 위한 서점. 정지혜, 유유출판사. 2018년 9월.

  • 김밥집의 메인 메뉴는 김밥이다. 하지만, 우동이나 라면을 곁들이면 좋다. 김밥과 우동을 시키면 어떤 게 메인인지 헷갈릴 수 있다. 나의 경우는 '밥'이 메인이다. 하지만, 우동이 맛있어서 김밥의 위용을 넘볼 때도 있다. 김밥 한 알과 한 알 사이를 우동이 채운다. 이 둘이 어우러지면 김밥과 우동은 하나의 메뉴라 할 수 있다. 책의 경우에도 메인은 '힘들여 읽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씹어야 소화되는 책말이다. 하지만, 그 사이 우동같은 책도 있어야 한다. 나는 대개 문고판이 그런 책이 된다고 생각하고, 그런 점에서 유유출판사의 책은 강력한 우동이다.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세 출판사가 기획한 '아무튼' 시리즈도 그러하다. 우동 덕분에 다음 김밥이 쉬이 들어간다.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한 사람만을 위한 서점(이하 '사적인')도 그렇다. 이게 우동인지 김밥인지 헷갈리게 마련이다. 평소의 버릇이라면, '사적인'을 읽다가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이번의 경우 김밥은 '내 아이와 함께한 수학 일기'), 그러지 못했다. 우동부터 끝냈다.
  • 책을 좋아하게 되면, 책을 만드는 사람,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책을 파는 사람, 책을 파는 장소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진다. 이 책 속에도 다양한 서점과 그곳에서 책을 파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서점은 죽지 않는다'나 '책방의 미래' 처럼 이미 읽은 책도 언급되어 반갑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서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 '책을 파는 사람'에서 '책을 처방하는 사람'으로 모습을 달리해가는 저자의 모습과 함께, 저자에게 힘이 되어준 글귀와 책이 소개되어 또 좋다. 책 추천은 늘 감사하다.
  • 서점을 새로 열겠다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책일 것 같긴 한데
    • 뭐든 시작하고 싶은 데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나,
    • 뭔가 시작했는데 갈 지 자로 걸으며 고민을 거듭하는 사람에게
    • 모두 도움이 될 것 같다.
  • 나에게 이 책은 특히나, '생각하고 있는 게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실행해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맞춰 주변을 조직해볼 것을 권하고 있다. '사적인'에서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차근차근 선명하게 밝혀내고 있고, 작은 걸음으로 실천하고 있다. 앞선 실천이 인연으로 이어지고, 인연은 기회로 이어진다.
  • 밑줄
    • 일의 재미는 스스로 찾아야 하는 주관적인 문제다..... 내가 먼저 일의 가능성에 기회를 줄 생각을 해 보면 안 되는 것일까.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해서 말이다.
    • '어떻게 하면 책 없이 서점을 열 수 있을까?로. 고민의 방향을 바꾸자 답은 쉽게 나왔다.
    • 누군가에게 추천할 책을 고민하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행위다. 여행지에서 그 사람을 생각하며 엽서를 쓰는 것과 같다.
    • 일본 만화가 마스다 미리의 책을 원서로 읽으며 일본어를 배우는 수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시작한 일이다.
    • 좋아하는 일도 지겨워질 수 있고 좋아하는 일도 하기 싫을 때가 있음을 받아들인 지금, 나는 안다.
    •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선택지가 되어야 합니다.
  • 책 속의 책
    •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 아사오 하루밍 '3시의 나'
    • 오연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하바 요시타카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 이토 히로시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 로널드 라이스 '나의 아름다운 책방'
    • 김운하 '선택, 선택의 재발견'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윌리스 반스톤 '보르헤스의 말'
    • 우치다 타츠루 '힘만 조금 뺐을 뿐인데'
    • 데이비드 색스 '아날로그의 반격'
    • 데이비드 섀넌 '줄무늬가 생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