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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Stuff

샤오미 우유거품기 S3101 사용기 : 라떼는 말이야..

다른 커피기구들과 깔맞춤 

 

처음 집에서 커피를 내려 먹을 때는 귀찮기도 했다. 핸드드립으로 마시려면, 필터를 준비하고, 콩을 갈고, 물을 천천히 부어야 한다. 나만 마시니까 오로지 나를 위해 그 수고를 해야 한다. 그리고 마시고 나면 씻어둬야 하고. 그래서 좀 더 편할까 싶어서 모카포트도 사고, 에어로프레스도 샀다. illy 머신은 아내가 동생에게 선물로 받았다. 몇 해의 시간이 지나고 그 사이에 커피 그라인더도 새로 사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게 편안하다. 집에 있는 날이면 모카포트로 한 잔, 에어로프레스로 한 잔, 커피 종류에 따라서는 핸드드립으로 한 잔 마시기도 한다. 준비하는 시간도 마시는 시간도 즐겁다. 

다 좋은 데 집에서 충족이 안되는 것은 라떼메뉴.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뽑는 샷을 뽑아낼 수는 없지만, 거품이 일어난 우유만 있다면 제법 라떼느낌이 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전자레인지로 우유를 데워도 되지만, 그냥 데울 경우 우유 위에 기름층이 뜬다. 그리고 거품이 전혀 없으니 라떼 같지가 않다. 그래서 결국 며칠 전에는 괜찮은 우유 거품기가 있는지 찾아봤다. 

첫 번째 후보는 프렌치 프레스 기구처럼 생긴 '수동'거품기다. 수동 거품기는 커피숍에서도 일부러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나 여름철에 시원한 거품을 내는 데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장점은 전기도 필요 없고 세척도 편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프렌치 프레스를 푸슉 푸슉 누르는 건 역시나 귀찮다. 

다른 저렴한 옵션은 작은 계란 거품기를 사서, 데운 우유에 거품만 내는 것이다. 전자레인지로 우유데우는 건 똑같다. 그리고 그렇게 사봐야 만족스러울 것 같지 않다. 커피 준비하는 과정을 생각했을 때, 일체형이 좋겠다. 

가격대는 제법 다양하고 10만원을 넘어가면 역시 좋아 보인다.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이' 발견하게 된 샤오미 제품. 가성비의 대명사로 불린다. 자기들이 물건을 다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샤오미 이름을 붙이고 나온 녀석들은 가성비가 좋다. 그냥 한마디로 싸다. 그렇게 구입한 제품은 S3101이다. 가격은 어디서나 비슷한데, 3만 원에서 4만 원 사이다. 직구 제품이라 배송이 좀 길다고 하는데, 나는 2주가 채 안되어 받았다. 

 

전원 스위치는 없다. 콘센트를 연결하고 바로 사용하면 된다. 나는 구매페이지에서 '돼지코'가 포함되었다는 말은 보지 못했는데, 물건을 받고 보니 돼지코가 포함되어 있어서 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구입한다면 되도록 돼지코를 같이 주는 곳을 이용하자. 얼마 안 하는 금액이지만, 따로 사러 가기 귀찮으니까. 

맨 위 - 차가운 우유 거품내기 : 데우지는 않고 거품만 풍성하게 만든다 

중간 - 데우며 거품내기 : 우유를 70도 정도로 데우면서 고운 거품을 풍성하게 만든다 

맨 아래 - 데우기 : 데우기 기능을 써도 거품은 만들어 진다. 

중간 버튼을 사용하니, 거품이 너무 많다. 어느 카페에 가니 '구름 라떼'라고 있던 데, 그런 거 만드는 데 쓸 수 있지 않을까? 거품은 굉장히 조밀하지만, 너무 많고 제법 단단한 거품이라 커피를 다 마시고도 거품이 남는다. 이 기능을 사용할 때는 우유는 150ml까지만 사용 가능하다. 아마도 더 사용하면 넘칠 것 같다. 

맨 아래 우유 데우기 기능을 이용해도 괜찮은 거품이 나온다.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만든 쫀득하면서도 표면이 비단결 같은 거품은 아니다. 그래도 라떼느낌은 난다. 너무 뜨겁지도 않게 잘 데워져서 좋다. 대략 2분 30초 정도 걸린다는 데, 일단 우유를 데우면서 모카포트를 준비하면 된다. 

우유양을 눈금으료 표시

용기 안 쪽을 보면 눈금이 있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저기에 맞추어 우유를 넣으면 된다. 어떤 기능을 사용하든, '한 잔'을 데울 수 있다. 사람들 후기를 보니 아이들 코코아나 핫초코를 타 먹이면 좋다는데, 둘째는 좀 기다려야겠다. 

그리고 거품을 만들어 주는 저 작은 링은 탈부착이 된다. 제품의 모양은 커피숍에서 쓰는 스팀피처와 제법 비슷하다. 세척도 쉽고 스뎅+블랙이라 컬러도 좋다. 

 

뚜껑의 용도는 뭔지 모르겠다.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막거나, 데우는 와중에 식지 말라는 거 아닐까. 다른 커피 기구들과 잘 어울린다. 

사용하기 편리하지만, 아래 본체 부분에서 열을 내는 방식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들이 만지지 않도록 일러두어야 한다. 물론 콘센트를 꽂아둔다고 뜨거워지는 것은 아니다. 쓰고 나면 바로 콘센트를 뽑고 아이들 손이 닿지 않도록 하자. 

거품 립스틱 

3만 원 조금 넘게 주고 샀으니, 몇 번만 열심히 써먹어도 본전은 뽑지 않을까. 코로나도 심해지고, 어차피 커피숍도 테이크아웃 밖에 되지 않으니, 모카포트로 커피를 조금만 더 잘 뽑을 수 있다면 집에서 편안히 라떼를 즐길 수 있겠다. 

이제 다음은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