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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내가 사는 진주

새벽을 찢고 커피

아침커피

오늘의 새벽커피는 아침커피가 되었다. 대개 새벽커피 모임은 6시 30분에서 7시 30분 사이에 하려고 한다. 일출 시간에 맞춰 만났다가 헤어지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토요일 새벽에 깨어서 부지런히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적을 뿐더러, 커피를 준비하고 마시는 사람은 더 적다. 그러니 더 의미가 있다. 게다가 우리집 아이들은 해가 뜨기 전에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잠들었을 때에야 나는 자유롭다.

올 겨울은 삼한사온 따위는 없다. 추운 날이 계속되고 있고, 차가운 새벽 새벽커피는 그만큼 더 따뜻하지만, 밖에서 커피를 준비하고 마시며 시간을 보내기가 쉽지가 않다. 자전거에서 내리자마자 옷을 꺼내 입고, 털모자를 쓰는데도 손끝과 발끝은 얼어붙기 시작한다.

오늘은 새벽커피 멤버 중 한 분의 작업실로 갔다. 원두도 커피 드립 도구도, 물도, 따뜻한 공간 갖춰진 곳. 게다가 어린 동네 고양이들까지 기웃기웃하는 곳이라 아주 편안하게 커피 모임을 할 수 있다ㅣ.

아침커피와 고구마

오늘도 각기 다른 지역에서 온 커피를 세 잔이나 연거푸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잠깐 앉아 이야기 하는데, 시간이 금방 가버린다. 귤도 꺼내고 고구마도 나오고, 빵도 나오고 과자도 나온다. 커피 한 잔에 그냥 사는 이야기를 한다. 버스가 정류장에 설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어디쯤 왔나 생각하게 된다. 우리 일상에서도 그런 순간을 주기적으로 가질 수가 있을까. 새벽커피가 그렇다. 그 만남이 30분이 되든 1시간이 되든, 가지는 의미는 같다. 내 인생에 중요한 문제들이 채 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혼자 새벽을 찢고 나와,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새벽을 맞이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아무 이야기도 아닌 것 같지만, 그래서 특별한 이야기. 답을 찾지 않기 때문에, 휴식이 되는 순간.

이번주에는 따뜻한 곳에서 보냈으니, 다음에는 다시 야생으로 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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