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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비온 후 맑아도 흐림

 

어제 하루 비가 오고 오늘은 맑음. 제법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의 맑음이 반갑다. 물청소하고 깨끗하게 마른 밝은 화장실 같다. 큰 들숨도 쉬고 큰 날숨도 뱉는다. 아이들 아침을 챙겨주는 데 힘이 난다. 식물만이 유일하게 햇볕과 공기, 물만으로 다른 동물이 쓸 수 있는 영양분을 만든다지만, 인간도 햇볕으로 마음의 양분을 만든다. 그건 그 양분은 좋은 기분. 


어제는 비가 온다는 핑계로 수영도 가지 않았다. 너무 열심히 하는 것을 요즘에는 경계하고 있어서 비옷을 입고 비를 뚫고 수영장에 가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너무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집에서 쉬며 책을 읽었다. 그렇게 어제 틈나는 대로 읽으며 읽는 시간을 기록해봤는데, 3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더라. 딸 재우며 한 시간 읽은 게 통 시간으로는 제일 긴 시간이니 낮동안 읽은 시간은 짧디 짧다. 하루 2시간 정도는 읽어야 할 것 같지만, 요즘에는 하루 한 시간 읽기를 목표로 기록하고 있다. 읽기 시작하면 시간을 재는 어플로 기록한다. 책 읽는 것만 기록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그것으로 기록한다. 

ATracker 앱


읽어서 좋긴 했지만, 어제는 쓰지를 않았다. 아침에 아이들 보내고 자리에 앉아 아침의 스케치를 글로 옮기고 나면 뿌듯한데, 테이블에 앉아서 키보드를 여는 게 어렵다. 손을 뻗어 휴대폰으로 SNS나 소비하는 게 너무 쉽고, 시간이 쉬이 간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후회가 되면서도 그렇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게임 중독을 그렇게나 걱정하는 것 같은데, 나는 늘 문제는 어른들의 중독이다. 나부터 휴대폰을 조절하는 게 되지 않는데,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 아이들을 나무라는 게 모순같다. 휴대폰 사용을 조절하는 게 가장 큰일이 되었고, 요즘 좋은 방법은 우선 쓰고, 다음 읽는 것. 


그래도 이 글을 쓰기 전에 페이스북을 열었는데, 축구교실 통학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서 초등학생들이 죽었다는 소식이다. 아이 엄마의 청원글. 스쿨존에서 85킬로로 과속, 안전벨트는 2점식이라 아이가 뇌의 충격으로 죽었으며, 운전자는 운전경력이 별로 없는 아르바이트생. 게다가 운전자 보험은 30세 이상에게만 적용되는 것을 가입해 놓고서는 아르바이트생은 20대. 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준다고 말하면 지나치겠지만, 규칙이나 규범을 우습게 아는 어른들에게 희생되는 건 늘 꽃다운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명복을 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는 다행히 코 앞에 있는 아파트 상가 태권도 학원에 다니고, 피아노 학원에 다니고, 초등학교에 다닌다는 게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자동차는 이리 위험하고 수많은 사람이 죽는데도 사람들은 그저 ‘자동차 위주’로 무엇이든 제도를 개편하고 유지해가는 것을 보면 참 대단히 잔인하다 생각이 든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는 늘 갑작스러운 죽음의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하는데, 과연 많은 운전자들은 시동을 걸면서 그런 생각을 할까? 


맑은 하늘이지만, 밝은 세상은 아니다. 나아지고 있지만, 더디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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