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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블로그는 반말로 써야 할까? 존댓말로 써야 할까?

Photo by Alex Padurariu on Unsplash

 

 

생각해보면 꽃 피우는 일이 괴로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대로 괴롭고 슬프니 내가 보인다는 말도 맞겠다. 또 생각해보면 시를 쓰는 사람들도 좀 그렇기도 하다.

<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


책은 반말


책을 보면 모두 반말이다. “~다”로 끝난다. 가끔 “~니다.”도 볼 수 있긴 하지만, 그건 가끔이다. 매일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고, 또 같은 글을 브런치에 올리기도 하면서도 반말로 해야 할까, 존댓말로 해야 할까 고민이 된다.

 

블로그는 존댓말

블로그에서는 특히나 “~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네*버 블로그에 가면, 마치 내 글을 읽고 있는 사람과 아주 깊은 관계에 있고, 반드시 서로 존대해야 하고, 내가 쓰는 글은 일종의 편지 같은 글이라 존대로 쓰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분들은 자신의 글을 읽을 사람들을 정확하게 상정하고 글을 써서 그런 것일까? 그런데, 그게 맞다면 출판되는 책도 그러해야 한다. 블로그보다 책을 파는 게 더 간절한 장사라는 느낌이 드는데.. (이건 또 내 착각인가, 어쩜 블로그 포스트를 쓰고, 광고 수익이 절실한 사람도 있겠다)

 

책처럼, 블로그처럼

“~다” 식으로 쓰인 책을 읽으면서도 저자가 건방지다거나 나를 가르치려는 느낌을 갖는 건 아니다. 그게 오히려 자연스럽다. 어차피 책을 읽으려고 펼친 사람은 필요한 말을 꾹꾹 잘 담아낸 컴팩트한 문장을 원한다. 혹여 자신이 그걸 원하는 지 모르더라도, 중언부언 장황한 문장은 계속 읽어낼 수가 없다. 매번 “~합니다”라고 쓰면 같은 내용의 책이라도 훨씬 두꺼워질 것이다. 그렇구나. 제한된 지면을 사용해야 해서 “~다”라고 쓰기로 약속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출판하는 일은 정확한 생각을 군더더기 없이 전달하겠다는, 돈을 받고 그 생각을 기꺼이 나눠주겠다는 거 아닌가. 괜시러운 “~니다”를 덧붙여 가며 지면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다”라고 쓴다고 해서 이게 또 반드시 “반말”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존댓말의 반대 지점에 서 있는 것은 “반말”이지만, “반말”이라는 단어는 이미 위계상 상위에 있는 자가 어떤 이유에서(나이, 직급 등) 말을 듣는 사람을 낮추어 본다는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평어체라는 말도 사용하는데, 반말과 같은 의미를 지칭하는 단어를 쓰이는 것 같지만, 평어체라는 단어는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반말이 가진 부정적인 어감 때문에, 좀 더 격식있어 보이는 평어체라는 단어를 사람들이 사용하다 보니, 익숙하게 들리는 듯하다. 반말과 경어체를 비교해 설명해둔 자료가 있었다.




반말의 경우 “대화하는 사람의 관계가 분명치 아니하거나 매우 친밀할 때 쓰는, 높이지도 낮추지도 아니하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흠. 반드시 낮추는 말이라고 생각했는 데 그게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어린 사람이나 직급이 낮은 사람이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 반말을 쓸 수는 없으므로, 반말 사용은 오로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위의 정의에 따르면 어쨌든 책에서는 반말을 쓰는 것이 전혀 문제가 없다.

블로그에서는 어떻게 써야 할까?

아직도 완전히 정하지 못했지만, 자주 경어체로 써볼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자주 경어체로 시작했다가 나도 모르게 반말로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온전히 어떤 내용에 대한 설명을 하려는 글을 쓸 때, 특히나 경어체가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내 블로그 전체의 어투를 통일하고 싶다. 그러니 편한 게 최고다. 

어느 때에는 반말로 썼다가 그걸 경어체로 고쳐보기도 하는데, 필요 없는 말이 잔뜩 더해진 것 같아서 고치고 나서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다. 다른 블로그를 둘러봐도, 원칙 따위는 없다. 절충한 경우는 글의 종류에 따라 어투를 달리하는 분이 보이는데, 나는 그리 못하겠다. 편하게 보고들 가시라. 나도 편하게 쓸 수 있게. 

정해진 방법은 없다. 나의 방법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