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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내가 사는 진주

브롬톤 | 진주탐험 | 초전 - 유수역

매주 토요일은 #새벽커피 모임이 있는 날이다. 매주라고는 하지만, 이제 한 달째 그렇게 해보고 있다. 그것마저도 지난 주에는 내가 참석하지 못했다. 오늘부터 경상남도도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고, 진주에서도 확진자가 11명이나 나왔다. 진주는 작은 도시지만, 코로나와 관련해서는 전국뉴스를 몇 번 탈만큼 여러 이슈가 있었다. 그래서 오늘 새벽커피 모임은 없었다.

새벽커피 모임이 없으니 느즈막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콘플레이크에 계란 후라이 두 개, 복숭아가 아침이다. 주말에는 대강 차려먹는 게 모두가 편하다. 휴대폰으로 일기예보를 살펴보니 12시부터 비예보가 있다. 요즘 내리는 비는 대부분 소나기라 비가 좀 와도 자전거를 못 탈 이유는 없지만, 비가 오는 것보다는 안 오는 게 편하다. (비를 맞고 나면 브롬톤 청소를 잘 해줘야 한다. 그건 귀찮.)

아내에게 이야기하고, 딸에게 허락을 얻고 한 시간 정도 타고 오겠다고 하고 나섰다. 오늘은 어디를 가볼까. 잠깐 고민하는 척 해보지만, 특별히 갈 곳은 없다. 진주는 강변을 따라서 자전거 도로가 잘 조성되어 있지만, 진주시내 강변으로만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기도 하다. 한 시간 타겠다고 해놓구선 전혀 모르는 곳으로 갈 수도 없다. 그러다가 동료 선생님이 “유수역에 가봤냐? 나는 유수역이 좋다.” 하셨던 게 생각났다. 지도앱에서 찾아보니 그다지 멀지 않고, 지난번에 대평FM 코스를 타면서 지나가 봤던 구간이다. 일단 찍고 간다. 편도 1시간. 그래, 편도 1시간 거리를 타고 가는 것으로 하자. 그렇게 오늘은 49킬로를 달렸다. 이번달 초에 장마 때문에 일주일 가량 자출을 못했는데, 그만큼 놓친 마일리지를 쌓을 수가 있었다.



실컷 탄 것 같은데 50킬로가 안 됨


브롬톤을 산지 10년은 되었는데, 아직도 미세하게 내 몸에 맞춰가는 중이다. 늘 동네에서만 탈 때에는 몸에 맞추는 과정 따위는 필요 없었다. 통증을 느낄만큼의 거리나 시간을 탄 적이 없기 때문에. 10킬로 정도는 누구나 어떤 자전거든 타도 별 이상이 없을 것 같다. 거리를 조금 늘여 보면서 자꾸 내 몸을 맞추는 중이다. 작년에는 P바를 M바로 바꾸면서 자전거 타는 자세에도 큰 변화가 있었고, 그래서 지금도 편안한 자세를 찾기 위해서 자전거 타는 자세에 신경을 쓰고 있다. 브롬톤은 ‘핏팅’ 따위는 없다지만, 그래도 세밀하게 조정해 가며 타야 한다.

초전동을 출발해서 강변을 따라 가는 길은 자주 다니는 길이라 ‘재미’는 없다. 예전에는 자전거를 30분 이상 타면 좀 ‘지루’했는데, 이제는 그 정도는 짧게 느껴진다. 적응의 결과이지 않을까. 초창기에는 10킬로를 타고 페달을 저어가는 게 굉장히 많은 수고가 드는 일 같았다. 그래서 동네를 벗어나서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하면,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다부지게 먹고 출발할 때가 많았다. 자꾸 타다보니 2, 30킬로를 타는 건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었다. 그리고 거리를 좀 더 늘리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든다.

새로운 길로 진입

물박물관 올라가는 길도 업힐로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왼쪽 무릎에 통증을 느낀 적이 있어서 특히 왼쪽 무릎을 조심해서 쓰려고 한다. 잘못된 자세, 과도하게 힘을 쓰려고 하면 무리가 된다. 오늘은 아무 문제 없이 업힐. 그리고 카카오맵 자전거 네비가 아내하는대로 따라 간다. 저 횡단보도를 건너서 마을 길을 따라 가는데, 결국 대평FM코스와 겹친다. 횡단보도를 건너도 이 지역은 차량 통행이 많지 않더라. 우측으로는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생뚱맞지만) 조성되어 있었다.


진주의 속살

농촌을 끼고 있는 우리나라 소도시들은 다 이럴까? 도심을 벗어나면 논이며 밭이며 과수원을 쉽게 보게 된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나는 아직도 이런 풍경을 너무 가까이서 만나면 어색하다.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살면서 배울 때는, 기차를 한참 타고 가야 ‘시골’을 보게 되는 것인 줄 알았다. 진주는 그렇지 않다. 이 사진은 유수역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보이는 풍경이었는데, 이런 풍경을 만나게 되면, 자전거 여행은 분명 자동차로 하는 여행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는 걸 알게 된다. 매일 나는 진주라는 도시의 ‘일부’에 속해있기 하지만, 진주라는 도시 전체를 살아가지는 못한다. 자전거를 타고 처음 가는 길을 갈 때에야 비로서 진주라는 작은 도시가 풍성한 입체로 느껴진다.

선로와 브롬톤

유수역이 있던 곳까지 갔으니 작은 간이역도 보이지 않는다. 공사하시는 분이 있어서 물어보니 역사는 없다고 한다. 열차 관련한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한 시설을 만드는 공사 중이라고 했다. 공사가 끝나고 나면 더는 올 일이 없는 곳이 되겠구나 싶다. 수고한 브롬톤을 선로에 기대세우고 사진을 인증샷을 찍는다.


선로

역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만, 선로는 다시 일감을 찾겠구나.


나오는 길에 나무 아래에서 보급

나는 ‘연비’가 좋지 못하고, 자전거 탈 때는 더 먹는다. 오늘은 어쨌든 새벽커피를 했어야 하는 날이라 집을 나서면서 커피를 하나 사서 가방에 넣었다. 늘 가지고 다니는 에너지바도. 다음에는 이쯤에서 만나서 모임을 해도 좋겠다, 라고 혼자 생각한다. 늘 새로운 #새벽커피 장소를 찾는다.


마가레뜨, 커피, 딸이 준 비타민


커피를 후루룩 마신다. 과자도 자근자근 씹어 먹는다. 딸이 준 브레드이발소 비타민도 씹어 먹는다. 20킬로 정도 달리고 이 정도 먹어줘야 하면, 100킬로 달리려면 배낭을 준비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역시나 어깨도 불편하고, 엉덩이도 아프고, 왼쪽 팔꿈치도 불편하다. 가끔은 ‘자전거를 바꾸면 훨씬 편해지려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아니다. 바꿀 수는 없다. 한 대 더 들여야지. 집으로 돌아갈 때는 진주성 앞으로 지나갔다. 그리고 편의점에 들러서 콜라 한 병을 소세지를 곁들여 마셨다. 자전거 라이딩에 대한 보상 중 최고는 역시 콜라구나. 얼음컵도 살까 하다가 꼴랑 50킬로 타면서 너무 사치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복귀. 딸은 투덜대고, 아내 눈빛은 무섭다. 그러니 열심히 집안 일 시작, 딸이랑 놀기 시작. 하루가 잘 지나갔고, 오늘도 브롬톤을 탈 수 있어서 좋았던 날이다.


덧.
진주 시내와 안전한 시외를 섞은, 적당히 보급도 있는 경로가 있어야 한다. 강변 자전거 도로는 긴 구간도 아닌 데 지루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원씨가 알려준 110킬로 구간을 한번 달려봐야 하는데, 나는 자전거 타기 위한 5시간을 얻어낼 수 있을까? 방학 중 하루 정도는 가능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