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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북두칠성과 나 사이의 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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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보고 있는 북두칠성은 이미 과거의 북두칠성이라는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 거리가 아주 멀어지면, 두 대상은 ‘지금’이라는 시간을 공유하지 못한다. 우주까지 갈 필요도 없다. 자전하는 지구 위에 있는 우리는 조금만 떨어져 있어도 ‘시차’를 갖게 된다. 사람 사이에도 시차를 겪는다. 이쯤 되면 반드시 물리적 거리만이 우리에게 시차를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누군가는 과거를 살고, 누군가는 내가 모르는 시간을 산다. 같은 곳에 있어도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이 있어, 우리는 서로 대화가 불가능하다. 대화 만이 우리가 같은 시간을 산다는 증거이므로, 대화가 없다면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증언할 수 없다.





아들과 앉아서 화로를 바라보면서, 아들의 얼굴을 훔쳐본다. 꽤 오랫동안 아들이 나를 바라보고, 나는 아들에게 답을 보냈던 것 같은데, 이제 아들은 자주 다른 곳을 보고 있고, 나는 아들을 옆에서 지켜본다. 말이 필요없을만큼 가까운 사이지만, 그래서 더 좋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같은 시간을 살 수 있게 해주는 행운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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