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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화와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시험기간이지만, 우리 학교 행복연구부에서 멋진 특강을 준비했다. 진주문고 행사에서 종종 이름을 보고는 했던 허경 교수님의 특강이다. 최근 신작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를 내고,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땅히 모두 듣고 질문도 했어야 했지만, 아들을 치과에 데리고 가야 해서 특강도 다 듣지 못하고 왔다. 그래도 특강 전에 저자사인을 받았다. 하하.

강의를 듣기 전에 우선 책을 반쯤 읽었다. 우리 시대의 내로남불에 대한 저자의 생각 혹은 내로남불에 대한 철학적 의견을 들을 수 있었는데, 거의 어렵지 않았다. 내로남불에 이미 너무나 익숙하게 노출되어서 그럴 수도 있고, 저자가 어려운 내용을 쉬운 부분만 쉽게 설명해서 그렇지 않을까.

우리는 내 생각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혹시나 어떤 계기로 내 생각을 고치게 되면, 또 내 생각은 맞다고 생각하게 되요. 결국 늘 내 생각은 맞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실이 만약 하나이고, 내가 맞다면 다른 사람은 틀린 게 되지요.

 

 

교수님은 악의 없이 구조화된 차별과 편견과 불평등을 재생산하게 되는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내가 맞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지적했다. 나는 특강을 들으러 가기 전에 읽은 부분까지를 생각하면서, 뒷담화와 내로남불에 대해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나의 판단은, 정확히 말하면,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에 대한 나의 판단일 가능성이 높다. 말이나 행동으로 표출되지 않는 한 타인은 실제하지 않는다. 사람은 행동만 하는 법이 없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설명하거나 변명한다. 결국 타인에 대한 많은 판단의 근거는 타인의 발화일 가능성이 높다. 타인의 행동이나 말에 대해 우리는 아니 나는 쉽게 판단을 내리고, 이러한 판단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도 한다.

나의 대화 상대는 나의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나와의 관계를 생각해서 내 말에 반대하지 못할 수도 있다. 대화는 적극적으로 뒷담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내가 하는 말이 나만은 예외로 하고 있지 않은가

 

 

남을 평가하면서, 나에 대해서는 관대한 것, 남을 평가하면서 나 자신의 불의나 비겁함에 대해 눈감는 것이 내로남불 아닌가. 나는 책읽기를 멈추고 잠시 나를 혼내고 반성했다. 평가하려 들면서, 평가받지 않으려는 나는 얼마나 한계가 깊은 인간인가.

일단 남은 부분을 더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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