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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책, 읽은 책, 읽을 책

나의 권리와 타인의 권리를 모두 살피는 방법


내 권리는 희생하고 싶지 않습니다
김지윤 지음



아마도 내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이 분을 몰랐던 것 같다. 백분토론 진행도 하셨다는 데, 나는 이 분의 얼굴도 이름도 낯설었다. 정치분야에 대한 관심도 없었던터라 더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유튜브영상에서 이 분을 알게 되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궁금해서 책이나 영상을 찾다가 김지윤 님의 채널을 보게 되었다.

https://youtube.com/c/%EA%B9%80%EC%A7%80%EC%9C%A4TV

김지윤의 지식Play

#국제정치 #미국문화 #역사 MLB 광팬, Jazz 매니아 김지윤 박사가 역사, 인문, 영화, 음악, 미국 정치까지 깨알같이 풀어드립니다.

www.youtube.com


영상을 여러개 보지는 못했지만,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긴장 등 그동안 별로 관심없었지만, 이제는 궁금한 사안들에 대해 좋은 영상을 많이 만들고 계셨다. 흠. 그럼 당연히 책도 있겠지 싶어서 찾아보고, 가장 최근 나온 책을 주문해서 읽었다.

한 날 한 시에 도착한 책들은 언제나 ‘어떤 책이 먼저 읽힐 것인가?’를 두고 경쟁한다. 이리저리 펼쳐 놓았다가 이 책을 들게 되었다. 제목을 보자면, 분명히 인권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 같은데, 나의 권리를 지키는 방법 따위를 말하는 책은 아니다.

여성의 참정권, 소수자, 빈부 격차로 인한 사회의 경직성 등 크게 네 가지 주제로 글을 썼다. 그리고 한번 잡은 책은 놓을 수 없었다. 저자는 우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류성, 특권, 혹은 비주류라는 스스로의 인식에 대해 설명한다. 자신이 자라며 받아온 교육과 혜택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지나치게 냉소적이거나 그렇다고 감정적이지도 않다. 이 부분에서는 마치 하워드 진의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을 읽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워드 진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백인 남성인 교수로 주류세계에서 자신의 안위를 지켜낼 수도 있었겠지만, 흑인의 편에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김지윤씨가 인권 운동에 앞장서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비주류성을 파악하고, 어디에서나 소외될 수 있는 사람들의 권리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글 쓴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세계 역사 속에서의 다양한 인간 권리에 대해 책읽기를 시작하기에 정말 좋은 책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좋은 점은, 여러가지 연구 결과, 여론 조사나 널리 사용되는 각종 지표들의 통계학상의 맹점을 밝혀서, 어떤 결과를 어떻게 비판적으로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 설명해준다. 예를 들면, 여성 인권과 관련해서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십대 산모 비율인데, 미국의 경우 1천 명당 22.6명, 캐나다는 9.8명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십대 산모 비율은 1천 명당 1.6명이다. 저자는 우리나라 십대는 ‘극성 엄마들과 지옥 같은 대학 입시 덕분’에 성관계는 물론 임신이 가능하지도 않지 않느냐 묻는다. 아무튼 낮은 십대 산모율만 보고,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캐나다, 뉴질랜드보다 성차별이 지극히 덜 한 나라라고 볼 수 있느냐고 묻는다. 다른 주제와 관련해서도 ‘데이타를 어떻게 볼 것인가?’ 부분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사람들의 편견이나 편향, 통계에 대한 잘못된 분석을 다룬 책으로는 팩트풀니스가 최근 유명했었는데, 나는 그 책을 읽다가 말았다. 차라리 김지윤씨님의 이 책이 훨씬 좋다. 작년에 독서모임에서 같이 읽었던 책 중에 장소, 사람, 환대(김현경 저)도 ‘사람됨, 인권, 공동체’ 등에 대해 여러가지 고민할 거리를 많이 주는 책이었는데, ‘내 권리는…’은 약간 다른 각도지만 여전히 좋다.


- 다양한 인권의 발전이나 현 주소에 대해 궁금한 분에게 추천
- 나처럼 김지윤님을 몰랐던 분에게 추천
- 장소, 사람, 환대를 잘 읽었거나, 아직 안 읽으신 분에게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