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외면일기

권영란 작가와 함께 하는 망경동 골목기행

- 진행 시간 : 2시 ~ 4시 50분

- 장소

  • 천년광장 집결 - 설창수 시인 동상으로 이동 - 각자 코스로 이동

- 진행상황

  • 집결

    • 천년광장에서 - 권영란 작가님 인사 후, 진주에 대한 설명. 특히, 개천예술제의 시작을 중심으로 설명, 설청사 시인에 대해 언급
  • 이동과 진행

    • 설창수 시인 동상으로 이동 - 개천예술제의 전신인 영남예술제를 일으킨 ‘설창수 시인’ 동상으로 이동.

    • 15팀을 선착순으로 신청받았고 모여보니 25명 정도는 되었다. (1명도 1팀으로 간주하여 신청을 받았음) 대략 8명에서 12명 정도로 팀을 나누어 3개 팀이 구성되었다. 마하도서관을 통해 온 자원봉사자 3명이 리더 역할을 했다. 간략한 안내와 탐색할 망경동 약도를 받았다. 탐방으로 돌아보는 구간은 유등체험관에서 예전 기찻길까지이니 짧은 거리는 아니었다.

    • 각 팀 모두 탐방을 시작하는 지점은 달랐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코스는 없었다. 팀에서 미션을 생각해서 진행하였다. 내가 따라나선 1조는 팀리더 선생님의 의견대로, ‘흑백사진 찍기’, ‘녹색이 들어간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점프샷’, ‘기찻길 옆에 남아있는 계단을 찾아 사진 찍기’였다. 마지막에 아트빈 커피숍에 모여서는 ‘망경동’으로 삼행시도 지었다.

    • 나야 일단 권작가님부터, 경원씨, 수희샘까지 아는 사람들 보러 가는 자리라 부담도 없고 ‘흥미진진한’ 무언가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따라나선 아내와 아이들이 제일 중요했다. 시간이 3시간 정도 되었기 때문에 꽤 오래 걷게 될 거라 생각해서 킥보드를 챙겼다. (제일 잘한 일이었다) 망경동은 차 두 대가 넉넉히 상하행으로 지나갈만한 길은 많지 않다. 그리고 따로 보도가 없고 사람과 차가 섞여 다니기 때문에 다니는 차도 적은 편이고, 속도도 빠른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걷는 대신에 킥보드를 타고 어슬렁 거릴 수가 있었다. 어른들도 피곤해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코스를 정하고 수행하는 데 체력적인 문제도 고려해야지 싶었다. 아무튼 딸은 걷지 않아서인지 내게 안아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정말 다행.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말을 많이 해야 하는 활동이 아니라 아이들도 ‘인사’나 ‘자기소개’ 따위를 하지 않아도 되어서 편했다. 수줍음이 많아서 되려 그런 활동이 있으면 괜히 움츠려 들 때도 있으니까.

  • 1조의 이동 경로

    • 설창수 시인 동상 - 란 미용실 - 조이북스토리 - 옛 기찻길 계단 - 루시다 갤러리 - 소소책방 - 아트빈 커피 - 천년광장

    • 어떤 장소에서 장소로 이동하기는 했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건, 걸으면서 ‘망경동의 이쁨’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는 데 있다. 사자 얼굴이 붙어 있는 철문과 문손잡이, 집 입구 앞에 놓인 꽃화분, 핑크색 나무 대문, 국번 2자리의 전화번호와 오래된 가게 이름, 버려진 오토바이와 2층 같은 1.5층의 다락방. 아파트가 삭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골목길의 주택은 아파트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지고 있다. 골목길의 집들은 무언가 더 가지고 있었다. 나는 옥상에 널려 있는 빨래를 보며, ‘빨래는 저렇게 널어 말려야 하는데’ 생각했다. 어릴 때 살던 다세대 주택에는 옥상에 모두가 빨래를 널었다. 1층 집에서 빨래를 해서 4층 높이에 이르는 옥상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야 했다. 빨랫줄에 빨래를 널고 집게로 옷을 물고. 그 김에 구름도 하늘도 봤다. 빨래를 걷어 내려올 때는 노을도 보고 바람도 맞았다.

    • 란미용실에 들러서는 문을 열고 들어가 보기까지 했다. 얼마나 이 곳에서 장사를 하셨나 묻기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주인 할머니는 태국에 가서 미용봉사를 한 사진을 가게 안에 두셨다. 가게 앞은 온통 꽃 화분이다. 화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고무물통에 심어놓은 꽃이랑 나무가 이뻤다. 아이들을 보시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사탕을 한 줌 쥐고 나와 아이들에게 두셨다. 어디서 왔느냐 물었다. 우리가 보통의 미용실 문을 열 때는 ‘머리를 하려고’ 할 때뿐이다. 미용실 주인도 ‘손님’만을 기대하지 않겠나. 나는 미용실 문을 열고 ‘언제부터 장사를 하셨냐?’ 묻고 ‘골목 탐방하러 왔다 들렸습니다.’ 말하는 풍경이 생경했다. 아들은 미용실 옆 골목에서 고양이를 발견했고, 미용실 할머니는 ‘내가 좋아서 저 고양이가 저렇게 온다.’했다. 사진도 찍으라고 웃으며 포즈도 잡아주셨다. 누구라도 귀 기울여줄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우리 이야기를 하게 된다. 찾아오는 이 적고, 몸을 바삐 놀려 돌아다니기 힘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그저 ‘이야기 들어줄 귀’가 너무 반가운 게 아닌가 모르겠다. 망경동 골목은 조용했다.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가끔, 식당에서 나와 지나가는 사람이 조끔. 번잡함이 없어 조용하다.

    • 조이북슈퍼에는 예전에도 아들과 가봤었다. 책방이 생긴다는 소식을 보면 반가우니 새로운 책방은 가볼 수밖에 없다. 진주에는 ‘새로운 책방’이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그런 소식이 더 반갑다. 들어가서 주인장에게 양해를 구경을 했다. 느긋하게 책 구경을 하며 책을 좀 사면 좋았겠지만 스티커 사고 싶다는 딸을 돌려세우려고 서둘러 나왔다.

    • 이제 내게 익숙한 망경동 골목을 벗어나서 큰길을 건너 기찻길로 간다. 늘 다니면서도 조금 높은 담이 기찻길 자리였던 걸 몰랐다. 이제는 선로도 없다. 왼쪽으로 갈까 오른쪽으로 갈까 우리는 기찻길은 찾았지만 계단이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왼쪽으로 가겠다는 한 분과 오른쪽으로 가고 싶다는 8살 아이가 가위바위보. 승리는 왼쪽. 왼쪽으로 걸어간다. 아이들은 전령이라도 된 것처럼 먼저 앞서 달려간다. 계단을 발견. 기찻길에서 보이는 침목으로 만든 계단이었다. 이제는 그리 다니는 사람도 없을 것 같은 계단이었다. 우리는 기뻐하며 계단에 앉아 ‘인증샷’을 찍었다. 선로가 있던 자리로 가서는 아이들을 뛰게 하고 점프샷도 찍었다. 선로의 반대편이었을 곳에도 계단이 있었다. 거기에 앉아 자기소개도 하고, 어떻게 망경동 탐방에 오게 되었는지 이야기도 나누었다. 망경동에 대한 기억이 있는 분, 망경동을 좋아하는 분, 망경동에 살고 싶었던 분. 우리는 그리 만나서 망경동을 돌아보고 있었다.

    • 루시다 갤러리로 가면서 2조 팀을 만났다. 덕분에 1층 전시장이 북적댔다. 수많은 ‘알’을 찍고 나무 그을음으로 인화한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때마침 갤러리 관장님과 전시작품의 작가님이 있어서 작품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타조알의 숨구멍도 보고, 알이 되기 전 물방울 같은 알의 무리도 봤다.

    • 소소책방에도 들리고 재집결 시간 전에 '망경동'으로 삼행시 짓기도 했다.

    • 내 삼행시는

      • 망할 줄 알았는데,
      • 경솔한 생각였네
      • 동네탐방 재미지네
  • 마무리

    • 마무리는 다시 천년광장에서 모여서 진행했다. 망경동 탐방을 이끌어주신 자원봉사자분들의 소감과 참가자들의 소감까지. 전체를 진행한 권영란 선생님의 소감을 끝으로 정리되었다. 아이들이 부모님과 꽤 많이 따라왔고 나도 우리 아이 둘을 모두 데리고 갔다. '동네 탐방'이라는 같은 목적 때문일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마치 동네 친구처럼, 이름을 몰라도 서로 어울렸다. 모르는 사람 앞에서 어색해하는 건 어른들 뿐이구나. 날씨가 따뜻해서 하루 일정이 불편하지 않게 진행되었다. 마칠 시간이 되자 바람이 차가워져 조금 서둘러 모두들 집으로. 하루의 평가도 할 겸 자리를 옮겨 권영란 작가님과 이야기를 하는 분도 계셨다. 계획에는 없던 후기 모임이라 참석자는 별로 없었지만, 하루의 일정을 되돌아보는 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러려고 나도 이렇게 글로 일단 남기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