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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련

2학기와 다음 학년도 업무분장

학교

2학기가 되면 대개 학생도 교사도 학교에 적응이 된다. 학교에서의 일상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몸에 익는다. 서로 부딪히는 일은 적어진다. 교사들 간에도 적응이 되어서 서로의 거리를 제법 유지한다. 가까운 사람은 가까운데로, 먼 사람은 먼데로 유지한다. 그리고 나면 다음 학년도에는 어떻게 생활하게 될까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현재에 충실해야 행복하다고 하는데, 누구나 그런 잠언을 따를 수 있다면 모두가 행복하겠지만, 보통 인간의 레벨에서는 그게 쉽게 가능할리가 없다. 올해의 불편함을 겪고 나면, 내년은 어떠해야 할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쯤 되면(그러니까 2학기 1차 고사를 치고 나서 쯤이면), 내년에는 뭘 해야 할까? 하는 질문들을 서로 하게 된다.

나도 생각을 해보고 있다. 담임을 하고 있는 교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선택은 학생들과 함께 진급하는 것이다. 1학년 담임이었으면 2학년 담임이 되는 것, 2학년 담임이었으면 3학년이 되는 것. 단, 내가 담당하는 교과가 해당 학년에 개설이 되어 있지 않다면 담임은 어렵다. 담임으로 학생들을 파악하려면,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거부할 수 없는 중론이다. 과연 꼭 그래야 하는 지는 의문이다. 학생들을 관찰한다고는 하지만, 수업 시간 동안의 학생 관찰은 교과세특에만 해당하는 영역이다. 학급 활동이나 자율활동을 충실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담임이라고 해도 학급에 수업을 많이 들어가봐야 2번이나 3번이다. 수업 시간에 학급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일단 수업이 우선이다. 교과시간과 학급 시간을 헷갈려서는 곤란하다.

선호하는 학년이 있다면, 선호하는 학년으로 담임을 지원할 수도 있겠다. 고3을 지도하는 게 편하면, 고3으로, 1학년들을 지도하는 게 편하다면 1학년으로. 물론, 내가 원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연말에 ‘업무분장희망조사서’를 제출하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인사자문위원회’에서 의견을 교환한다. 모두 원만하게 합의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학교 사정에 따라 누가 어느 자리에 더 적합한 지가 결정될 수 있다.

교사라면 담임을 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학교가 크고 교사가 많다면, 담임교사보다 비담임 교사의 수가 많을 수도 있다. 담임에게 주어지는 여러가지 업무와 책임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담임을 하면, 당연히 학급활동을 계획하고 수행해야 하고, 소풍이나 수학여행 등 체험학습을 인솔해서 가야 한다. 정규 수업외 방과후 수업에 우선 투입되고,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중 방과후 수업도 마찬가지다. 저녁에는 야간자율학습 감독도 해야 한다. 그리고 예전보다는 간소화되었지만, 학교생활기록부도 기록해야 한다. 학생들과 해야 하는 일이 많은 만큼 위험 부담도 있다. 학생의 건강과 안전은 교사의 책임이고, 많은 경우 담임에게 집중되어 있다. 체험학습 가서 학생이 다친다면? 교실에서 학생들이 싸운다면? 방과후 수업 신청을 했는데, 수업에 나오지 않는다면?

업무 분장에 대해서는 내가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결심이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게 어렵다. 일단 지원은 해볼 수 있지만, 내 마음대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니.

어느 학교에서나, 매년 담임이나 비담임은 순환제로 하자는 의견이 나오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렇게 원활하게 순환되지는 않는다.

내년에는 뭘 해본다고 지원할까 생각해보는 데, 늘 그런 것처럼 딱히 어떤 것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없다. 교직 생활을 하다보면 무슨 특기같은 게 생기고, 그 능력을 계속 키워나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교직 생활의 기능은 그렇게 진행되지 않는다, 적어도 학교 업무에 있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