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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Instant blogging

코로나도 싫지만 담배는 더 싫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여전히 2학년과 1학년은 격주로 등교합니다. 

어쨌든 학생들이 등교하니, 할 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해야 합니다. 오늘은 금연캠페인 및 환경 정화 활동 첫날. 이번 주는 2학년이 등교하는 날이라, 2학년 학생회 학생들과 학교 밖으로 나갔다. 수업이 모두 끝난 학생들에게 미리 주문한 어깨띠를 나눠주고, 아주 멋진 집게도 나눠줬다. 하나씩 챙겨 매고, 챙겨 들고 우선 인증사진을 찍고 시작. 

초반에는 담배꽁초가 별로 없어서 열심히 찾았는데, 조금 있으니 열심히 찾지 않아도 갖은 쓰레기가 나왔습니다. 담배꽁초가 있는 곳에는 꼭 담배 비닐 껍질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라이타도 있습니다. 어떤 학생은 꺼진 꽁초인 줄 알았는데, 타고 있었던 것이어서 가지고 나간 쓰레기봉투에 구멍이 났습니다. 

진주여고 근처는 주택가이고,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앉아서 고구마 줄기를 다듬다가 학생들을 보며 반기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진주여고 다니나? 공부 잘 했는갑네." 

"아이고, 이삐라." 

잘한다, 착하다, 이쁘다. 학생들은 처음 본 어른들의 칭찬을 가득 들었습니다. 저는 '지도교사'로 따라나섰는데, 하다 보니 쓰레기 줍는 일에 은근 집중이 되었습니다. 하나만 주우면 그만큼 이 거리가 깨끗해진다니 너무나 정직한 방식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10년만에 이삭 토스트에도 갔습니다.  가장 싼 메뉴가 2600원 정도던데, 참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싶었다. 학교에서 결제받은 내역으로는 학생들 음료수까지 사 줄 돈은 되지 않아서, 토스트만 먹었는데, 학생들은 음료 없이도 참 잘 먹더군요. 

이렇게 치우는 사람이 있으면, 버리는 사람이 좀 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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