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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코로나가 끝나면 읽으려고 써두는 기록

더욱 바빠진 택배 기사님들

 

진주에서 29명이 넘는 확진자가 갑자기 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기도원. 어떤 종교인데, 180명이 넘는 사람이 드나들며 기도를 했는지 모르겠다. 30명 정도의 사람은 거기서 먹고 자며 기도했다는데, 그들은 무엇을 위해 기도했을까. 모두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을 견뎌나가고 있는데, 누군가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기도는 도대체 어떤 소용이 있을까. 

코로나에 대해서 자주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언젠가 이 코로나라는 긴 터널을, 깊은 안개를 지나고 났을 때, 되돌아 볼 수 있는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은 쓴다. 

진주는 작은 도시다. 서울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도 상당하겠지만, 진주는 '서로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아서 체감하는 위험이 좀 다르다. 한 동네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그 동네 주민 모두가 불안해한다. 오늘은 상봉동. 내가 근무하는 학교 주변이다. 보충수업을(이러한 시기에도 보충 수업을 하기는 한다. 학생들은 방학 동안 너무 나태해질까 봐도 수업을 듣기를 선택했다.) 하는 중에 몇 명이 '선생님, 불안해요.' 한다. 상봉동에는 노인분들도 많다. 기도원 사람들이 오가며 밥도 사 먹고 다른 사람과 교류도 했을 텐데, 이 여파가 얼마나 오래 큰 규모로 지속될지 걱정이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경상남도청은 진주시에 '기관 경고'를 내렸다. 이통장들이 제주도에 다녀오면서 시작된 확진자의 수가 80명이 넘는다고 한다. 진주시는 내일부터 2.5단계에 들어간다고 재난 문자를 보냈다. 버티고 버틴 2단계였는 데, 2.5단계다. 하루 신규 확진자 1000명이라는 기준을 훌쩍 넘겼을 때도 정부는 3단계 발표를 하지 못했다. 왜 그렇겠나? 3단계 수준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극도로 위협받기 때문이 아닐까. 대통령이 처음에 말한 대로 이 코로나가 전시상황이라면, 모두가 생계 위협에 빠지겠지. 하지만, 전쟁이라 하더라도 지금은 '어려운 사람만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보이지 않는 위험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어느 때보다 택배 물량이 많다는데, 택배사에서 확진자가 나와 택배 지연도 늘고 있다. 우리의 하루가 '평소처럼' 돌아가는 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도와줘야 하는 지 새삼 느끼게 된다. 밤늦게까지 상품을 배송하는 택배기사님을 보니, 정말 꼭 필요한 게 아니면 지금은 물건을 사서 배송시켜야 할 때도 아니구나 싶다. 택배노동자 사망으로 몇 차례 기사가 났지만, 뚜렷한 변화도 없다. 

이제 곧 새학기가 시작된다. 신입생들은 '진짜' 대학교 캠퍼스를 밟아볼 수 있을까? 작년에 만난 제자는 자기 친구 중에는 입학한 대학교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친구들이 있단다. 자기는 논술 시험 보느라 한 번 갔었다고. 내년 초등학생들은 매일 학교에 갈 수 있을까? 어려울 것 같다. 어른들이 자기를 위해 기도하는 사이에, 종교의 자유, 집회의 자유, 민주시민이 권리 운운하는 사이에, 아이들은 자기 생에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을 놓치게 된다. 70대 노인의 1년은 1/70에 불과하다. 8살 초등학생의 1년은 1/8. 배우고 익히고 느끼고 깨달을 것이 투성이인데,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다. 

우리 아들은 진주 29명 확진이 터져 나오자 미술, 피아노, 태권도에 다 가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간 가지 못하겠지. 집에서 문제지를 풀고, 컴퓨터로 영어공부를 하며 지내야 한다. 

내년의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그래, 기도하시라. 

단, 혼자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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