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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꽃길

[[출근]] 길에 친구에게 전화가 와 있었다. 아침부터 무슨 전화인가. 불안한 예감이란 불안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걱정되는 마음에서 비롯되어 이미 불안하다.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치매가 발병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었었고, 요양병원에 계시다는 말도 이미 들었었다. 그리고 갑자기 돌아가셨다.

친구들과의 단톡방에 소식을 올렸다. 오늘 같은 날을 대비하겠다는 모임은 아니지만, 조금씩 회비도 모으고 있었다. 개인별로 부조할 만큼의 금액에 상당하는 돈을 부조하기로 했다. 친구의 의견을 들어 화환도 보내기로 했다. 일하면서 친목회 총무를 하면서 알아둔 꽃집에 연락을 했다.

그날 밤 친구 둘은 장유에서 진주로 넘어왔다. 저녁을 먹었지만, 장례식장에서 또 저녁을 먹었다. 이런데서는 많이 먹어야 한다며, 수육도 파전도 맛있게 먹었다. 장례식장에서 먹는 음식이 맛있는 건, 비행기가 이륙할 때 죽음을 생각하는 것과 무슨 연관이 있지 않나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고, 시간은 자꾸 우리는 밀어 낸다. 우주에 끝은 없지만 생명에는 끝이 있다. 인류라는 개체의 한 부분으로서 우리의 역할은 세대 간의 연결이겠지만, 인간이라는 한 개체에 있어서 생명은 타 들어가 없어진다. 썰물이 자꾸 들이치면, 결국 물에 잠기게 된다. 키 큰 사람은 늦게 잠기겠지만, 파도는 우리는 조용히 잠기게만 하지 않고 흔들고 요동치게 만든다. 누구든 먼저 자빠질 수가 있다.

친구 아버지의 죽음은 '이제 나의 차례도 다가오는건가.' 이런 걱정이 덜컥 내 목을 때린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라고 생각하던 사춘기 때, 나는 도무지 아빠와 엄마의 나이들어 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내가 스물이 되고 서른이 될 때에도 엄마와 아빠는 '그때' 그대로 인 것 같았다. 이제는 더 이상 그때 그대로이지 않고, 사진첩을 열어 보면 나는 엄마와 아빠의 주름을 펴고 펴고 펴고 싶어만 진다.

어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괜찮을 리 없겠지만, 괜찮은 지 물어본다. 누군가를 잃고 괜찮을 사람은 없지만, 사람은 받아들이게 된다. 나보다 큰 흐름 속에 나도 속해 있구나 받아들이게 되는 게 아닐까. 내가 속해 있는 이 파도는 내 인생에 무엇을 바랄까. 아무 것도 모르고 쓸려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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