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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를 가진 소녀의 영웅만들기 : 엘 데포 (아이들을 위한 그래픽노블)

데포 : deaf

엘 데포. 시시 벨


얼마전 읽은 난생처음 북클럽에서 추천한 책이다. 그 책에서는 뉴베리상을 받은 책이라면, 걱정하지 않고 모두 아이들에게 추천할 만 하다고 썼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다 읽은 아들이 또 관심 가질 만한 책을 찾고 있는 중이라 어제 진주문고에 간 김에 아들 책을 내가 골라 왔다.

데포는 Deaf 다. 누군가 청각장애인을 데포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시시(주인공)은 엘 데포라는 자신의 영웅캐릭터를 만들어 낸다. 엘 데포는 다른 사람에게 시시가 하지 못하는 말을 하고, 용감하게 자기 감정에 대해서 말한다. 시시가 엘 데포이고, 엘 데포가 시시이다.

표지만 보고는 즐거운 책인 줄 알았는데, 4살 때 뇌수막염으로 청각장애를 갖게 된 여자 아이의 성장 이야기다. 등장하는 사람들도 실제 사람들이다. 저자는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기억과 자료에 의지해 쓰고 있다. 아마도 실화가 아니었다면, 주인공은 금새 자기 단짝을 만나고, 덕분에 힘든 일은 모두 잊고 잘 지내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보통의 아이가 그런 것처럼, 나만 부족하고 다른 것 같은 세상에서 친구를 찾아 헤매는 이야기다. 어떤 친구는 나를 괴롭히고, 어떤 친구는 내 마음을 너무나 잘 알아준다.

청각장애가 없더라도, 자기와 딱 맞는 친구를 만나는 일은 힘들다. 하지만 청각장애 때문에, 그녀는 보청기를 끼고도 다른 사람의 말을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어도, ‘비누방울’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고 그녀는 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슬픔과 외로움이라는 정서를 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모험과 탐색의 과정을 그리고 있어서 정말 한 영웅의 서사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아들은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일단 아들 눈에 잘 띄는 곳에 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