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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Instant blogging

이틀치 피로와 첨밀밀

여명과 장만옥

본 적이 있을텐데, 기억나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을 하다가 집에 왔는데, 또 해야 할 일이 있어 일을 시작한다. 그러다가 한쪽 화면에 첨밀밀을 틀어뒀는데, 그리로 자꾸 눈이 간다. 급기갸 영화에 빠져 그냥 시간을 좀 보내버렸다. 이제 곧 자야 하는 시간이 되어서 영화는 그만 보기로 하는데, 이 영화를 내가 본 적이 있던가 기억을 더듬어 본다. 본적이 있다면, 봤던 장면이 기억이 나야 하는데, 전혀 기억에 없다. 당시 음악이 유명해서 아마도 뮤직비디오로 보지 않았나 싶다. 여명과 장만옥의 시선에 나는 관객이 아니라 마치 당사자가 된 것처럼 영상을 쳐다 본다.

사랑하던 때 라는 게 있을까. 사랑에 빠지는 때가 있을까.

마치 그러한 순간이 존재하고, 턱을 하나 넘듯, 우리는 이제 사랑하는 사이라는 순간이 있을까. 글쎄다. 이 영화는 그 순간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서로 저렇게 쳐다볼 수 있는 순간이 바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아닐까.

대학교에서 영미희곡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은 한 여름밤의 추억을 이야기하시면서, 셰익스피어가 이야기한 것은 사랑이란 어쩌면 한낱 우연이 아닌가 말씀하셨다. (아니면 내가 그렇게 기억하는 것이거나) 우리의 삶은 엄청난 우연의 질서없는 부딪힘이고, 원인과 결과라 믿는 것들이 그저 개별적인 사건들의 분별없는 줄서기일 뿐이라면, 우리는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이틀치의 피로 덕분에 오늘은 일찍 자야 하는데, 주말에는 이 영화를 다 볼 수 있으려나. 맥주 큰 캔 두 개가 필요하거나, 포두주 반 병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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