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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책, 읽은 책, 읽을 책

유튜버의 삶은 어떨까

 

서평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김겨울 지음. 유유

책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몇 개 만든 적이 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영상도, 책의 머리말만 읽어주는 영상도, 독서동아리를 할 때 도움이 될만한 책을 선정해서 소개한 적도 있다. 1일 1 영상을 목표로 되는대로, 생각나는 대로 영상을 찍어서 올린 적도 있고, 아들과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찍은 적도 있다. 하지만 그 기간은 길지가 않다. 구독자도 생기고 수입도 생기려면 1년 정도는 ‘존버’ 해야 한다는데, 그렇게 견뎌내지는 못했다.

 

애초에 나는 학생들의 영어공부를 도와주려고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그게 벌써 10년도 전이다. 수업을 하는 것만으로는 학생들이 제대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수업 내용을 방송으로 만들고 학생들이 미리 보고 오도록 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는 방송에서 봤던 수업 내용을 그룹이 앉아서 복습하는 방송으로 수업을 이끌었다. 시험기간이 되면 학생들은 기억나지 않는 수업내용, 놓친 내용은 영상으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플립러닝이란 단어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에 내가 벌써......) 간간히 가족의 영상을 저장하기 위한 용도로 채널은 유지했고(물론 가족 영상은 비공개) 최근의 유튜브 광풍, 혹은 열풍에 편승해서 내가 관심 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한 영상도 제작해서 올렸다. 그리고 최근에는 다시 휴점.

 

나는 유명 유튜버는 꿈꾸지도 않으면서 지레 ‘유명해지면 어떡하나?’ 걱정한 적도 있고, ‘이걸로 돈을 얼마나 벌 수 있을까?’ 혹은 ‘악플에는 어떻게 대처하나?’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영상을 올리지 않고 뷰도 별로 없고 구독자도 별로 없는 지금, 당연히 그런 걱정은 없다. 그런 걱정들 때문일까, 아니면 나의 일부는 설마 나를 ‘유튜버’로 인식하고 있어서일까. 김겨울님의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은 눈에 쏙 들어왔다.

 

“영상 콘텐츠가 새롭게 주류로 자리를 잡은 지금, 책 이야기 역시 음성 콘텐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영상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겨울서점은 그 계기 중 하나가 되었을 뿐이고 아마 앞으로도 많은 북튜브가 배경영상의 역할을 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라는 저자의 말처럼, 저자의 목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생계에 도움이 되고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바라고 있다. 저자가 유튜버’만’으로의 자의식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책 읽고 글 쓰고 음악 짓는 사람으로의 모습을 보여줘서 이 책은 더 좋다.

 

유튜브나 유튜버에 대한 책들은 대개 ‘어떻게 돈벌이가 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다. 돈을 벌겠다 마음 먹은 사람들이 가장 열심히 그 책을 읽고 그 조언에 따라 영상을 만들고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쏟아낼 것이다. 채널의 성장기를 겪은 김겨울 님은 그 지점에서 고민을 놓지 않고 있다. 뷰를 쫓고 광고와 댓글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오로지 ‘좋아하는 책’을 매개로 자신의 삶을 도모하는 모습이 의연해 보인다.

 

책의 초반은 유튜브에 대해 알아야할 일반적인 사실들에 대해 제시한다. 그리고 겨울 서점 채널의 형성과 특징과 운영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어지는 프리랜서 유튜브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나하나 다 좋은 것은, 그가 영상을 만드는 문법에 익숙할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문법에도 아주 익숙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마치 글로만 의사소통 해온 사람처럼 글이라는 매체가 이 김겨울 작가에게는 어울린다. 김겨울 님의 책은 처음인데, 이미 내놓은 책을 사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의 글이 더 궁금하다. 그녀의 영상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 정독(?) 혹은 정주행 해봐야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리고 유튜브 영상을 만들면서 내가 간과한 부분 ‘어떻게 독자를 배려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좀 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그저 기록의 용도로 영상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봐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결국 보는 사람을 고려해야 한다.) 나의 기록을 위한 용도로 영상을 제작하더라도 편집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프리랜서가 아닌 월급쟁이가 유튜브로 먹고 살자고 뛰어들면 낮 일도 위험해진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다른 사람도 관심을 갖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다. 내가 지금 관심 있어하는 것. 마을, 모임, 브롬톤, 여행, 육아, 초등 독서, 백패킹, 브롬핑, 영어문법, 영어 교수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