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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후" - 행동할 때에만 안다

김덕년 선생님과의 독서모임에서 2번째로 읽은 책이다. 9월 모임은 없었지만, 책에 대한 후기는 남긴다.

책 '오늘의 기후'

오늘의 기후

노광준. 2003. 루아크

들어가며

저자는 자기의 뜻에 상관없이 PD라는 직업을 잃게 되었고 기후 라는 돌파구를 찾아 자신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도움이 될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책 덕분에 처음 알게 된 사실들이 있었고, 더 관심을 가지고 찾아볼 만한 부분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밑줄과 생각

19년 5개월간 쌓았던 라디오 피디 경력이 끝나버렸다.

가끔 지금 당장 교사를 그만둔다면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는 한다. 학생의 행동이나 동료 교사의 행동 때문에 아주 천천히 '그만둬?' 라는 생각이 올라올 때가 있다. 오래전 자기계발서 종류의 책을 읽으며 '나의 직위가 나의 능력인 것은 아니다' 따위의 문장을 읽어서 일 수도 있다. 아무튼 생각하면 막막하여 '다시 맡은 일을 일단 하자'고 하루를 마무리하고는 하는데, 저자는 20년 가까이 일하던 직장을 잃어버렸다. 책의 초반은 마치 에세이처럼, 기후 보다 이 저자의 인생 살이를 걱정하게 만든다. 다시 진로 탐색을 하는 것처럼 저자는 자신에게 딱 맞는 분야를 찾아내었고, 그 분야는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사람들이 관심만 가지고 있는 분야였다.

 

사과: 재배 적지와 가능지가 급격히 줄어 2070년대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
배: 2030년까지 재배 가능 면적이 증가하다가 2050년대부터 줄어들어 2090년대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
감귤: 재배 가능지가 지속적으로 증가, 재배 한계선은 남해안과 강원도 해안 지역으로 확대

아는 분이 배농사를 짓는다. 꽃 피는 시기가 빨라진다면서 적산온도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있다. 적산온도는 발아에서 수확할 때까지 평균기온이 기준온도 이상인 날의 일평균 기온을 합산한 것이다. 겨울에 먹게 되는 작물보다 여름에 먹게 되는 작물이 적산기온이 클 것이다. 수박의 적산온도는 1000도 정도이고, 딸기는 600도이다. 적산온도 합산은 개화시를 기준으로 한다. 꽃이 빨리 피면 작물의 출시일도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배는 대표적인 재례음식 중 하나이니 출시 시기를 맞춘다면 추석이 되어야 한다. 출하 시기를 맞추기 위해 농부가 어떤 노력을 하는 지는 모르지만 이전보다 개화시기가 빨라지면 일부러 생장을 억제해야 하지 않겠나. 책에서 가지고 온 저 세 가지 작물은 우리가 가장 흔히 소비하는 과일인데, 저 과일 농사를 짓는 분들은 늘 기후와 혼자 싸워야 하는 느낌이 아닐까. 아무 것도 모르는 우리는 사과 값이 뛰었네, 배 값이 뛰었네 할 수도 있지만, 정부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을까.
에너지 관련 정책이 정부 주도, 국가 간 협력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 것은 이래서 더욱 당연하다. 다들 힘을 합하지 않으면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

 

죽은 가지와 낙엽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합니다...... 산림 선진국들처럼 삼에 임도를 적절히 내고 숲 가꾸기로 부산물을 솎아내는 작업을 꾸준히 했더라면, 산불예방만이 아니라 나무 성장도 촉진하고 목재 부산물을 이용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읽으면서 기존에 내가 생각하지 못하던 부분이다. 숲의 경우, 자연이 하고자 하는 대로 두면 숲이 만들어질 거라 생각했다. 키 큰 나무 아래 키 작은 풀이 자라고, 햇볕을 두고 나무들은 경쟁하고, 경쟁에 살아남지 못한 나무는 쓰러지고. 하지만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죽어 쓰러진 나무가 땔감 역할을 해서 산불의 피해를 높인단다. 임도를 더 만들어서 숲에서 부산물을 솎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니. 인간이 없는 지구라면 숲은 알아서 성장하고 자연발화에 인한 불도 났겠지. 하지만 지금의 이란 인간이 없던 때에 비하면 얼마 남아있지 않은 것이리라.

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는 35만년 전 쯤에 출현했고(지질학적으로 중기 플라이스토세, 혹은 홍적세), 빙하기가 끝난 시점인 1만년 전(지질학적으로는 홀로세)부터 농사를 짓고 목축을 하게 된다.(신석기시대) 그때부터 인간은 숲을 없애기 시작했다.

Global-forest-loss-since-ice-age

인류가 번성하기 시작하면서 특히 산업화 시기에 들어서면서 숲은 빠르게 사라지고 1만년 전에 비해 1/3 정도가 사라졌다. 풀이나 관목으로 덮여 있던 땅은 목초지로 바뀌어 버렸다. 이제 숲이란 인간의 관리가 필요한 땅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토양 내 탄소축적량을 매년 0.4%씩만 늘려도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탄소 배출량 대부분을 흡수, 저장할 수 있다는 게..

토양의 탄소격리sequestration 개념이다.

벼 자체가 산소 발생이 굉장히 많은 작물이에요. 아마존 밀림보다 두 배가량 많은 산소를 발생한다고 합니다.

탄소 배출량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많았던 것 같은데, 그걸 흡수 할 수 있다. 우리가 소모하면서 엔프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나? 친환경에너지(풍력, 수력, 태양열 등)을 사용함으로써 엔트로피의 증가를 최소화 하는 방향을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은 맞겠다. 그 노력이 없이 탄소축적량만 높여서는 안 되지 않을까. 물론 저자가 화석연료 에너지를 마음껏 쓰고 토양을 이용해 탄소 배출량을 흡수하자는 것은 아니다.

 

레고 사가 2011년 생산한 플라스틱 타이어의 양은 3억 8100만 개로 굿이어 등 세계적 타이어 업체들의 생산량보다 많다고 한다.

플라스틱이 해양쓰레기의 80%를 차지한다는 데이터에는 놀라지 않았지만, 솔직히 우리가 먹는 테이크아웃 식음료 포장재들이 이렇게 높은 수치로 나온 데에서 무척 놀랐습니다.

인간은 이제 플라스틱 없이는 생활할 수가 없는 지경이다. 옷에서부터 음식을 담는 용기, 각종 가구나 전자제품 생산에 까지 플라스틱은 빠지지 않는다. 농산물은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사는 편인데도 모두 플라스틱 재질로 포장되어 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다는 게 너무나 쉽지 않은 일이다. 아파트 재활용 분리수거장에 쓰레기를 버리고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집으로 올라 올 때면 내 눈에서 쓰레기가 안 보이는 것만으로도 쓰레기가 사라진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환경부담금까지 부과되어야 사람들이 체감하게 되지 않을까. 사람들의 행동을 가장 좋은 방법은 비전 제시에 의한 설득이라고 생각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법개정과 각종 규제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결국 비전을 제시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호소하고 법도 개정해 가면서 사람들의 실천을 유도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 한창 멋부릴 나이를 지난 나는 옷을 적게 살 수 있다. 가끔 사는 옷은 되도록 의류 생산에 의한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는 파타고니아에서만 구입하려고 한다. 출퇴근은 자전거로 하고 샤워는 비누로 한다. 대나무 칫솔을 사용하고 손수건을 가지고 다닌다. 생수는 마시지 않으며 텀블러를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백에 담긴 '새것'을 사용하는 그 '신남'의 유혹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마무리 하며

나는 차도를 줄이고 자전거 도로를 대로로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중교통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차량 사용에 대한 규제를 높여 출퇴근이나 등하교의 불편함은 없애고 차량 사용은 억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량 사용을 억제하려면 첫번째 생각나는 어려움이 있는데, 집과 일터의 거리를 노동자가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주변 선생님들 중 집에서 멀리 떨어진 시외 지역으로 발령을 받아서 두 시간 이상을 출퇴근에 쓰는 일이 흔하다. 자녀를 포함한 가족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직장에 따라 집을 옮기기가 어렵다. 거주 공간과 일하는 공간이 멀어지지 않도록 배려하기가 어렵고, 결국 출퇴근에 대한 부담은 개인이 떠앉게 된다.

코로나 시대 IT기업으로 원격 근무의 시대를 열었지만, 특정 업종의 경우에만 그것이 가능하다.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많은 직업들, 여전히 사람이 처리해야만 하는 일이 있고 원격 근무랑 불가능하다. 노동자는 어디든 일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잠을 자는 시간을 줄이고 자신의 몸을 돌보는 시간을 줄이고 가정을 돌보는 시간을 줄인다. 이에 대한 논의까지 가려면 결국 인간 노동의 문제부터 다시 되짚어 봐야 하겠다.

쉽게 읽히는 책이라 일부러 다른 자료들을 더 읽어봤다. 그리고 책에서 말해주지 않아서 내가 모르고 지나가는 부분은 없을까 생각했다. 한 예로, 최근 뉴욕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꿀벌이 사라진다는 뉴스가 나오자 옥상에 벌을 위한 집을 만들고 벌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벌들이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이 심해지고 결국 다른 곤충들(나비처럼 식물의 수분을 도와주는 곤충들)을 밀어낸다는 것이다. 인간은 정말 조심스럽게 자연의 일에 개입해야 한다.

아는 게 많아질 수록 행동의 제약이나 양심의 가책도 느낄 수 밖에 없다. 환경 오염에 나의 기여분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된다면 행동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도 받는다. 아는 것은 아는 것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행동할 때에만 앎이 완성된다. 차라리 모른다면 그들에게 세상살이가 편하지 않을까. 공감이란 대개 이해의 부족에서 온다. 장애인에 공감할 수 없다면 장애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일 것이고, 청년의 현실에 공감할 수 없다면 청년에 대해 충분히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언제나 공감을 위한 첫번째 시도는 '이해', '지식', '앎', '알아차림' 일 수 밖에 없다.

여전히 물건을 사는 순간이 즐거운 나. 집에 있는 '디컨슈머'(소비하는 않는 사람들)를 붙들고 읽어봐야 겠다. 오늘보다 덜 살 수 있는 내가 되려고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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