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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련/수업이야기

선생님의 글을 기다립니다

 

 

 

오늘은 Clubhouse에서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그만두게 되셨나요?’라는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제가 늘 궁리하는 바는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제가 하고 있는 아빠, 남편, 교사,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균형 있게 해 나가면서도 만족감이 높은 삶을 사는 게 목표입니다. 그런 삶은 모두 성장할 때 가능합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했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트위터를, 페이스북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도 하게 되었습니다. 페이스북을 가장 오래 그리고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라고 해서 어떤 성과를 얻기 위해 잘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저 ‘많이’ 했다고 하는 게 좋겠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좋은 분들도 만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보았지만, 그다지 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금은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제 블로그는 개점휴업 상태였습니다. 사진을 올리고 짧은 글을 쓰기는 했지만, 그건 모두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보여주려고 쓴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페이스북에서 ‘정보’를 얻고, ‘좋은 즐거움’을 맛보기보다는 ‘분개’하거나 ‘흥분’하거나 어떤 사람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는 횟수가 늘었습니다. 제가 더 이상 페이스북에 없는 게 나을 것 같아서 페이스북을 그만뒀습니다.

 

지금은 한 90일째 블로그와 브런치에 매일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같은 글을 브런치에 올리고 있습니다. 소재를 가리지 않고 쓰는데, 많은 경우 ‘에세이’ 같고, 가끔은 ‘정보’가 되는 글을 씁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이 글을 읽는 분을 ‘블로그’로 초대하기 위해서 씁니다.

 

이런 이유로 블로그를 하시길 바랍니다.

 

소셜 네트워크에 쓰는 짧은 문장은 누적되지 않습니다. 휘발합니다. 백업을 받는 방법은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검색해서 지난 글을 볼 수 있는가, 다른 사람이 내 지난 글을 편하게 볼 수 있는가.라고 물으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그렇지 않습니다. 누적되지 않는 것은 기록이 아닙니다. 문자의 형태이기는 하지만, 입말에 가깝습니다. 선생님이 트위터에든 페이스북에든 짧게라도 글을 쓴다면, 그 글은 ‘블로그’에 써도 될 글입니다. 그렇게 누적된 글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저는 자기 시간을 내어 인터넷에 사진과 글을 올려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런 행동이 일종의 ‘증여’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들인 수고를 바로 돈이나 현물로 보상받으려고 하지 않거나 기대하지 않고 정성을 다하는 것. 그런 분들 덕분에 저는 많은 시간과 수고를 아낄 수 있었습니다. 맛집 정보에서부터, 컴퓨터의 알 수 없는 오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들의 글 덕분에 해결할 수 있었던 일이 많습니다. 도움을 받기만 했으니 이제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요. 저는 선생님이 쓰시는 글에 분명 도움을 받을 겁니다. 다른 선생님의 생각을 읽는 것만으로도 영감을 받게 됩니다.

 

블로그 글은 발행되는 순간 ‘완성된 글’로 간주되기는 하지만, 저는 완결된 생각을 발행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글쓰기의 과정은 생각의 과정을 드러내고, 글로 써봄으로써 내가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블로그를 쓰는 일에서 가장 큰 혜택을 받는 사람은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데, 열린 공간에 글을 쓰는 게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이런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무엇에 대해 써야 할지 모르겠다 생각하실 겁니다. ‘느낌’만 쓰려니 느낌이 없는 날이 많을 수도 있고, 느낌이 있어도 그걸 표현해낼 표현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쓰거나, 일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서 쓰면 좋겠습니다. 배우고 있거나 읽고 있는 것에 대해서 써도 좋겠습니다. 저는 책을 다 읽고 나서보다 책을 읽는 와중에 ‘와, 이 책은 추천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책을 읽는 중간에 추천하는 글을 쓰면, 스포일러도 방지하고 아주 좋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이 나의 글로 나를 판단할까 겁이 날 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되도록 쓴 글을 다시 읽지 않으려고 할 때가 많습니다. 매일 반복해도 맞춤법이며 띄어쓰기는 왜 그렇게 많이 틀리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른 분들의 글을 읽을 때를 생각하면, ‘글로 다른 사람을 판단’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글 한 편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담고 있는 내용이 선동적이고 남을 깍아내리는 데 열중한 글이 아니라면, 그 글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지만 생각합니다. 혹 재미가 없더라도, 끝까지 읽고 ‘뭐 이런 글을 쓴 거야.’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안 읽고 스크롤한 다음 재미있을 만한 글을 찾습니다. 정 내가 노출되는 게 싫다면, 나의 본캐를 밝히지 않고 글을 써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분명 한 가지 방법이 될 겁니다.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매일 아침에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저는 늘 밤에 글을 씁니다. 딸을 재우면서 오늘은 무엇에 대해 써볼까 머릿속을 뒤져봅니다. 그리고 소재가 생각나면 머릿속으로 질문을 이어가 봅니다. 두리뭉실하게 좋다 싫다고 끝맺지 않고 좀 더 적확한 생각을 해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글을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분 정도입니다. 20분의 시간을 내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좀 짧게 써보면 되지 않을까요. 글을 쓰기 쉬운 세팅을 미리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이런저런 무선 키보드를 바꿔가며 글을 쓰기도 했고, 글 쓰기 위해서 노트북을 새로 사면 어떨까까지 생각해봤습니다. 지금은 아이패드에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 붙여서 글을 쓰는데, 정말 순식간에 ‘글쓰기 모드’로 돌입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기다립니다

주변에 친한 분들에게 모두 블로그를 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글을 읽는 게 즐겁습니다. 특히나 같은 지역에 사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글을 읽으면 많은 정경이 익숙합니다. 이웃에 사는 분들을 끌어들였으니, 이제 비슷한 일을 하는 분들도 더 만나고 싶습니다. 아마도 많은 선생님들이 블로그를 하고 계실 겁니다. 그분들도 결국 블로그 공간에서 만나게 되겠지요. 한데, 지금 이 글을 읽는 선생님, 아직 시작 안 하셨다면 시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선생님의 글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