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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자전거

새 자전거랑 친해지려 해맞이공원 가는 길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붙어서 이번 추석 연휴는 좀 길어진 것 같다. 그래도 쉬는 시간은 언제나 별 거 한 거 없이 흘러가는 것 같다.
딸은 우리 온 가족이 같이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했고, 그래서 오늘은 이웃집에서 자전거 한 대를 빌려 우리 가족 네 명 모두 자전거를 타고 갔다. 여유있게 다녀오기 위해서 집(초전동)에서 진주문고 혁신점(충무공동)까지만 가기로 했다. 아직 아내는 자전거가 익숙치 않다. 오르막을 제대로 오르지 못하고, 내리막을 자전거로 타고 가지 못한다. 반대편에서 사람이 오면, 대개는 멈춰야 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문제…. 기어 변속을 하지 안(못) 한다.

진주문고 혁신점이 있는 빌딩에 도착해서, 온 가족이 팔공티에 들어가서 음료를 마셨다. 아내는 더 앉아서 쉬고,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진주문고로 가서 책을 샀다. 그리고 집으로. 집으로 오면서는 아내는 더 힘들어 했다. 기어를 변속하지 않으니 힘을 주어 페달링 해야 했고, 그만큼 빨리 지쳐버렸다. 게다가 안장통까지.

아무튼 집으로 오기는 했고, 그사이 점심시간이 되어 버렸다. 자전거를 타기는 했으나, 나에게는 한참 부족했다. 어제 부산에서 가지고 온 나물을 잘게 자르고 볶아서 볶음밥을 만들어 밥을 먹이고, 조금 쉬다가 혼자 자전거를 타러 가기로 했다.


천수교를 바라보며 휴식


맑기만 한 줄 알았는데, 잠깐 하늘이 어두워지기도 했다. 제이미스 오로라를 동네를 벗어나서 탄 건 이번이 두 번째다. Brooks B-17 안장으로 바꾸고는 처음으로 좀 긴 시간 달렸다. 순정 안장은 안장통이 심했고, 안장을 바꾼다고 바로 나아지지는 않았다. 스펙에 따르면 자전거 사이즈는 내게 맞는데, 아무래도 아직 드롭바 포지션에 적응이 안되어서 너무 팔을 쭉 뻗게 되고, 자세가 불편했다. 일단 안장을 최대한 당겨서 핸들바와의 거리를 좁혔다. 일단 그랬더니 지난번 탈 때보다 훨씬 나았다. 이상한 점은 제법 센 힘으로 시트를 고정했는데도 자꾸 시트가 움직인다는 점이었다.


여행온 듯한 논밭뷰


일단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는데, 어디로 갈 지는 정하지 못했다. 대평코스를 돌면 좋겠지만, 아직 이 자전거와 그닥 친하지 않아서 대평은 무리일 것 같았다. 그리고 아내에게는 ‘잠깐’ 타고 온다고 했는데. 강변 자전거길을 따라 가다 보니 김시민대교를 지나고, 상평교를 지나고, 곧 희망교에 도착했다. 물박물관까지 갈 것은 아니었고, 평거쪽으로 가는 방향은 사람이 많아서 해맞이고개로 향하기로 했다. 오르막을 오를 자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왠지 추석에 어울리는 곳 같았다. 자전거길을 벗어나서 마을 길로 들어서니 논과 밭이다. 마치 여행온 듯 새로운 풍경에 기분이 좋아졌다.



해맞이 공원에서

최대한 내리지 않고 가려고 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내려서 끌어야 했다. 이런이런. 브롬톤 6단(50T)로도 제대로 오르지 못했었다. 그때보다는 나았지만, 오르막은 역시 힘들다. 추석이라 그런가 언덕을 오르내리는 차들이 제법 있어서 와리가리로 오를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런 뷰에 보상받는다.

아직도 꾸며야 할 부분(프론트 렉, 타이어는 검월 등)이 있지만, 제법 보기에 좋다. 자전거는 클래식한 느낌인데, 내 의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일상복을 입고 유유히 타야 제대로 즐길 수 있을텐데. 곧 가을이 깊어지면, 출근하는 복장으로 타고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타이즈와 신발

여름에 사뒀지만, 제대로 입지 못한 타이즈. 내 다리는 이미 많이 타버려서 누가 봐도 밖에서 일하는 사람 같다. 가을 햇볕도 따가우니 오늘은 타이즈를 입었다. 자전거를 타기 위한 별도의 신발은 없는데, 내가 꾸준히 사서 신는 신발은 나이키 에어포스 원이다. 바닥이 제법 단단하고 어떤 옷에나 잘 어울리는 편이다. 신발이 좀 무겁기는 하지만, 바닥이 단단해서 자전거 탈 때도 좋다. 오래 신어서 새로 한 켤레를 샀지만, 새 신발은 아까워서 늘 신던 신으로. 땀이 잔뜩나서 신발을 벗고 좀 휴식.


제이미스 오로라 전면

제이미스 오로라는 바엔드 쉬프터를 사용한다. 드롭바에 적응이 안될까도 걱정이었지만, 바엔드 쉬프터도 적응이 어려울까봐 걱정이 됐었다. 후드를 잡고 있다가 변속을 하려면 손을 뻗어 쉬프터를 누르거나 당겨야 해서 기어 변속 속도는 느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오르쪽 뒷드레일러 변속은 그닥 어렵지 않다. 왼손 한쪽으로 핸들을 쥐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그닥 어렵지 않기 때문에, 오른손을 쓰는 것은 쉽다. 그런데, 왼쪽 앞드레일러 조절은 쉽지가 않다. 오래 타면서 자전거를 통제하는 데 더 적응이 되어야 겠다.

일단 급해서 라이트를 그냥 사기는 했는데,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일단 저걸 계속 쓰더라도, 나중에는 위치를 바꿀 생각이다.


에너지바와 귤


내 자전거 가방에는 늘 파우치를 넣어 다니고, 그 안에는 간식이 있다. 늘 자전거 출퇴근을 하는데, 배가 고프면 당췌 자전거를 탈 수가 없다.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에너지바를 하나 먹고 귤도 하나 먹으면서 몸을 쉬게 한다.

추석 인사를 하다가 아는 분도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엠비씨네 근처에서 만나 콜라나 한 잔 하기로 했다. 지난 자가격리 전에 만나고 거의 두 달 만이었다. 반갑기도 하고, 자주 볼 수 없어서 아쉽기도 했다. 콜라를 마시며, 추석, 차례, 성묘, 자전거,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집으로 왔다. 50킬로도 안되는 거리인데, 아직도 안장이 불편하고, 자세도 편하지 않아서 썩 편안한 라이딩은 아니었다. 몇 차례 더 타면서 핸들바도 시트도 조정해야 좀 편해지지 않을까. 무엇에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적응하기까지의 시간은 힘들고 피곤하다.

아직도 휴일이 이틀이나 더 남았는데도, 나는 이미 휴일이 끝나고 나서를 생각하고 있다. 현재를 즐겨야 하는데, 도저히 집중이 안되는 모양이다. 어떤 이유에서는 내 마음이 좀 약해졌거나, 내가 좀 피곤한 게 아닌가 싶다. 오늘은 일찍 잠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