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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못 치는 피아노라도, 좋은 휴식이 된다

Simply piano

피아노 연습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모자름이 많다. Simplepiano라는 앱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게 한 3년 전이다.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육아휴직을 할 때였으므로, 3년 전이 맞겠지. 작년에는 복직을 하게 되면서 피아노 연습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 올해도 학교가 바빠서 자주 연습 아니 학습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이 앱으로 연습하면 10분만 해도 10분을 연습했습니다. 잘 하셨어요. 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보통의 사용자들이 하루에 10분 정도도 연습을 못하는 것 같다. 그런 데이터가 있으니, 사용자가 10분이라도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보상(칭찬)을 하는 것일게다. 사람들이 연습을 안 한다는 말은 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이고, 앱을 사용하지 않으면 결국 구독결제를 해지하게 될 거니까. (이 앱은 연단위 구독 서비스인데, 일년에 $100 정도 되는 것 같다. 찾아보지는 않음. 자동으로 매년 결제 중 >.<)

코로나 이후로 하루하루가 이전과 또 다른 어려움이 가득한데, 오늘은 또 달랐다. 학교에 확진자가 생기면서, 전 교직원과 학생이 선제적 전수검사의 일환으로 모두 검사를 받았다. 점심 급식이 안되게 되면서, 학생들의 하루 일정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학생들은 등교해서 1교시부터 5교시를 몰아서 한다. 쉬는 시간은 10분, 수업 시간은 40분. 아무리 온라인 수업으로 공부를 한다고 해도 학교에 등교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활동이 된다. 일단 학생들의 얼굴을 보고, 출석을 확인하고, 부모 외에도 학생에게 신경을 써주는 교사가 있으니 등교는 정말 중요한 활동이다. 점심시간은 2시간인데, 점심을 주지 않으므로 이 시간이 귀가 및 점심 식사 시간이 된다. 그리고 6, 7교시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처음으로 진행되는 일정이라 정신이 없다. 때마침 시험이 끝난 주간이라 학생들의 성적도 빨리 확인해야 하고, 사실상 3주만에 학교에 등교했기 때문에 정신이 없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오는데, 늘 내 마음을 달래주는 건 자전거를 타고 퇴근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간식을 먹고 딸과 놀다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오랜만에 앉아서 연습하는 거라, 지난번에 했던 진도를 다시 복습한다. 오늘은 플랫과 샾을 연습합니다. 손가락은 자꾸 자리를 못 찾는다. 그래도 앱이 알려주는 대로 연습을 한다. 앱으로 피아노를 배운다고 하면 못 믿을 사람이 있겠지만, 이 앱으로 피아노 배워서 연주자가 될 것도 아니니, 아름다운 폼이나 정말 듣기 좋은 소리는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코드를 보고 손가락을 얹고, 악보를 보고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으면 된다. 그 과정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 만든 앱이 아니라서, 팝음악이 많은데, 대개의 경우 내가 아는 음악들이다. 가장 열심히 연습하고 있던 곳은 Falling Slowly였는데, 오늘 플랫과 샵을 연습하면서 더 어려운 곡도 연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Summer Time을 연습하는데, 너무 좋았다. 내가 피아노를 연주한다고 해서 내 피아노 소리만 들리는 게 아니다. 이 앱은 적당한 반주를 넣어서 내가 피아노 파트를 연주하면 제법 괜찮은 한 곡의 음악이 된다. 마치 내가 잘 쳐서 듣기 좋은 것 같은 착각을 하면서 음악에 귀기울이게 된다. 그렇게 한 40분을 연습한 것 같다.

평소에도 내가 피아노를 연습하고 있으면, 딸이 와서 쿵쾅대며 자기도 쳐보겠다고 한다. 그러면 양보하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평소 피아노 학원을 다니는 아들도 와서 좋아보이는 음악을 연주한다. 처음 들어보는 음악을 치는 거라, 박자는 가끔 틀릴 때도 있지만, 역시 학원에서 배워와서 그런지 나보다 훨씬 잘 친다.

지치고 피곤할 때, 쉰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안해야 할 것 같지만, 아무 것도 안 하는 일이 쉼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육아휴직을 했을 때도 아이들을 모두 유치원과 학교에 보내고 나서 살림(현재는 유지하는 일) 빼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그런 하루는 그렇게나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수영도 배우고, 책도 더 읽고, 피아노도 배웠다. 배우고 익히면서 내가 알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늘여갈 때 그게 정말 쉼이 되었다.

내일도 자전거 타고 출근할 수 있고, 틈을 내어 피아노를 연습할 수 있을거라 행복하고 감사하다.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부를 수 있으면 좋겠다. 한 10년이면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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