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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고속도로에서 정숙

아빠에게 가는 길이었다. 비가 오랜만에 세차게 내려서 인지, 고속도로에서 2건의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금요일부터 거의 매일 부산을 왕복하고 있고, 나도 모르게 체력도 집중력도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운전을 더욱 조심하려고 하고 있다.

병원가는 짐가방

오늘도 가방 세 개를 싸서 부산으로 출발했다. 아빠가 과일을 잘 안 먹고 있어서 진주의 자랑 딸기를 사갔다. 짐 하나에는 휴대폰, 차키, 지갑. 다른 하나에는 아이패드, 전자책. 나머지 하나에는 혹시나 자고 올 때를 대비해서 갈아입을 옷과 잘 때 입을 옷.

먼 거리를 운전하니 몸이 피로한 것도 있지만, 사고가 날까봐 겁이 난다. 아빠의 사고를 보고 나니, 그저 몸을 다칠 가능성을 줄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나도 제법 빠르게 달렸던 것 같다. 사고의 위험도 그만큼 높았겠지. 다행히 내가 사고 일으킨 적 없이 잘 지내왔지만, 사고를 당한 적도 있고, 크게 당할 뻔 한 적도 있다. 고속도로에서 사고의 위험성은 속도에 있다. 고속도로이긴 하지만, 천천히 달리는 게 좋다.

니로를 사면서 운전 습관이 제법 바뀌었는데, 우선 연비에 신경쓰면서 운전을 하게 되어서 그렇다. 니로는 살살 운전하면 연비가 리터당 24, 25킬로까지 나온다. 그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니로의 경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있다. 고속도로에서 100킬로 맞추고 달리면, 앞 차와의 거리를 계속해서 속도를 줄이거나 높이거나 한다. 차 선으로 차가 끼어들어도 믿을만 하게 반응한다. 핸들만 잡고 있으면 핸들링도 차가 알아서 한다. 그래서 대개 110으로 두고 크루즈 주행을 하면, 실제 속도는 105 정도 나온다.

올란도에는 그냥 크루즈 컨트롤이 있다. 앞 차가 느리면 내가 속도를 줄여야 한다. 처음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보다 훨씬 못 하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는 않았다. 니로의 경우, 크루즈 콘트롤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크루즈 컨트롤 모드가 풀린다. 그래서 크루즈 콘트롤을 다시 설정해야 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하지만, 올란도의 경우 브레이크를 누르면 속도가 줄어들기는 해도 크루즈 컨트롤이 해제 되지는 않는다. 잠시 감속했다가 다시 핸들에 달린 Reset 버튼을 조작하면 설정한 속도까지 가속한다. 고속도로에서 100킬로로 맞추면 실제 속도는 95킬로를 조금 넘고, 그 정도 속도에서는 추월할 필요도, 앞차의 속도가 느리게 느껴지는 경우도 없었다. 물론 내 뒤에서 나를 보는 차는 내 차 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세팅은 100킬로니, '저속'차량은 아니다.

어느 부족 격언 중에 '썩은 나무 아래에서는 절대 자지 말라' 비슷한 게 있었다. 당장 그 나무가 쓰러지지 않겠지만, 위험한 상황에 노출이 많을 수록 위험이 닥칠 가능성도 높아진다. 차를 운전 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상황이 아니다. 그저 100킬로 속도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오늘 특히 비가 많이 와서 실제 속도가 85킬로 정도 떨어진채로 주행한 구간이 제법 있다. 그때 안 사실이지만, 그렇게 조심해서 운전하는 차들이 제법 많다는 점이다. 비가 와도 별 일 있겠어 생각하며 120, 130으로 달리는 차들도 있는데, 그런 차들보다는 제 정신인 차들이 많았다. 오늘은 나도 그들 중 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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