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외면일기

2022년 회고: 고교학점제, 교육과정부장

타츠루 2022. 12. 31. 23:25
여수 장도에서 나

2022년 마지막 날이다. 한 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 지 가늠해 보지 못한 채로 한 해를 시작했으나, 어떻게든 한 해의 마무리는 하고 싶다. 익숙한 것들에 대한 안도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바뀐 것들에 대한 어색함은 통증에 가깝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일: 교육과정부와 교육과정부장

교육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부장을 맞게 되었다. 고교학점제에 대해서도, 선택교과 중심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었다. 새학년 워크숍을 준비하기 위해 급히 총론을 읽고, 지침을 읽으며 공부를 하기는 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에 대해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내가 해야 하는 업무, 하고 싶은 업무, 할 수 있는 업무에 대한 감이 너무나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문에 발맞춰 나가면서 간신히 업무는 지속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진행할 사업에 대해 미리 더 구체화 하지 못핬다는 점, 그래서 사업비 사용도 좀 더 세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다른 선생님들과 소통하는 게 그다지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선생님들이 나를 좋게 평가 해주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가 하는 일이라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는 분도 있었고, 그런 참여가 큰 힘이 되었다. 교육과정 전학공을 만들 때도, 독서 모임을 할 때도, 교내 교육과정 박람회를 진행하려 할 때에도 자발적으로 와서 도와주겠다는 선생님들이 있었고, 그래서 힘이 되었다.

교육과정부 일이란, 시수계산을 할 때에야 비로소 모두 관심을 갖게 되는 영역이다. 결국 연말로 다가가면서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되고, 연말이 되다보니 여유롭게 결정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그 와중에 학생들의 선택이란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교육청의 정책방향이 어떻게 학교에서 잘 펼쳐지게 하려면, 더 세세한 관심과 조율,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가족: 딸과 아들의 성장

딸은 올해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들이 1학년이 될 때에는 아내가 휴직을 했었고, 그래서 아들은 돌봄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더 많은 엄마의 보살핌을 받을 수가 있었다. 딸은 그러지 못해서 마음이 쓰였다. 방학 때도 돌봄을 받으러 학교에 가야 하는 딸은 방학 때는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도 좋아하고, 친한 친구도 있고, 밥도 잘 먹는다. 규칙도 잘 지키고 말썽쟁이들을 보면서 분개해 마지 않기도 한다. 올해 피아노 학원도 다니기 시작하면서 연습도 열심히 한다. 미술학원 선생님이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하자 자신이 가진 전재산인 1,400원을 수술비에 보태겠다고 말하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딸은 올해 두 발 자전거를 타게 되었고, 겨울이 되기 전에는 열심히 자전거를 탔다.

아들은 나와 천왕봉에 올랐다. 3학년 때도 올랐던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작은 배낭도 매고 산을 올랐다. 평소 등산을 하는 게 아니라 힘들 법도 한데 정말 잘 참고 올라가줬다.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태권도는 이제 쉬고, 9월부터는 농구를 배우고 있다. 좋아하는 형과 함께 다녀서 그런지 재미가 있다고 한다. 농구를 다니기 전, 집에서 슬램덩크 전편을 읽은 것도 좋은 자극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마도 내가 비폭력대화 책을 읽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부터 아들과의 관계도 한층 더 좋아졌다. 첫째인 아들에게 바라는 바가 점점 많아지고, 그래서 아들을 다그치는 경우도 많았는데, 올해 중반부터는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정도 때부터는 아빠와 좀 서먹해졌던 것 같다. 목욕탕도 친구들과 가기 시작한 게 그쯤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아들을 안아주고, 간지럽히며 논다. 그리고 어디를 가든 아들과 둘이 갈 때면 손을 꼭 잡고 다니는데, 나는 그게 너무 좋다.

아내는 학교에서 예상할 수 있는 어려움을 늘 겪고 있지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군 생각없이 하는 스타일 이라 나를 많이 걱정시키지는 않는다. 해야 할 일을 해야 해야 하는 성격. 망설임없이 늘 실천하는 사람이라 그게 부러울 때가 많다.

오늘은 내가 갑자기 가족모임을 소집했다. 올 한 해 우리 가족이 이룬 성취, 함께 나눈 즐거웠던 시간들이 무엇이었는 지 기록하고, 사진도 모두 돌아보면서 앨범 폴더를 하나 만들었다. 가족들에게 그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진도 같이 봤다. 엊그제 같이 가깝게 느껴지는 일도 있고, 까마득하게 기억도 나지 않는 이벤트도 있었다. 그렇게 돌아보고 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몸으로 말해요 게임을 했다. 올해 있었던 일 중에 하나를 몸으로 표현하는 것. 나는 아들과 천왕봉에 오른 일, 아내는 딸의 초등학교 입학을 문제로 냈다.

나의 발전

바쁘고 여유없는 생활을 하면서 책을 적게 읽었다. 끈질기게 책을 붙들고 있어야 했을 것 같은데, 그러지를 못했다. 그렇지만, 어쨌든 먼북소리 모임을 매달 진행했고(코로나 때문에 한 번, 아들 독감 증상 때문에 또 한번 내가 빠진 적이 있다.), 학교에서 교사 독서 모임도 결국 만들어서 2번의 모임을 진행했다. 많은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읽는 일에서는 발전과 성취를 이뤘다. 다른 사람과 함께 읽으려고 애쓴 나를 칭찬한다.

어느 때보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기 좋은 환경이라, 올 해에는 자전거 출퇴근을 열심히 했다. 스트라바 누적 기록을 보니 올해 자전거를 3,296km탔다. 라이딩 횟수는 362회, 시간은 178시간 42분, 상승고도는 37,105m. 적어도 일주일에 네 번은 자전거를 탔다. 샤방하게 출퇴근만 하는 수준이라 체력이 늘었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퇴근하는 시간은 하루 중 가장 편안하고 위안이 되는 명상 같은 시간이 되었다. 내년에는 더 많은 거리를 자전거로 달리고 싶다.

담임을 하지 않고 부장교사를 하게 되면서,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는 경우보다 다른 선생님들과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더 적극적으로 더 많은 시간 동료 선생님과 시간을 썼다면 하는 아쉬움은 약간 있지만, 선생님들을 대하면서 마음이 불편했던 적이 없다. 동료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야기를 듣는 부분은 즐거운 경험이고, 내 효능감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교육과정 협의를 위해 논의가 뜨거워지고, 자칫 서로 감정이 상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잘 조율하고 회의를 잘 진행했다. 어렵게 생각하는 문제였지만,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바쁜 가운데, 외부 공개 수업도 2번을 했다. 수업은 언제든 공개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쉽지는 않은 일이다. 내 수업을 보러 와주시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다른 사람의 수업을 보고 배우고 발전하려는 선생님들이 있다는 데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분들과 어떤 협력을 할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내년에도 올해만큼 수업을 공개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다른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내년이 되면..

올해의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는 수업 연구를 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과 업무 진행에 대한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아직 2022학년도 마감도 채하지 못했지만, 내년 3월은 좀 더 준비가 된 상태로 맞이하고 싶다. 어떤 학년을 맡게 될 지 모르겠지만, 수업 준비를 위한 시간도 더 마련하고 싶다.

비폭력대화, 수업 연구, 고교학점제 및 교육과정 운영, 그리고 퇴근 후 시간과 주말은 온전히 가족과 보내는 시간. 이게 내가 힘을 쏟고 힘을 쏟아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