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련/Smart Tools

Clubhouse 에서 아는 사람과 마주치다

토로록알밥 2021. 2. 8. 23:32

 

https://storage.googleapis.com/proudcity/elgl/uploads/2021/02/https___cdn.cnn_.com_cnnnext_dam_assets_210127110153-clubhouse-app-restricted.jpg 

 

페이스북도 끊고, 인스타그램도 끊어 놓고서 오늘 갑자기 Clubhouse 앱을 설치했다. 

클럽하우스는 음성을 기반으로 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다. 거액의 투자를 받고, 유명하다는 사람들이 '활동'하면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게다가 이미 가입한 사람들의 초대가 있어야 가입 가능하다는 '희소성' 때문에, '일단 들어가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설치하고 일단 '가입대기'를 신청하면 된다. 이미 가입한 '나의 친구'(연락처에 저장되어 있거나, 다른 소셜미디어를 통해 닿아있는)가 나를 승인해줄 수도 있으니 일단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오후가 되니 가입이 되었다. 감사합니다. Top Kim 선생님. 그리고 들어갔는 데, 이게 뭘 하는 건가 싶다. 대충의 설명을 읽을 적이 있어서 기웃기웃해본다. 내가 미리 선택한 관심사에 따라 나에게 '클럽'을 추천한다. 그리고 이미 내가 알고 있던 사람들 중 이미 클럽하우스에 가입된 사람들을 follow 할지 묻는다. 그렇게 잠시 돌아다녀 본다. 

문자나 전화, 뉴욕타임즈를 제외하고 모든 알람을 꺼뒀다. 그런데 클럽하우스에는 알람을 허용했다. '배우는 자세'로 임하려면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 그리고 연락을 받았다. 오래전(이라고 하면 내 기억에는 10년도 더 전에)부터 트위터에서 연락하고 지내며 알던 분과 한 방에서 만났다. 서울에 갈 일이 있었을 때, 그분들을 만나는 게 아주 중요한 일이었던 적이 있다. 소셜 네트워크를 떠나며 그리운 사람들, 소식이 궁금한 분들이다. 갑작스럽게 '실시간'을 만나니 새롭고 반갑고 새롭다. 

 

짧은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나는 '음성으로,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소셜네트워크'의 장점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짧은 텍스트 메시지의 세상이 되면서, 우리는 전화보다도 텍스트 메시지를 더 선호하게 되지 않았나. 아, 우리가 아니라 나는 그렇다. 나는 가족의 전화가 아니라면, 갑작스럽게 걸려오는 전화는 '받고 싶지' 않다.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는 받지 않는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 만나서 내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를 하는 게 유일한 목적이다?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라면 별로 기대되는 게 없다. 

Zoom으로 진행하는 화상회의보다는 더 나을 것 같기는 하다. Zoom 은 회의 시작과 동시에 내 집으로까지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가상 배경을 쓸 수 있다고 해도 소용없다. 결국 내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 가족과의 통화가 아니라면, Zoom도 별로 편하지 않다. Zoom으로 하는 대화보다는 '말로만' 하는 대화가 낫지 않을까. 별다른 준비 없이 '내 목소리'만 준비하면 된다. 

한 시간 가량의 대화방을 사용해 보고 나서 

주제는 문화/일상이었다.만 책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결국 학교로 이어졌다. 당연하다.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면 이런 점이 좋다. 나는 무슨 생각을 하든, 무엇을 읽고 쓰든 결국 자기 교실을 바꾸려고 궁리하는 선생님들이 좋다. 그런 생각들이 모두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한 분이 작년에 읽었던 여러 좋은 책들 가운데 기억에 남는 책으로 '특권'(셰이머스 라마 칸)에 대해 이야기 하셨다. 나는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추천받은 책은 Success and Luck (Robert H. Frank)이다. 

말로만 하는 것이라 Zoom보다 눈치게임이 더 필요했다. 일단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야 한다. Zoom의 경우에는 누군가가 말을 할 경우, 한 사람의 음성만 제대로 입력된다. 그에 비해 Clubhouse는 여러 사람이 이야기해도 모두 수음이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런 대화는 듣는 사람에게는 괴롭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일단 말이 끝날 때까지 듣는 게 좋다. 경청의 기회를 제공한다. 다른 방에서는 재빠르게 진행하며 서로 말을 끊는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천천히 기다리며 말이 끝나기를 기다릴 수 있어서 좋았다.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도 좋았다.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사람들의 모임인 '클럽', 대화를 위한 '방'이 있고, 대화방을 여는 사람은 누가 말할지, 누가 듣기만 할 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런 통제권은 다른 서비스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어떻게 사용할까'의 문제는 좀 돌아다니면 해결이 된다. 목소리만 쓰는 만큼 재미있는 클럽들도 있나 보다. 

- 성대모사 클럽도 있다고 

- Language Exchange 클럽도 흥미로울 것 같다 

이 서비스가 어떤 형태가 될까. 결국 '말할 거리가 많은 사람'이나 '기존에 이미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여기서 분위기를 주도하고 인기를 끌 지도 모르겠다. 그게 그들에게 어떤 이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 같은 '보통 사람'이 활용할 방법도 분명 있겠다. 반드시 이 앱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목소리 만으로' 독서 모임을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럿이 모여 책을 낭독하는 것도 가능하겠고. 무엇을 사용하든 누구를 만나서 이야기하느냐가 중요하다. 오늘 대화가 즐거웠던 것은 모두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 것. 

 

 

더 알게 된 것 

- 미시북클럽 : www.missybooksori.com/ skype 기반의 온라인 독서클럽 사이트 : 대화에 참여한 한 분은 여기 북클럽에 가입해서 새벽 6시에 일어나 Lab Girl을 돌아가면서 낭독하고 있다고. 재미있을 것 같다. 

 

Missy BookSori | Skype Reading Book Club

Missy BookSori: 미씨 북소리 매일 영어책을 1시간씩 소리내서 읽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같이 확인해보지 않으실래요? #온라인원서낭독북클럽 #Skype Reading Book Club

www.missybooksori.com

- 혼술하기에는 '위스키'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