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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졸업식이 끝난 학교의 2월 풍경

토로록알밥 2021. 2. 4. 20:52



그래도 플래카드는 붙어 있었다.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평소 같으면 운동장은 사람으로 가득차야 한다. 웃으며 울며 혹은 울며 웃으며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잡아 당겨 사진을 찍는 것 아닌가 싶을 생각이 들만큼 찰칵찰칵 셔터 소리가 울린다. 누구는 꽃다발을 여러개를 받아 들고 있고, 누구는 미처 전달하지 못한 꽃다발을 들고 선배를 찾으러 뛰어 다닌다. 세상에서 처음 보는 머리 색깔, 요란한 화장, 처음 보는 사람같은 사람이지만 아마도 웃고 있는 사람들은 졸업생일 것이다. 언제 다시 만나게 될까. 서로 다시 보자 기약을 하기는 하지만, 정말 언제 다시 보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선생님에게 졸업장을 받고 짧지만 마지막 인사를 한다. 선생님에게 인사하며 우는 학생도 있고, 졸업장 따위는 친구편에 받는 학생도 있다. 창가로 늘어선 부모님들은 아이들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점심으로 뭘 먹으러 가면 좋을까?’ ‘주차장에 대놓은 차를 빼는 데 시간이 너무 걸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면서.

현란한 머리색깔도, 진한 화장도 있지만, 주차장을 가득 채운 차도 없고, 복도에 몰려든 학부모도 없다. 간신히 학생과 담임선생님만 있다. 인파도 떠들썩함도 없다. 교장 선생님의 졸업 축하말씀은 방송으로 전송된다. 학생들은 방송에 집중하고 있을까.

학생들은 다시 어떤 자리에서 서로를 맞이하게 될까. 개강하면 대학교에 갈 수가 있을까? 캠퍼스를 밟아볼 수 있으까? 여러 대학들이 신학기도 온라인으로 진행할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에 입학한 학생들은 내리 2년을 온라인으로 수업하게 된다. 모든 대학의 사이버 강의화다. 작년 학생들은 ‘새내기’를 21학번에게 넘겨주게 된다. 하지만 뭐 큰 차이가 있겠나. 어차피 서로 얼굴을 마주할 기회도 없다. 긍정적인 효과도 있겠다. 새학기 될 때마다 지나친 음주로 신입생이 죽는 사고가 있고는 했다. 위험한 일이 없으니 그런 사고도 없겠구나. 차라리 고립되어 위험한 사례가 더 늘겠지. 그게 집계가 될 지 몰라 걱정이지만.

2월 졸업은 이제 새로운 한 학년을 알리는 신호다. 선생님들은 짧은 봄방학이지만, 그간 쌓였던 피로를 어떻게든 처리하려고 한다. 물론 그것도 생활기록부 입력을 모두 마쳤을 때 가능한 일이다. 기본 기록이 모두 제대로 기록되었는 지 살펴보고, 학생들에게 점검한다. 겨울방학까지 입력된 교과목 세부특기 사항, 동아리 특기 사항 등을 살펴본다. 오타는 없는지, 중요한 활동인데 빠진 것은 아닌지 살펴본다. 그러고도 오류는 없는 지 돌려보고, 각 특기사항은 다시 다운 받아 맞춤법을 다시 살핀다. 그리고 혹시나 모자란 부분은 없는지 계속보며 수정한다.

봄방학 동안 인사 발표가 난다. 교감이 교장으로, 교장이 장학관으로, 승진이 아니라도 자리가 바뀐다. 교사들도 지역을 바꾸고 학교가 바뀐다. 요즘에는 새학기 맞이 연수라고 새학년도를 시작하기 전에 학교 별로 3, 4일 정도 연수가 진행된다. 새학기 비전을 나누고 새학년도 계획을 세운다.

두번째 맞이하는 코로나 학기지만, 아직도 결정해야 할 게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두번째 맞는 새학기이기 때문에 작년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지 않을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할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세밀한 지시가 공문으로 내려오고, 그보다 더 디테일하게 일상을 챙겨야 한다. 올해에는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체육대회를 할 수 있을까? 수학여행은 갈 수 있을까? 일단 교육과정에 날짜는 잡아놓겠지만, 그게 가능할지 의심스럽다.

아마도 가장 지친 사람은 코로나와 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 일 것이다. 의료진은 아니지만, 코로나 확산을 막고 환자들을 보조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을 것이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힘들게 견디고 버티고 싸우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봄방학’이란 용어는 사용이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쉬지 않기 때문에. 학교 오기 전에 자가진단 해야지, 마스크 해야지, 발열 체크 해야지는 잠시나마 하지 않아도 된다. 교사의 마음과 머리 속은 곳간과 같지 않을까. 일년 동안 쓰다 보면 곳간이 비어 버린다.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쏟는다. 무엇이든 ‘쏟을 수 있는 것’들은 대개 ‘제한된 양’이 있지 않던가. 한 교사가 일 년 동안 쏟아 부을 수 있는 마음의 양은 얼마나 될까. 그걸 채우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3월은 거대한 파도 같은 시간이라, 3월 동안 교사들이 자주 입에 달고 하는 소리가 ‘쉴 틈이 없다’다. 담임이라면 ‘쉴 틈이 없다.’ 라는 소리도 할 틈이 없다. 2월을 이대로 보내면, 제대로된 3월을 맞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