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47

진주 대평fm, 자전거 타는 게 즐겁다

그럴 생각은 아니었다. 가보지도 않은 구간을 자전거로 탈 계획은 아니었다. 가방에는 아이패드, 오늘 입었던 옷이 들어 있었다. 늘 그런 것처럼 브롬톤 앞에 달린 C백은 무겁기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방 속에 언제라도 먹으려고 챙겨둔 간식이 있어서 시도해볼 수 있었다. 급식으로 밥버거가 나왔다. 1개가 정량인 것 같았지만, 나는 2개를 먹었다. 자전거를 탈 때는 소모되는 열량보다 더 많은 양을 더 자주 먹게 된다. 자전거는 살 빼는 운동이 아니라 튼튼해지는 운동. 대평FM코스는 물박물관 쯤에서 시작해서 진양호를 오른쪽에 끼고 달리는 구간이다. 사실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 지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다. 스트라바 맵에 표시되어 있으니 어떻게든 길을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물통에 시원한 물을..

진주, 브롬톤 자출 자퇴, 할아버님들, 진주의 속살, 이동의 자유

오늘은 퇴근길에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덕오마을 쪽으로 난 자전거길로 조금 더 달렸다. 학교에서 집까지 편도 8킬로미터의 거리는 약간 짧은 것 같다. 한 15킬로면 딱 좋지 않을까? 덕오마을 쪽으로 난 자전거길은 구간은 길지 않지만, 나무데크가 굉장히 잘 정비되어 있다. 충무공동-가좌동으로 이어지는 구간에도 데크로 자전거 및 보행로가 만들어져 있는데, 거기와는 다르다. 덕오마을로 향하는 자전거길을 타면 마치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듯 부드럽다. 이 길을 달리면, 진주의 숨겨진 모습을 보게 된다. 작은 도시이지만, 시내 근처로는 사람이 많고 아주 높지는 않지만 건물들이 많다. 하지만, 이쪽으로 접어들면 건물들에서 눈을 뗄 수가 있다. 그저 흐르는 강과 강변을 따라 늘어선 나무들을 볼 수 있다. 마치 섬 주위..

해운대 조선비치 호텔 뷔페 : 카밀리아 방문기

호텔 뷔페라니 나에게는 낯설고 불편하다. 나는 미숙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줄서서 먹는 집에는 가지 않고, 사람들이 너무 붐비는 곳에도 가지 않는다. 한 끼의 가격이 책 한 권의 가격을 넘어가면 분명 비싸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해운대 조선비치 호텔 안의 카밀리아는 내가 가고 싶어 하는 장소는 아니다. 그럼에도 가족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갔다. 1인당 10만원이다. 본전 생각 따위는 안 해야 문화인 같을텐데, 나는 야만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빈속에 뷔페 가는 거 아니다. 아침을 약간 먹어서 장 운동을 활발히 해둔다. 동생이 해변뷰 자리를 예약했다. 모두 9명이라, 4인 기준 테이블에 3명씩 앉았다. 가족모임은 본래 8인까지만 가능하다. 엄마, 아빠, 동생, 매제, 누나 모두 접종을 했기 때문에 8..

여행/국내 2021.06.14

진주 자전거, 커피 모임 : 새벽커피

#새벽커피 사람들과 어울릴 모임을 생각하다가 시작한 모임이다. 하지만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모이지 못하고 있다. 이제 예방 접종 받는 사람도 늘고, 아마 나도 곧 접종을 할 수 있을테니 다시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새벽커피는 토요일 새벽 혹은 아침에 각자 커피를 준비하거나, 커피를 만들 도구를 준비해서 만나서, 커피를 만들어 마시며 잠깐 이야기 나누는 모임이다. 어떻게 목적지에 오든 상관은 없지만 애초 계획은 자전거로 이동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전의 모임들도 자전거로 이동이 쉬운 곳을 골랐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는 않지만 아침을 맞이하기 좋은 곳으로 골랐다. 새벽에 모이니 집을 나설 때는 마치 여행을 가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하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 일어나니 이후 주말 동안 좀 피곤했다. 그래서 ..

하루의 마무리는 장미꽃 한 다발과 찹쌀떡

진주는 작은 도시다. 진주에는 동만 있다. 구는 없다. 진주는 좁은 도시다 아침에 초전동에서 만난 사람을 저녁에 평거동에서도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 얼마전 우리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앞에 고구마를 파는 트럭 장수 아저씨가 왔다. 아내도 아이들도 - 나만 빼고 - 고구마를 좋아하고 잘 먹는 탓에 슬리퍼를 끌고 나가서 샀다. 우리 집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면 잘 보였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사가는 것 같았다. 게다가 아저씨는 사가는 사람들에게 덤으로 고구마를 몇 개씩 떠 끼워줬다. 내려가 보니, 맛도 볼 수 있게 익힌 고구마를 작게 썰어 놓았다. “아저씨, 위에서 보고 잘 팔리길래 왔어요.” (아저씨가 몇 개 더 넣어준다.) “많이 더 넣어주시는 것도 보고 왔습니다.” “많이 파세요.” 그렇게 아저씨는 점심때..

진주 탐험 : 덕곡리, 마진리

오늘은 엉덩이 패드가 덧대어져 있는 속바지를 입고 나갔다. 아주 멀리까지 갈 생각은 아니었지만, 안장에 오래 앉아 있을 것 같아서. 스트라바 앱 데이터를 보면, 자전거 안장에 앉아서 달린 시간은 2시간 20분이다. 그러니 아마도 3시간 30분 정도는 밖에서 있지 않았을까. 아마도 10시 30분을 넘어서 집을 나갔고, 돌아왔을 때는 2시 정도가 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Vincita에서 구입했던 가방을 꺼냈다. 가방이 좀 무겁기는 하지만, 일단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저항을 덜 받으려고 리어랙에 가방을 올렸다. 커피를 조금 탄 물 한 병, 라면을 끓여먹기 위한 물 한 병 더, 봉지라면, 비화식을 위한 바로쿡과 발열제, 오예스 하나, 견과류 하나, 과일음료수 하나, 젖가락, 멀티툴. 이전에도 덕곡리를 지나서..

진주 남강 자전거길 일부..

브롬톤 정비 때문에 근 일주일 동안 브롬톤을 타지 못했다. 그걸 보충하려면 퇴근 시간에는 최단거리가 아니라 좀 둘러오는 코스를 택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렇게나 멋진 강을 가진 진주가 좋다. 요즘 수심도 너무 낮고 유속도 느려서 좀 걱정이 되지만.. 곧 장마철이 되니 나아지겠지. 학교에서 가지고 온 초코파이를 먹으면서 저녁밥은 많이 먹겠다고 다짐했다. 나이 들어서까지 자전거 타는 게 목표. 느리게 가더라도, 내 속도로 가는 게 좋다. 배가 고파져서 집으로 갈까 했지만 조금 더 내려왔다. 강이 아니라 호수 같다. 잘 정비된 데크 길을 자전거로 가니, 마치 나무로 만든 실로폰을 연주하는 기분이다. 새벽커피 모임 하고 싶다. 하늘은 강을, 강은 하늘을 비춘다.

해인사 소리길의 모든 것 : 어디서 시작할까. 아이와 함께 하는 소리길.

아이들과 나 뿐인 해인사 소리길에서 나는 마스크를 벗고 놀랐다.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솔향이 가득하고, 알아보지 못하지만 게운한 숲의 향기가 가득했다. 마스크가 먼지나 비말만 막는 게 아니었다는 걸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일상에서야 향기가 중요한 때가 없었던 걸까. 해인사 소리길에서 오늘 하루 충분히 숲의 향기를 맡고, 여러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들었다. 해인사 소리길 시작하기 작년 8월에 나는 혼자서 해인사 소리길로 갔다. 집으로 얼른 돌아오기 위해서 아침 일찍 출발해서 합천까지 차를 몰았다. 거의 쉬지 않고 걸어서 해인사 경내 북카페에서 커피와 빵을 간식으로 먹고, 내려와서 음식점에서 산채비빔밥을 먹고 돌아왔다. 그렇게 가보니 초등학생 아이라면 소리길을 같이 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취학..

여행/국내 2021.05.23

초전 하나로 마트 확장, 회, 산청맥주

우리 동네 좋은 점 중 하나가 ‘로컬푸드 직매장’이다. 우리 지역 농부들이 생산한 제품을 바로 살 수 있는 건, 다른 마트에서 농산품을 사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다. 모든 제품이 좋고 신선하고 맛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형마트보다는 농협 하나로 마트를 좀 더 응원하는 마음이 된다. 최근 하나로마트는 문을 닫고 확장공사에 들어갔다. 주차장은 더 넓어졌고, 건물도 더 커졌다. 그리고 최근 오픈했는데, 이전에는 1, 2층 모두 매장이었는데, 이제는 1층만 매장이다. 넓어져서 오르내릴 필요가 없어서 장을 보기에 좋아졌다. 그런데, 오늘 진짜 좋은 점을 발견했다. 처음 로컬 푸드 직매장이 생겼을 때, 2층에 회를 취급하는 가게가 있었다. 그런데, 도시락으로 바뀌더니 결국 반찬가게로 바뀌었다. 내가 명실공히..

경남도립미술관 전시 관람 : 이어진 세계, 의심하는 돌멩이의 노래

그림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음악에 대해서도 별로 아는 게 없구나. 하지만 그림 감상은 좋다. 꼭 그림 감상이 아니어도 좋다. 미술관 관람은 마음은 차분하게 해준다. 오늘 나는 미술관에 가고 싶었고, 아들은 과학관에 가고 싶다고 했다. 아내는 밖에서 점심을 먹는 게 싫고, 딸은 아무데도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먼저 과학관에 가는 것으로 계획을 정하고, 점심은 먹고 나서는 것으로 했다. 휴게소에 들르면 간식을 사주겠다며 딸은 설득해 냈고, 나는 과학관에 갔다가 반드시 미술관에 가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창원과학관에서 나오니 시간이 3시 40분이다. 경남도립미술관은 1시간 단위로 관람객 예약을 인터넷으로 받고 있고(시간당 80명), 예약 안 된 인원만큼은 현장에서 관람 신청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었..

여행/국내 2021.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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