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서 좋다
잊힌다. 얼마나 빠르게 잊히느냐는 상관없다. 유치원 선생님도, 초등학교 선생님도, 중고등학교 선생님도 결국 잊힌다. 교사는 잊혀야 하는 존재라고 어떤 교육자가 이야기했다. 강아지 똥풀 속 강아지똥처럼, 사라지고 나서야 꽃을 피운다. 어떻게든 좋은 교사가 되겠다와 나쁜 선생은 되지 말아야지라는 두 축을 오간다. 학생들과 함께 있으면, 당장 나의 역할이 어마어마 한 것 같지만, 결국 학생들은 나를 비롯한 여러 선생님, 어른,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양분을 얻고, 소화시키고, 성장한다. 성장이 빠른 학생도 있고, 늦디 늦은 학생도 있다. 학생들에게 잊혀질 수 있다는 점은 지금의 내 부담을 줄여주는 주문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담임을 했던 학생들을 만나면, 내 눈은 애틋해지고, 내 손은 아이를 불러 세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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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집 치웁시다
귀신의 집 꾸미기는 오늘 아침에도 끝나지 않았다. 학급 부스 운영시간은 10시부터 12시로 정해져 있었다. 학급 단톡에는 7시까지 오라는 반장의 메시지, 왜 안 오냐, 오는 사람 테이프 좀 가지고 와라… 귀신들 분장하고, 귀신의 집 통로를 마무리하느라 테이프를 붙이고, 입구부터 놀라게 할 것들을 준비하고, 안내해 줄 사람을 배치하고, 미션을 완성하는 사람들에게 찍어줄 도장도 준비하고, 와중에 쓰레기를 조금 치우고… 나도 출근해서부터 정신이 없다. 2학년에 좀비학급, 1학년에 우리반 말고 귀신이 하나 더 있었지만, 우리 반이 제일 인기가 좋았다. 학생들 말로는 고퀄이라고 했다. 밖에 기다리니 비명 소리가 연거푸 들려왔고, 교장선생님도 들어갔다 나오시면서 아주 무섭게 잘 만들었다고 칭찬(?)을 하셨다.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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