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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종업식날 읽어준 편지 공개 종업식이라 청소는 했지만, 다 정리되지 않은 교실. 다시 가서 정리하고 치울 건 치워야 한다. 내 자리도 정리해야 하고. 마음은 바쁘지만, 차근차근 일을 하기 힘든 시절이다. 오늘은 학생 한 명이 확진이 나오면서 졸업식을 보지 못하고, 급히 학생들을 보내야 했다. 편지를 준비하지 못했다면, 어처구니 없이 대충 마지막 날을 보낼 뻔 했다. 편지를 읽은터라, 너무 길지 않게 이야기를 마칠 수 있었다. 길지 않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A4용지로 2장 반이었다. 이렇게 일단 여기도 올려둔다. 줌으로 아침 조례를 하고, 카톡으로 종례 사항 전달하면서, 이렇게 해서 아이들 얼굴이나 알아보고, 서로 가까워질 수는 있을까 걱정했었습니다. 그런데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안전한 교실, 편안한 교실이 될 수 있도록.. 더보기
사과데이에 편지받고, 교직에서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다 사과데이 행사가 있었다. 어떻게 정한 걸까. 아무튼 사과 하는 날인가 보다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에 전교 학생회에서 편지와 사과를 가지고 배달을 하러 다니더라. 편지를 모으고 분류하느라 일이 많았겠다. 나에게도 편지가 세 통 와 있었다. 사과를 하는 편지는 아니었고, 사과 데이를 맞이해서 쓴 학생들의 편지였다. 모두 우리 반 학생들에게서 온 편지였다. 생일에 받는 롤링페이퍼가 아닌 편지라 특별한 느낌이었다. 답장도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편지였다. 조금씩 다른 내용이었지만, 모두 같은 내용도 있었다. 학급 학생들에게 하나하나 신경 써줘서 고맙다는 내용. 그랬었나? 나는 한 5, 6년 전 학생들에게서 받은 평가가 생각났다. ‘그다지 학급 학생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표현이 제법 있었다. 아마도 교원.. 더보기
20년 후를 생각하는 17살의 너에게 아침에 엄마가 깨워야 일어난다. 엄마에게 짜증까지 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엄마에게 고맙다고 일어나지도 않는다. 전날 밤늦게 잔 나 스스로를 탓하지도 않는다. 이렇게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생활이 언제 끝날까 생각하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선생님이 되어도 계속 일찍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17살의 나는 월요일 아침 교실로 들어가서 "오늘은 미래의 나에게 글쓰기다. 20년 후의 여러분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한번 글을 써보세요."라고 말하는 모습을 상상하지 못하겠지. 그때 나도 미래를 그려보기는 했다. 너무 가까운 미래, 대학 입학이나 군대 같은 것은 상상하면 약간 겁이 났다.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마치 갑작스럽게 해외로 가게 된 사람처럼 무빙워크에서 나는 멍 때리고 있고, 끝이 보이지만 뒤돌아서 갈 수도 .. 더보기
엄마 아빠, 그런 생각해서 미안해 어버이날에는 편지를 써야 하는거야 고등학교 국어시간.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부모님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고는 했다. 그때 부모님에게 어떤 내용의 편지를 썼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희미하지만, 매일 만나는 부모님에게 편지를 쓰려니 이상하다, 이런 건 그냥 안 써도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 기억을 갖고 있으니 오늘 같은 날에는 엄마와 아빠에게 미안해 진다. 생일날에도 부모님에게 편지를 쓰고는 했다. 나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편지를 쓰고 엄마와 아빠와 함께 살았으니, 지금보다 그때 나는 더 좋은 아들이 아니었나 싶다.나도 내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며 부모됨에 대해 배워가고 있다. 그리고 부모님이 해주신 것들에 대해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나에게 화를 낼 수 있었는데도.. 더보기
2015. 우리반이 지켰으면 하는 것들 작년 3월 1일, 학급을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썼던 편지입니다. 지금 새로 만나게 될 학생들을 위해 편지를 준비하면서 다시 읽어보고 부족한 부분은 더 넣고, 다듬어 봅니다. 늘 담임을 맡고 아이들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시간은 긴장된다. 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에서 부담스럽게 느끼고, 무엇인가 도움을 줘야 한다는 점에서 걱정이 된다. “나는 준비가 되었나?” 돌아볼 수 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고, “나는 괜찮은 어른으로 아이들의 본이 될만한가?”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학급의 주인이거나 경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교무실에서 보내고, 그만큼 아이들의 속속들이 사정을 알기가 어렵다. 하지만 한 교실을 함께 쓰는 아이들의 걱정과 곤란함을 듣고 그것을 해결해주고 갈등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