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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학교라는 공간이 문제가 아니야 학교는 년중 돌아간다. 오로지 방학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학교라는 공간은 휴식에 들어간다. 사람으로 붐비지 않는다고 해서, 교직원이나 학생들이 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 알고 있지만, 방학은 쉬는 기간이었던 적이 없다. 그래도 공간은 새맞이를 한다. 부서진 팔걸이, 작은 실금, 더러워진 페이트, 낡은 창, 고장난 블라인드 등등. 사람이 사용하면 무엇이든 닳고, 누군가 챙기지 않으면 더러워 지고 위험해 진다. 학교 밖에서 목에 힘 좀 준다는 사람들은 학교가 감옥과 같은 구조라며 가끔 학교를 개조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학교를 지을 때 무슨 생각으로 네모낳게 만들었을까. 내가 학교를 다니던 때에 학교 건물은 굉장히 직관적이었다. 통로는 세 개로 중앙통로로는 학생들은 다니지 못한다. 중앙현관으로 들어가면 행.. 더보기
눈이 가끔 와야 추억이 되요 오늘 진주에 내린 눈은 얼마나 되었을까. 아침에 일어나 뉴스에서 나오는 일기예보를 보면서, 아들은 "진주에도 눈 오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기상도를 보니 진주까지 눈을 내려줄 것 같지 않았다. 잔뜩 찌푸린 하늘을 보면서 나도 '눈 올 것 아닌데, 하늘은 왜 이리 회색 빛이람.' 하고 생각했다. 한데, 눈이 오기 시작했다. 애기 손가락으로 뜯어낸 솜사탕만 할까. 제법 덩어리가 커서 떨어지기도 천천히 떨어진다. 아들은 휴대폰을 켜고 동영상을 찍는다. "여러분, 진주에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누구를 말하는 걸까?) 딸은 뭐가 기분이 안 좋은지, 눈을 즐기지도 않고 아침 밥그릇만 붙들고 뿌루퉁해 있다. 나는 혹시나 눈이 계속 오면 장 보러 가기 곤란할 것 같아서 얼른 옷을 챙겨 입고 아내가 시.. 더보기
인센셥, 마음의 씨앗, 대니얼캐너만, 4살짜리 기억 오늘 아침도 아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면서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빠랑 어린이집에 가는 게 좋아, 이모님이랑 집에 가는 게 좋아?" “아빠랑" “왜?" “몰라~" 아들은 나랑 놀다가 가끔은 내 등 뒤로 와서 나에게 기대며, “아빠, 사랑해.” 합니다. 그럼 저도 “아빠도 아들 너무너무 사랑해.”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던 듯 놀기 시작하죠. 이렇게 무심히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물론 자려고 누운 아들에게도 ‘사랑해’ 이야기 하고, 뽀뽀도 해줍니다. 우리 아들이 이런 순간들을 기억할까요? 기억 못 할 것 같습니다. 기억 못 할 게 분명합니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 저는 저의 4살 때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사실 6살 때의 일도, 7살 때의 일도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더보기
소중한 것에는 이름을.. 학생들의 편지에 답장을 하려고 편지지를 사러 갔다가, 정말 오랜만에 견출지를 샀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견출지를 사고, 갖고 있는 펜에 이름표를 붙였습니다.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크레파스, 실내화, 필통 등등에 그렇게 이름을 열심히 써붙였었는 데, 점점 제 물건이 제 것임을 표시하지 않게 되었네요. 점점 갖게 되는 물건은 많아졌으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줄었기 때문이 아닐까?비오는 날, 누군가 실수로 내 우산을 가지고 가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은, 비오는 하교길 우산은 저에게 너무나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누구의 것인지 표시라도 해두어야, 길에 떨어지더라도, 착한 사람을 만나 저에게 돌아오지 않을지요? 잃어버리더라도 다시 되찾게 되길 기다리게 되지 않을지요? 유일한 것을 찾기 힘든 대량생산, 포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