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먼북소리 모임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오늘 이야기 나눈 책은 정혜윤 PD의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이다. 정혜원 PD는 책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더 좋은 이야기가 세상에 많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마치 세상의 고수를 찾아 떠나는 것처럼 이야기를 찾아 떠나고 저자는 그런 이야기를 찾아낸다. 우연히 만나게 된 어부 이야기를 읽고는 이건 소설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이 책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결국 저자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저자의 글을 빌어, '나'를 설명할 단어를 찾아보고, 나의 삶에서 빼고 싶은 단어는 무엇인지 이야기했다. 책에 나오는 우울을 견디는 세 가지 방법처럼, 우리가 갖고 있는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우유부단한 것,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때가 많다는 이야기를 서로 했다. 책임 질 게 많고, 그건 또 얼마나 부담스러운가. 모두가 제법 쉽게 다른 사람에게 인생의 주인이 되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내 인생의 주인인 것처럼 느끼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삶에서 다양한 선택을 하는 데에는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가 이야기했다.
나는 내 삶에서 빼놓고 싶은 건 없지만, 원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 했다. 나는 젊은 사람들에게 나이 듦이 어떠한지를 보여 줄 수 있을 만한 어른이 되고 싶다. 많은 선배 교사들을 겪었지만 모범이 될 만하거나 나에게 지평이 되어 줄 만한 사람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나를 바라보는 후배 선생님들은 앞으로의 교사 생활을 어떻게 꿈꾸게 될 것인가 걱정이 된다. 나라는 사람은 보통의 인간일 가능성이 높고, 보통의 인간은 또 다른 보통의 인간으로 나이 들기가 쉽지 않은가. '나'라는 '보통의 사람'이 나이 드는 게 힘들거나 괴롭거나 슬프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면 아니 먼저 그런 삶을 산다면 내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단초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누가 세상을 움직이게 만드느냐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양보하는 사람이 세상을 돌아가게 만든다. 그 양보는 자기의 손해를 감당하는 게 아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신념에 찬 선택하는 게 양보라는 행동으로 발현된다.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 저자는 '당신 주변에 환경에 대해서 100% 책임이 있는 것처럼 행동을 해 보라'라고 했다.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 세상의 문제가 많이 줄어들 거라고 혹은 행복도가 높아질 거라고 저자가 이야기했던 것 같아. 책임을 지게 되면 그 사람은 힘을 가지게 된다. 권리도 가지게 된다. 그런 사람 덕분에 상황은 정리되고 다른 사람도 힘내서 같이 선택하거나 행동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 표지가 예뻐서 샀다는 얘기를 직장 동료에게 했더니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반응을 얻었다는 분이 있다. 나는 그런 얘기는 우리 모임에서 나 하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 옷이 예뻐서 사는 것이나 책이 예뻐서 사는 건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이후에 입을 것이냐 읽을 것이냐 차이 정도가 아닌가. 책 이야기만큼이나 아니면 책 이야기 보다 재밌는 이야기가 어디 있을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책 모임이 좋고 이게 몇 개째인가 내년에도 이 책 모임은 계속할 수 있다.
다음 책은 국가는 왜 실패 하는가로 골랐다. 세월이 하 수상하니 국가에 대해서 읽기 좋다. 다음 모임까지 한 달의 시간이 다시 생겼고 다음번 모임도 또 기대가 된다. 요즘 들어 세 명 혹은 네 명뿐인 모임이 계속되고 있지만 모임이 끝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지 않을까. 그리고 사람들과 계속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모임을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속하고 싶다.
어제까지도 피곤한 하루 하루가 계속되었는데 책 이야기를 하고 가는 오늘은 그래도 몸이 가볍다.
2024년 마지막 모임이라 각자 골라온 책을 교환했다. 내가 준비해 간 책은 내 올해의 책 "나 없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 내가 받아온 책은 "시인이기 전에 독립투사 이육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