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책모임

어떤 국가는 왜 경제적 번영에 실패할까?

타츠루 2025. 1. 17. 23:02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저녁을 굶고 책을 읽었다. 차근차근 읽었다면 분명 다 읽어낼 수 있는 분량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지 않다 보니 오늘 독서 모임인데도 책을 다 읽지 못했다. 200페이지 정도 남았는데, 그래도 한 챕터 정도 빼고는 가까스로 다 읽을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진행하는 연수만 없었으면, 연수 마치고 바로 출장을 가지 않았다면, 출장 가서 조금 더 일찍 마쳤으면... 하고 자꾸 if if if를 붙여 봐도 변명일 뿐이다. 바로 가까운 커피숍으로 가서 한 시간 40분 책을 붙잡았다. 그래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는 '왜 어떤 국가는 경제적으로 번영하지 못하는가'를 다룬 책이다. 여기서 말하는 실패는 전국가적 경제적 번영을 이루지 못한 나라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는 것이다. 초지일관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쉽다. 국가가 번영하려면, 중앙집권화를 이뤄야 하고, 포용적 경제정책을 조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창조적 파괴는 당연한 수순이며, 이 창조적 파괴의 과정을 거치고 더 포용적인 체제로의 전환을 맞이해야 성장할 수 있다. 그런 국가들의 예가 나오고, 그런 변화에 실패한 국가와 문명의 이야기가 나온다. 

앞부분은 총,균,쇠를 대표로 하는 지리 가설, 문화 가설, 무지 가설 등 국가의 번영에 대해 설명하면서 정치 체제 이외의 요인을 끌어와 설명하는 이론들이 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는지 설명한다. 이후로는 자기주장을 구체화하기 위한 사례들로 채워진다. 마야문명이나 이집트부터 최근의 중국과 북한까지 전 세계를 섭렵하고 기원전부터 명예혁명, 프랑스혁명까지 다루는 내용을 보면, 이렇게 열심히 연구하다니 대단하구나. 이 정도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이 책 속에서 국가 안의 국민의 역할은 별로 없다. 피폐한 경제와 정치 체제 때문에 고통받는 국민들은 나오지만, 저자는 '경제적 번영'을 하나의 목표로, 국가 발전의 기준으로 삼고 있어서 다양한 면모나 관점에서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루고 있지는 못하다. 

이 저자에게 물ㅇ르 질문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국가는 지속적으로 경제적 번영을 추구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국가의 경제적 번영을 위해 국민은 창조적 파괴를 견뎌야 하는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창조적 파괴 대목에서는 제레미 리프킨이 떠올랐다. 제레미 리프킨은 화석연료 사용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지지하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화석연료 기반 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도 교육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사회에서 일거리를 찾아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이행의 과정에서 일단 화석연료 기반 업계에서의 대량 해고는 뻔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창조적 파괴라면, 사람들은 그 '파괴'를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번영하고 있지만, 저자는 중국의 미래를 희망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체제의 문제에 있다. 경제 성장에서 개인의 노력이나 기술 혁신의 추동은 '안정적인 사유재산 인정'이다. 그리고 정치에 있어서도 중앙집권화도 중요하지만, 다원화도 중요하다. 하지만, 중국은 이 항목에서 높은 수준의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차라리 낙후하다고 해야 정확하지 않을까. 물론 문화 대혁명 이후, 농업부터 일부 자본주의적 성격이라 할 수 있는 사유재산의 인정 등 특징을 드러냈지만, 인권 탄압이나 감시, 다원적이라 보기는 힘든 정치체제 때문에 지속적인 발전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망해버리지도 않겠지. 전 세계가 중국의 생산과 소비에 기대고 있는 만큼 중국이 망하도록 두지도 않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좀 좋았던 부분은 역사가들의 해석 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상인, 부모, 여행가 등 다양한 개인들이 남긴 이야기를 인용했다는 점이다. 역사에 대한 서술은 다양한 주체에 의해 가능하지만, 개인들의 기록을 가져와 설명했을 때 그 생동감이 남달랐다. 그중 가장 와닿았던 것은 우즈베스탄의 한 엄마의 글이었다. 우즈베키스탄도 일부 엘리트 계층이 국민들의 수탈하는데, 그 방법은 면화 재배 및 판매였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아 목화를 딸 사람이 필요한데, 9월이 되면 전국 이백만 명 이상되는 학생들을 동원한다는 점이었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도 못하고 하루에 20에서 60킬로그램의 목화를 따야 한다. 60킬로에 0.06달러 정도의 임금을 받고, 나머지 ㄷ이익은 모두 일부 특권층에게로 돌아간다. 학교에서 공부해야 할 아이들이 어떻게 목화밭에서 착취당하고 있는지 증언하는 한 엄마의 이야기를 책에서 들을 수 있었다. 해당 내용을 가지고 fast fashion 관련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오늘 나를 포함해 4명이 모였는데, 책을 다 읽지 못한 분들이 많았다. 그래도 일단 모인 게 다행이다. 책에 대한 이야기는 좀 빨리 끝났고, 다음 달 책을 정하느라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자꾸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들어가는 책의 목록만 늘어난다. 서로 재미있어 보이는 책,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을 권하며 즐거워 했다. 시간과 돈은 한정적이고,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할 것 같은 책은 무한히 증식한다. 오로지 계속 읽어야만 격차를 줄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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