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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새해 첫날 여권 사진찍기 올해에는 여권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필요할 것 같아서 여권 사진을 찍기로 했다. 31일 연락을 드리고, 1월 1일 일요인데도, 작가님 스튜디오로 갔다. 아는 사람이라 특별히 일요일에도 작업을 해주신 게 아닌가 싶다. 아이들은 여권 갱신 기간이 5년이라 우리 아들도 다시 만들어야 하고, 딸은 여권을 만들었던 적이 없다. 온 가족의 얼굴을 작가님에게 맡기고 자세를 잡는다. 예전에는 증명사진 찍는 게 참 힘든 일이었다. 여권 사진의 경우 '웃으면 안되기' 때문에 쉬운 것일까. 어릴 때 동네 사진관에 가면, 웃으라는 사진관 아저씨에 말에 입꼬리만 올라가고는 했다. 잘 웃지 못 했던 걸까, 잘 웃지 않았던 걸까. 어제는 전혀 힘들지 않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받.. 더보기
산타의 배신 산타의 배신 크리스마스인데, 아들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 새벽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나는 늦게 일어나 아들에게 갔다. 선물 포장은 뜯겨 있는데, 아들은 기분 좋은 얼굴이 아니다. 왜 그러냐 물었더니, 아이패드 미니가 갖고 싶었다며 눈물을 흘린다. 아들이 울면, 나도 울음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나는 조심한다. 아이패드 미니가 많이 갖고 싶었구나, 선물이 다른 거라서 섭섭했구나 물으니, 아들은 이제 더 운다. 아들을 안아주며, 산타를 조금 원망한다. 산타가 두고 간 선물은 문에 걸어 쓸 수 있는 미니 농구대다. 나쁘지 않은데? 이건 내 생각이고, 아들은 생각이 다르다. 그래도, 조립해서 방 문에 걸어두니 아들은 제법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오늘 아들과 나, 딸은 여러 번 자유투 대결을 하며 놀.. 더보기
아이는 어떻게 어른들을 그렇게 빠르게 용서할 수 있나? 마음이 제자리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 화를 내고 돌아서서, 그 화가 풀리기까지 얼마나 걸리나. 누군가에게 섭섭한 마음이 있다가, 풀어지는 데 얼마나 걸리나. 화가 난 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반나절 넘게 걸린다. 섭섭한 마음이 풀어지는 데, 하루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아이들은 강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나는 아이들이 부모에게만 그러는 거라 생각했다. 빠르게 용서하고 다시 부모에게 안기는 것은 온전히 부모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를 용서한다기 보다는, 부모를 용서하지 않을 수 없는 약자라서 그런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구나 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들은 강하고, 그래서 부모를 용서할 수 있다. 엄마, 아빠에게 토라졌다가도 금새 살랑살랑 꽃처럼 웃을.. 더보기
돌봄 공개 수업과 라떼 부모가 맞벌이라서, 우리 딸은 초등학교 돌봄이 가능하다. 우리 부부야 퇴근 시간이 일정한 편이라, 우리 딸은 학교에서 돌봄 한 두 시간만 하면 된다. 그래도 싫다는 딸. 돌봄을 마치고 학원 두 군데를 가면, 아내가 퇴근하는 시간이다. 그 돌봄 교실을 학부모에게 공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돌봄교실에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딸은 톡톡블럭으로 뭘 만들어 오고는 했다. 그래서 오늘 돌봄 공개 수업에 갔다. 공개는 맞았지만 수업은 아니었다. 나는 학교 입구에서 일회용 덧신을 신고 딸의 돌봄 교실로 가서 인사했다. 내가 언제 오나 기다리며 딸은 자꾸 복도를 쳐다 봤을 것이다. 반갑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딸을 지켜본다. 한 교실에 25명 넘는 아이들이 앉아 있다. 자기의 자리에서 선생님이 나.. 더보기
스마일 키퍼 - 아들의 비폭력 대화 수업 참여 더 일찍 알게 되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것들이 있다. 나는 제법 예민한 사람이고,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분명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남들 속은 알 수 없고, 내 속은 여러번 들여다 봤으니 내 고민이 더 크게 느껴지는 면도 있으리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짐심도 중요하지만, 그 진심을 전달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그 전달의 상당부분은 언어를 통한다. 다른 사람의 말에 상처받고, 내 말로 다른 사람을 상처줄 수 있다. 비폭력 대화는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대화'를 지향한다. 그 사람이 내뱉은 말에서 숨어 있는 욕구를 찾고, 공감에 이르고, 사람은 공감 받으면 말과 행동이 바뀐다. 이게 지금까지 내가 비폭력 대화 책을 읽고 연수를 들으면서 깨달은 부분이다.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더보기
맨투맨티셔츠와 책 오랜만에 아침 뉴스를 틀었다.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언니가 입고 있던 맨투맨티셔츠. 그걸 입혀준 분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는 트위터. 그걸 보며 눈물이 나서 먹고 있던 오트밀을 삼키지 못할 뻔 했다. 정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학교에서 바쁜 하루를 보냈다. 당장 이 사태에 대해서 뭐라도 이야기 해야 하는 개 아닌가 싶은데, 그러지를 못하고, 아무 일 없는 하루를 보낸다. 늦게까지 일하고 오니, 딸의 아랫 입술이 부어 있다. 어지밤 책장애 붙어서 자다가 부딪혔다. 새벽에 한참 울다 다시 잠들었는데, 나는 새벽에 출근하며 딸의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다. 날 반겨준 딸과 잠시 알콩달콩 하다가, 딸에게 책을 읽어준다. 빨리 재워야 하지만, 그래도 놀고 싶다. 한 권을 다 읽고 났는데, “와, 아빠는 어떻게.. 더보기
가야산 독서당 정글북 체험 지난해에는 책 읽고, 체험 활동하러 자주 왔었다. 자주 왔는데도, 편도 한 시간 반은 우리 가족에게 가까운 거리는 아니라 올해에는 좀 뜸했다. 그래도 숙소예약이 선착순에서 추첨제로 바뀌면서 곧 당첨되지 않겠나 기대하면서 기다렸다. 그리고 결국 당첨되어 오늘 오게 되었다. 입실 11시, 퇴실 11시. 우리는 체크인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방은 여기와서 뽑기로 배정받는데, 우리는 8번. 다락방 공간이 되기를 고대했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아내와 아이들은 책도 보고 갖가지 체험도 한다. 우리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체험은 ‘슈링클’이다. 오븐만 있으면 가능하니, 이런 활동은 고등학생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 나는 일, 일, 일. 조용히 일할 수 있어서 진도가 제법 나갔다. 물론 내.. 더보기
염색 까짓 것 하고 싶으면 해야지. 딸은 한 세 달, 아들도 그보다 긴 시간 염색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아내는 여러가지 이유로 반대한 것 같다. 너무 눈에 띄는 외모는 좋지 않다. 염색약이 눈 건강에 안 좋다. 염색하면, 머릿결이 상한다. 등등. 내 생각은 다르기 때문에, 냄새를 맡은 아이들은 나에게 와서 자꾸 부탁을 한다. 그래 가자. 일단 내가 그렇게 허락하고 나자, 아내도 더 이상 반발(?)하지는 않았다. 해볼 수 있다면, 해보는 게 좋다. 염색 따위야 한번 하고 나면, ‘해보고 싶어’라는 마음이 적어진다. 금지된 것의 마력. 딸은 빠마를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하더니, 한번 하고 나지 그 다음에는 별 다른 말이 없다. 아들은 전체적으로 탈색, 딸은 귀밑으로 안쪽을 탈색. 이왕 하는 거, 누가봐도 달라졌다는 느낌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