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설명회, 부모님과의 첫만남

2016.03.28 21:51

우리 교실


지난주 교육과정 설명회가 있었다. 교육과정에 대한 설명회이긴 하지만, 학교를 찾는 부모님들의 관심은 담임선생님을 만나보는 것. 아무래도 1학년 학부모님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편이다. 아직도 학교는 찾아오기 쉽지 않은 곳이라는 대부분 생각하고 계신 것을 보면, 앞으로도 학교가 얼마나 많이 변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담임으로, 부모님들이 가진 생각들을 듣고 싶다. 어떻게 내 아이에 대해서 아주 ‘객관적’이고 ‘냉철할’ 수 있겠냐만은 그래도 부모님이 관찰하는 학생의 모습을 듣는 것은 담임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부모님이 학생을 안내하고 양육하는 방식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다. 이 또한 학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반 학생은 총 36명. 부모님은 7분이 오셨다. 아버지는 단 한 분. 
우선 부모님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딸 자리에 가서 앉으라고 말씀드렸다. 
포스트잇을 한 장 나누어 드리고, 딸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좀 써서 책상에 붙여 놓으라고 말씀드린다. 
작은 메모이기는 하지만, 부모님에게도 우리반 학생에게도 큰 선물이 된다. 
엄마, 아빠가 학교에 찾아와 써둔 메모는 일년 동안 소중하게 책상 한 켠을 지킬 것이다. 

그리고 내가 담임으로 학급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에 대해서 말씀드린다. 아직은 만들어 가고 있는 학급문고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 창틀을 지키고 있는 작은 꽃화분에 대해서도 말씀드린다. 

학생들과의 ‘상담’은 미뤄두었다. 우선 관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작년 ‘상담’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학기초부터 너무 큰 부담을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금은 익숙해진 상태에서 이야기를 해야 그나마 나을 것 같고, 또 관찰을 통해서 알게된 것들을 확인할 수 있어야 또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이다. 그리고 ‘상담’이라고 부를 만한 ‘상담’이 되지 않는 데, ‘상담하자’ 부르는 것도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아서 미뤄뒀다. 정말 ‘상담’이라기 보다는 ‘담임선생님과의 차 한잔’ 시간으로 부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차’를 준비해야 겠다. 

벌써 3월이 지나가고 있다. 우선 학급에 벌여놓은 일들이 있는 데, 4월이 되면 그 일들이 자리 잡기를 바란다. 

매일 아침 교실에 들어가면 학생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창가를 지키고 있는 꽃화분들을 만지며 살핀다. 우리 교실에서 모두 잘 자라기를. 꽃 하나 말라가도 마음을 졸이게 된다. 학생 하나가 기분이 우울하면 더더욱 마음을 졸일 것이다. 모두 소중하게 잘 자라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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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타닥 봄오는 소리

2016.03.22 21:48




타닥타닥 봄오는 소리. 
체육관 가는 길 학생들 비 맞지 말라고 지난 겨울 새로 설치한 비, 햇볕가리개. 
봄볕 따스한 오늘 걷어가니
타닥타닥 소리가 난다. 

깊은 속까지 차가운 기운이었던 것이 
봄기운에 녹으며 몸을 좌악 펴는 듯 하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봄을 맞이한다. 

교정에 이미 목련은 피었고, 
나는 벌써 목련이 질때를 생각하며
목련의 이쁨을 충분히 감상하지 못한다. 
내일은 목련 사진을 찍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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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우리반이 지켰으면 하는 것들

2016.03.01 10:23

작년 3월 1일, 학급을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썼던 편지입니다. 지금 새로 만나게 될 학생들을 위해 편지를 준비하면서 다시 읽어보고 부족한 부분은 더 넣고, 다듬어 봅니다. 


#편지 는 갑박스러운 선물이다. 못난 글씨도 멋진 켈리그라피로 보이는 건 편지쓴 사람, 답장하는 사람 마음이 예뻐서. #학생 에게서 받은 편지, 학생에게 보내는 편지는 또 더 뜻 깊다. 잘 접어서 봉투안에 넣는다. 마음은 잘 편 채로. #letters between my #student and #me #school



늘 담임을 맡고 아이들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시간은 긴장된다. 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에서 부담스럽게 느끼고, 무엇인가 도움을 줘야 한다는 점에서 걱정이 된다. “나는 준비가 되었나?” 돌아볼 수 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고, “나는 괜찮은 어른으로 아이들의 본이 될만한가?”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학급의 주인이거나 경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교무실에서 보내고, 그만큼 아이들의 속속들이 사정을 알기가 어렵다. 하지만 한 교실을 함께 쓰는 아이들의 걱정과 곤란함을 듣고 그것을 해결해주고 갈등을 조정해줘야 하는 어른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은 나에게 기대하고, 나에게 도움을 구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실망을 하기도 할 것이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사람. 
천부인권.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 어떤 점에서 평등하냐? 우리는 스스로 한 몸을 이끌고 살아가려고 애쓰는 존재다. 왜 태어났는 지를 밝히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컵을 만든다. 물이든 커피를 담아 마시고 싶은 사람에게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도구는 ‘목적’이 먼저고, 나중에 그 ‘실제’가 있다. 컵은 ‘액체를 담는다’라는 기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엄마에게 사랑받기 위해? 아빠가 못 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산업의 역군이 되기 위해? 아니다. 우리는 그냥 태어났다. 엄마 아빠의 보물로.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태어난 목적은 아니다. 우리 삶의 목적은 우리가 찾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는 모두 동등하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쉬워 보이든 어려워 보이든 우리는 우리의 삶을 끌고 가는 주체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는 같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는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고, 그 속에서 또 다른 기쁨을 찾는다. 선생님이 학생에게, 학생이 선생님에게, 학생들이 서로에게 존중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거짓말 하지 않고, 속이지 않아야 한다. 솔직하되 예의 발라야 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
우리는 다른 사람의 비판에 쉽게 상처 받는다. 내가 괜찮다고 생각했었는 데, 남이 비판하면 내 선택이 실패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를 뛰어 넘을 수 있어야 한다. 조언과 비판, 비난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차디찬 비난에도 스스로를 믿고 사랑해야 한다. 나의 삶의 주인공은 나다. 고등학교를 선택하고, 대학교를 선택하고 이러한 것들도 모두 나의 선택이어야 한다. 선택한 사람이 책임을 지고, 후회도 선택한 사람이 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인생을 대신 살지 않는다. 내 선택에 영향을 주지만, 책임은 모두 나의 것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나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후 책임은 어쨌든 온전히 나의 것이다. 인생은 수만가지 요소들이 어우러지는 장터같은 곳이다. 하나의 원인(예를 들면, 서울대에 들어갔다.)이 인생의 어떤 결과를 보장(성공한 사람이 되었다.)하지 않는다. 어떤 선택을 할 때 내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늘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내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내 속으로 울려퍼지기 때문이다. 내 목소리 힘이 커지기 전에, 내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기다려주면 좋다. 조용한 곳에 혼자 앉아서 내 목소리가 떠오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하나의 질문을 두고도 내 마음이 어떤지 알 수 있다. 내 선택의 결과는 나의 몫이다. 

내 인생의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
우리는 한정된 시간을 가지고 있다.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고, 무한한 돈을 가진 사람도 없다. (물론 거의 무한하다고 할만한 돈을 가진 사람이 아주 조금 있긴 하다. 다행히 우리 주변에 그런 사람이 흔하지는 않다.) 우리는 소중한 것에 시간과 돈과 정성을 투자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선물을 한다. 그 사람과 떨어져 있어도 그 사람을 생각한다. 고등학생들 중에 ‘아직 뭘 하고 싶은 지 모르겠어요.’ 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럼 뭘 하고 싶은 지 밝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여러가지를 시도해 봐야 한다. 티비를 보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겠지만, 효과는 책을 읽는 게 더 좋을 것이다. 책으로 부족하면 우선 실행해보면 된다. 그리고 혼자 하기 힘들면 다른 친구들이나 선생님,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사람들의 만류에 두려워하지 말자. “너희들은 뭐든지 할 수 있어.” 가 어른들이 가장 쉽게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란 것을 잊지 말라. 그 말에 어른들이 책임질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찾아야 책임있는 모습이다. “저는 탤런트가 되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뭘 해야 할까요?” 는 그런 점에서 좋은 질문이 아니다. “저는 탤런트가 되고 싶은 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어요. 방학 동안 대학로 …극단에서 연극배우 체험 캠프가 있는 데, 제가 거기에 가보면 안될까요?” 라고 묻는 게 좋은 질문이다. 그리고 당장은 미래의 직업을 결정하고, 성취를 이루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지만, 직업이든 직장이든 그것을 통해서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결정해야 한다. ‘돈’이 제게 중요한 가치라면 돈을 좇아 다닐 것이고, ‘가족’이 내게 소중하다면 돈은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가족과 같이 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찾아내면 내 인생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따로 운동하는 시간을 내지 않고도 운동을 하고, 화석연료를 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전거를 타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들의 사진은 찍어서 나만 아는 블로그에 올려 둔다. 새해 들어서는 특히나 매일매일 했던 일을 기록하고, 거기서 느낀바도 기록하고 있다. 학생들을 만나면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담임 선생님은 학급의 아이들을 좋아할 필요가 있다.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함께 하는 게 즐겁기 때문이다. 이렇게 써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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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로록알밥 학교/학급경영 담임, 편지, 학교

#016 교실환경 : 묻는 말에 답하세요.

2015.11.30 11:29

2015-10-28 at 17.44.03

국민학교 다닐 때, 중학교 다닐 때, 환경미화 심사일은 아주 곤혹스러운 날이었다. 왜 그렇게 청소를 하는 지도 모르고, 마른 걸레를 들고 금속광택제를 들고 복도에 주저 앉아 난간을 닦고, 계단을 닦았다. 미쳐 머리를 자르지 못해서 학교 안에 있는 '티비보며 아이들 머리를 바리깡으로 자르는' 아저씨에게 머리를 맡기고 땜통을 얻어 오고는 했다. 손수건을 준비해야 하는 데, 준비하지 못해서 티슈를 여러개 겹쳐 흔들어 보고는 했다. (물론 이런 티슈들은 복도로 불려 나가서 좀 맞았다.)

이제 학교에는 그런 환경미화(?) 따위는 없다. 학교에는 청소만 하는 분도 계시고, 학생들은 자기 교실이나 복도 정도를 청소한다. 나는 아주 깔끔한 청소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다. 학생들의 건강을 염려해서, 청소하고 환기도 하라고 이야기 하는 편이기는 하다. 깨끗한 것도 좋지만, 교실이 좀 포근했으면 하는 게 내 생각이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일주일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교실이다.

그래서 교실에 책을 갖다뒀고, 최근에는 부모님이 선물해주신 화초도 들어와서 녹색도 더 했다. 세월호 참사 기간에는 학생들과 포스트잇으로 세월호에 대한 생각을 나누기도 했고, 그 기록은 그대로 교실벽에 남았다. 그리고 최근에 시작한 건 포스트잇벽이라고 할 만한 것이다.

남자친구를 내려주세요.

포스트잇으로 하는 활동 들에 대해서 검색을 하다가 알게된 것인데, 전지 크기 정도의 종이를 붙이고 수업을 마치고 나서나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기 전에 선생님의 질문에 답을 하고 가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싶은 것을 무엇이든 써보라고 했더니, '남자친구'라고 쓴 아이들이 꽤 있다. 그리고 1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돈을 써둔 학생들도 많다. 학교를 벗어나서 마음껏 놀려면 돈도 필요한 것이고 같이 놀 남자친구도 필요할 것이다. 내 답을 쓸 칸은 없어서 종이 아래 쪽에 칸을 하나 만들고 나도 내가 받고 싶은 선물을 썼다.

가치에 대해 말해보자.

우선 워밍업(?)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해 써봤으니 이제 곧 새로운 질문들을 할 것이다. 주로 학생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기분'이나 '가치'에 대한 것들이다. 아이들에게 소개하려고 '아름다운 가치사전'이라는 책을 샀다. 그림과 사진이 풍부하고 글자도 커서 초등학생들이 보기에 딱 좋을 만한 책이다. 우리가 소중히 생각해야 할 가치들에 대해 정의하고, 그 가치들이 행동으로 드러났을 때 어떤지 예도 들어준 책이다. 학생들에게 이를 소개하고, 자신이 실천한 바에 대해 써보라고 할 생각이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는 기회, 그게 가장 소중하다. 그리고 학생들에게서 경험을 들음으로써 학교 생활에서 보고 들은 바를 생활기록부에 작성하는 데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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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로록알밥 학교/학급경영 교실, 선물, 진주여고, 학교

#015 수능을 마친 제자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2015.11.13 00:21
2015-11-10 at 10.52.46 2

나는 첫 교사임용시험에서 떨어지고 나서, 내 친구들에게 ‘떨어졌노라.’ 연락을 했다. 그리고 아마 밥을 얻어먹었거나, 커피를 얻어마셨을 것이다.

친구는 떨어졌다는 내 연락에 좀 의아해 했다고 했다. 아니. 나를 걱정하고 있을 친구들을 생각하니, 먼저 연락하면 될 것 같았다.

나의 친구인 사람들은 내 기쁜 소식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내 슬픈 소식도, 내 절망도 탄식도 들어줄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나 떨어졌어.’ 이야기하는 게 힘들거나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또 한 해를 버티기 위해 그 친구들의 응원이 필요했다.

참 신기한 일이 아닌가. 시험만 끝나면, 수능만 끝나면, 취직만 되고 나면.. 언젠가 어떤 끝을 향해서 가는 것 같고, 그 끝이라는 언덕을 넘으면 시원한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그 내리막을 따라 천천히 걷기만 하면, 그 길옆에서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건내는 달콤한 음료를 마시며 좀 더 가면, 아주 높은 곳에 이르게 될 것 같았는 데 말이다. 삶이란 끝이 있는 여행이 아니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길이 아니고, 노력 끝에 알싸한 열매를 주는 농장이 아닌 것이었다. 오늘 해가 지고, 내일 해가 떠오르고, 내가 기뻐도, 슬퍼도 바람은 불고 비는 내리고 겨울은 온다. 나는 무엇이 되기 위해 뛰어가는 게 아니라, 내가 되기 위해 걸어간다. 남들이 정해준 가치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나의 가치를 정하고, 그에 도달하기 위해 매진한다. 성장은 아주 비밀스러운 것이라,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이만큼 자라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모두가 나를 칭찬해도 내 마음이 허전할 수도 있다.

또 한번의 수능이 끝났다. 도미노처럼 다음해의 수능은 다음해의 학생들을 향해 달려간다.

늘 그런 것처럼, 매순간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고,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지, 내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수고했어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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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로록알밥 학교 수능, 학교

#007 우리반 작은 책꽂이

2015.10.22 21:02

우리반 교실에는 작은 책꽂이가 있다. 내가 집에서 가지고 왔고, 내 책도 많이 갖다 두었다. 그리고 우리반 아이들에게도 친구들과 같이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갖고 오라고 했다. 그렇게 꽂혀 있는 책이 20권 남짓이다.

내 국민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교실 안에 여러 책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 학급문고 라는 것은 자취를 감춘 것일까? 중학교 근무하면서는 보지 못했고, 작년에 김해외국어고등학교에 근무할 때만 학교전체에서 학급문고를 조성했었다. 아이들이 책을 읽을까 어떨까 고민을 했지만, 일단 우리 교실에는 학급문고를 만들었다. 더 많은 학생들이 책을 가져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책이 늘지 않는 것을 보면. 나도 책을 더 갖다둬야 하는 데, 책에 대한 안내를 간단히 해서 몇 권은 표지를 앞으로 해서 전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수요일 7교시. 오늘은 수학경시대회와 과학경시대회(8교시)가 있는 날이다. 수학에 뜻(?)이 없는 학생들이 이미 수학문제 풀기(혹은 문제지에 이름쓰기)를 끝내고 엎드려 있거나 책을 읽고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기도 하지만, 학급에 있던 책을 보는 학생들도 몇 몇 있다. 학급에 있는 책들 중 특히 내 책들은 모두 읽은 것이고, 그 중 재미있게 읽은 것들만 갖다놨기 때문에 학생이 재미있느냐 물으면 쉽게 권해줄 수 있다.

선생님들이 읽은 책을 학급문고로 만들면 좋지 않을까? 그리고 학생들이 읽은 책으로 학급문고를 만들면 더 좋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부모님들이 읽은 책을 학급문고에 보태면 훨씬 풍요로운 학급 문고가 될 것이다. 최근 읽은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에서 봤던 아이디어처럼, 학기 초에 부모님들을 뵙게 되었을 때, 학급문고로 쓸 책을 기부해달라고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은 책 중에 하나를 고르시고, 책에 두르는 띠지를 만들어서 거기에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쓰고, 성함도 쓰고 아이 이름도 쓰고. 아이에게 권하는 책이기도 하면서 아이의 친구들에게도 권하는 책이 될테니 말이다. 책을 권하는 사람이 더 늘어나야지 싶다. 책을 권하는 사람들은 책을 분명 더 읽을 것이고, 책 권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우리 아이들이 책을 읽는 데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어떤 책을 읽느냐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책을 권하고 영향을 주는 건 한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집에서 책 몇 권을 더 가지고 학교에 갖다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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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로록알밥 학교 , 학급문고

#005 학교 가는 길

2015.10.16 21:01
2015-09-18 at 08.01.45

학생으로 3년 정도 한 학교에 등하교 하다 보면 늘상 다니는 길이라는 게 정해지고, 그 풍경도 너무나 익숙해 진다. 사계절을 세 번정도 보면, 비올 때 비가 많이 모여 떨어지는 구석이 어디인지, 가장 더운 교실은 어디인지, 가장 빨리 매점으로 가는 길은 어디인지 다 알게 된다.

교사로 일하면서 최소 3년은 한 학교에 있었다. 학생일 때처럼 매점에 뛰어 가거나, 야자 마치는 종이 치기 전에 선생님 눈을 피해 학교를 벗어나야 할 필요가 없어서 어쩌면 학교 곳곳에 대한 기억은 더 적지만, 그래도 출퇴근 길은 등하교길과 별로 다를 바 없다. 어쨌든 수업시간을 이겨내고 집에 무사히 가는 길이니까.

우리 학교에는 큰나무도 있고, 꽃나무도 있다. 이미 동백꽃도 봤고, 요즘에는 도토리 나무에 도토리가 그득하다. 도시촌놈이라 도토리 나무가 어떻게 생겼는 지도 모르지만, 오늘 선생님들이 얘기하시는 것을 듣고 퇴근길에 보니 도토리들이 정말 그득하게 맺혀 있다. 가지를 잡고 흔들면 후드득 떨어질 것처럼 많이. 뒷산을 걸으면 밤송이와 도토리 껍질들이 많은 데, 그렇게 밤과 도토리를 먹어대는 다람쥐가 청솔모가 학교 안에는 없나 보다. 있다 해도 시끌벅적한 학생들 틈에서 맘편히 도토리를 먹을 수가 있겠나. 숲을 나와 큰 모험을 떠나는 청소모가 있을리도 만무하다.

집을 나서면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타고 학교를 향한다. 네비게이션은 늘 최단거리로 안내하니, 차들이 쌩쌩다니는 고개를 넘어 시내를 지나서 학교로 가라고 한다. 그게 최단거리이긴 하지만, 그 길로 가지 않는다. 조금 더 멀지만, 논밭을 지나가는 길로 간다. 그래봐야 가는 길은 7킬로미터가 안된다. 요즘에는 자주 안개가 껴서 안개등을 켜고 천천히 가는 경우가 많다. 아주 위험할 정도는 아니라 안개가 끼면 되려 분위기가 좋다. 안개 덕분에 천천히 운전해서 갈 수 있어서 좋고. 왕복 2차로에 인도도 없는 좁은 길이고 제한속도는 60킬로미터다. 헌데 보통 차들은 80킬로까지 과속을 한다. 헌데, 인도 없는 길을 걸어서 다니는 학생이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길이라 빨리 달리는 건 위험하다. 길을 따라 가다가 한 2킬로 미터 지나면 포크레인 업체가 있다. 트럭에 포크레인을 싣고 내리고 하는 차들이 그리로 가고, 가끔 큰 포크레인도 그 정차지를 향해서 간다. 그런 차가 앞에 있으면 그 '느림'을 견디지 못하고 중앙선을 넘어 추월하는 차들이 꽤 많다. 안개가 끼지 않은 날이고, 그 포크레인이 좀 옆으로 비키거나 하면, 그리고 직진차로로 좀 길 때면 나도 추월해 가기는 하는 데, 안개 낀 날은 절대 그러지 않는다, 나는. 헌데, 안개껴도 그렇게 추월하려는 차들도 보이고, 앞이 오르막이라 반대편에서 오는 차의 유무를 알 수가 없는 데도 무리하게 추월하려는 차들이 있다. 겁없는 인간들, 무모한 인간들.

2015-09-08 at 11.37.30

학교에 다 와가면 학생들의 얼굴이 보인다. 친구와 이야기 하며 가는 아이, 휴대폰 보며 가는 아이, 엄마나 아빠차에서 내려서 서둘러 학교로 향하는 아이. 그렇게 학생들이 보이면 업무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늘 주차하는 구역에 주차를 하고 짐을 챙겨서 교무실로 향한다. 되도록 단촐하게 출퇴근하려고 애를 쓰는 데, 또 다니다 보면, 자주 쓰는 수첩, 책 두 권, 도시락, 지갑 등등 짐이 자꾸 는다. 같은 아침이라도 계절마다 그 모습이 너무 다르다. 요즘은 낮게 누운 해가 마치 노을을 그물로 던지듯 멋진 빛을 보내준다. 그 빛을 멋진 소나무들에 부딪쳐 또 더 멋진 그림자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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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로록알밥 학교 묘사, 학교

시간관리 : 시간측정하기

2013.05.06 00:00





올해 들어, 아니 4월 들어 가장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바로 가계부 작성이다. 결국 돈을 관리하기 위해서 인데, 관리하려면 내가 얼마나 가지고 있고, 보통 어떻게 사용하는 지 패턴을 파악해야 한다. 이는 시간관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최근 재미있게 보고 있는 팟캐스트인 "노트대마왕" 팟캐스트의 호스트는 수첩에 하루동안 일어난 일을 시간순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어떤 활동을 얼마나 했는 지, 어디에서 했는 지, 그리고 가능하면 누구와 관련된 일인지까지 작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이나 한달을 기준으로 결산을 해서, 자신이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는 지를 파악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파악하고 나면, 자신의 생활패턴, 시간소비 패턴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한 자료를 근거로 새로운 한 주의 계획을 세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일단 옆에 있는 Chronograph note 에 나의 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주말은 아들이 아파서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기록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 데, 그 전 3일간은 꽤 열심히 기록했다. 


자신이 사용하는 시간의 양과 업무량, 독서량 등을 파악하고 나면, 그것을 가지고 일주일의 계획을 세운다. 내가 나의 시간을 측정하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 지 궁금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일주일 혹은 하루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얼마나 수행했는 지를 기록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그 계획을 모두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런 식의 패턴이 반복되면, 결국 '적절한 계획'을 세우는 데 실패하게 되고, 이런 실패감은 생활에 대한 불만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내게 주어진 시간을 잘 사용하는 것이 나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러면서, 예전에 읽었었던 아이추판다님의 글이 생각났다. 


http://scienceon.hani.co.kr/33723



결국 다시 똑같은 결론으로 돌아오게 된다. 시간의 사용을 기록하여, 그것을 데이터로 가지고 있어야 그 데이터를 가지고 좀 더 정확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학생들에게는 이야기 해두었고, 일단 일주일 동안 학생들과 시간을 기록해보기로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준 파일입니다. [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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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로록알밥 학교/학급경영

  1. 좋은 생각인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실제로 이런 스마트폰 어플들도 있더라고요~

    라이프 로거 - 시간 관리
    http://nstore.naver.com/appstore/web/detail.nhn?productNo=541490
    스터디체커 - 공부 시간 기록 관리
    http://nstore.naver.com/appstore/web/detail.nhn?productNo=406838

  2. 감사합니다. ^^

    저도 스마트폰 어플을 사용해본 적도 있습니다.
    어제 안드로이드폰에서 보니 몇 개의 앱이 있더군요.
    단, 학생들의 경우 스마트폰 사용이 자유롭지 못해서, 일단 '글'로 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감사합니다.

Bill Gates의 조언

2013.04.26 11:00

학교 교육에 길들여져 현실에 대한 감각이 없거나, 감각을 잃은 학생들에게 전하는 Bill Gates의 충고.

적어도 10년전에 했던 말이라는 데, 얼마전 우리나라에 오면서 다시 Facebook feed에 보이더군요. 


이게 원문이지 싶습니다. 



Rule 1: Life is not fair - get used to it!

Rule 2: The world won't care about your self-esteem. The world will expect you to accomplish something BEFORE you feel good about yourself.

Rule 3: You will NOT make $60,000 a year right out of high school. You won't be a vice-president with a car phone until you earn both.

Rule 4: If you think your teacher is tough, wait till you get a boss.

Rule 5: Flipping burgers is not beneath your dignity. Your Grandparents had a different word for burger flipping - they called it opportunity.

Rule 6: If you mess up, it's not your parents' fault, so don't whine about your mistakes, learn from them.

Rule 7: Before you were born, your parents weren't as boring as they are now. They got that way from paying your bills, cleaning your clothes and listening to you talk about how cool you thought you were. So before you save the rain forest from the parasites of your
parent's generation, try delousing the closet in your own room.

Rule 8: Your school may have done away with winners and losers, but life HAS NOT. In some schools they have abolished failing grades and they'll give you as MANY TIMES as you want to get the right answer. This
doesn't bear the slightest resemblance to ANYTHING in real life.

Rule 9: Life is not divided into semesters. You don't get summers off and very few employers are interested in helping you FIND YOURSELF.  Do that on your own time.

Rule 10: Television is NOT real life. In real life people actually have to leave the coffee shop and go to jobs

Rule 11: Be nice to nerds. Chances are you'll end up working for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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