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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련/학급이야기

학교이야기 - 나는 어떤 사람인가?

올 한해를 함께 보낸, 우리 반 녀석들에게 그동안 찍어뒀던 사진을 씨디에 담아 선물했습니다. 39장을 구우려니 시간 엄청 가더군요. >.<

그리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기 전에 간단한 설문을 했습니다. 제 학급경영에 대한 짧은 평가라고 할까요. 설문의 제목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였습니다. ^-^ 그중 ‘담임선생님은 어떤 사람인 것 같습니까?’ 라는 좀 막연한 질문을 던졌는데, 이런 답들이 달렸네요. 짧은 답글들이지만,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좋은 사람
자상하다
자기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사진 찍는 거 좋아하고
수업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외국프로그램을 보여주는 사람
무서운 사람
남자
잘생긴? ^^
핸섬 가이
아주 자상한 분
아주 좋은 사람
성품이 좋은 사람
결혼 잘할 것 같은 사람
배려
두 얼굴의 선생님
편하고 친근?
영어선생님
착한 사람
모름
지금까지 남선생님들은 초딩 때 한번 이번이 두 번째인데, 개인적으로 남선생님 성격은 두 가지로 나뉜다.(자상 or 무뚝), 우리 선생님은 모두 갖추고 있다
좋은 샘
착하고 좋은 사람
수업을 재미있게 한다
학생들을 소중히 생각하시고 친절한 분이시다
좋은 사람
좋은 사람
모르겠음
좋은 사람
반 학생이랑 친한 사람
좋은 사람
친구같이 친근하고 편한 선생님
평소엔 다정한데 화났을 땐 무섭다
잘생겼는데 성격이 무서운 사람
가끔씩 칼 같은 사람
멋지고, 잘 생기고, 키 크고 매너 좋으신 분
자상하고 따뜻하시며 때론 우리를 위해 엄하게 화도 내시고 멋있으신 분이다
겉보기로는 카리스마 넘치고 터프하지만 잘생겼고 좋고 어쩌구저쩌구 맘 좋음
정이 있는 분
친밀한 것 같다


당연히 이름을 쓰게 한 설문조사라 진심을 다 쓰기 어려웠을 것 같기도 한데, 좋은 말이 그래도 많은 것 같네요. 아이들을 통해서 제가 어떻게 보였나를 알게 되니 즐겁기도 하고, 내가 쏟은 애정을 그대로 잘 느끼지 못한 아이도 있는 것 같아서 약간 아쉽습니다.

수업에 대한 평가를 질문 안에 포함시킬 걸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드네요.

아이들 앞에 서 있는 모습을 스스로 생각해 보면, 제 성격을 그대로 들어내기도 하지만, 제가 ‘참 멋지다’라고 생각했던 담임선생님의 모습을 제가 흉내 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친구 같기만 한 선생님은 학급을 이끌어가는 게 힘들어 보였고, 너무 무섭기만 한 선생님은 너무 ‘통제’만을 강조하시는 것 같았거든요. 경상도 사나이답게 무심한 듯 하면서 다정하고, 잘못된 일에는 칼같이 역정도 내는 선생님을 좋아했었는데, 그 모습의 좋은 점만 배우고, 그 분보다 더 나아져야지 생각하는데, 어렵게만 느껴지네요.

kpug에 쓴 글 -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