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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버스타기가 그렇게 힘들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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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탈 준비

금요일밤 아들과 다음날 아침에 볼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나는 쿵푸팬더, 아들은 번개맨. 나는 쿵푸팬더에서 한 발짝도 양보할 수 없었다. '더빙'을 선택한 것도 양보다. 아들을 설득(번개맨 볼거면 아빠는 안간다.;)하고 결국 쿵푸팬더 9시 30분으로 예매. 토요일에는 비가 올거라해서 좀 걱정을 했다. 반드시 버스를 타고 가야지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신의 차와 이혼하라'를 읽고서 다시금 '차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지 생각하게 되었다. 버스를 타는 것도 다양한 오염 및 손실을 발생시키지만, 자가용보다는 나으니까. 차선책으로 선택.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귀찮거나 힘들게 생각될 때가 있다. 어떤 때인가?

  • 차편을 기다리는 시간
  • 정류장까지 이동하는 시간, 걷기
  • 난폭한 운전(신호위반, 과속, 자리에 앉기 전에 출발)
  • 들고 탈 수 있는 짐의 한계(자가용을 이용하면 날씨변화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비가 온다니, 일단 가방에 우산을 챙긴다. 6살 아들과 외출하려고 해도 여전히 챙길 것들이 많다.

  • 물티슈
  • 간식
  • 장난감
  • 아들책 & 내 책
  • 지갑
  • (오늘은 우산)

그렇게 챙겨서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나에게 말하면서 아들에게도 같이 말한다. 아내는 그냥 차 타가고 가라고 했다. 그 전날 비도 많이 왔으니. (아내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그 말은 내 마음 속에서 열번도 더 메아리쳤다. 나도 차타는 게 편하다구.)

우리차가 아니라 버스를 타면 기름도 절약할 수 있고, 공해도 덜 발생해. 이렇게 걸어서 정류장까지 가면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그러면서 동네에 새로 생긴 커피숍도 기웃거리고 공터에 버려진 쓰레기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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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 타면 안해도 되는 것

차를 타지 않으면 주차를 하지 않아도 된다. 버스에서 내려 바로 극장으로 간다. 그리고 아들과 여유를 즐긴다. 9시 30분 영화인데, 집에서는 8시 30분에 출발했고, 버스는 단 20분만에 극장으로 왔다. 10분 걸어서 정류장에 갔었으니 30분이나 시간이 남았다. 눈치보며 어디에 주차해야 하나, 누가 내가 찜해둔 자리를 먼저 차지 하는 건 아닐까, 누가 내 차에 문콕을 하는 건 아닐까, 좀 놀다나가면 주차비 달래는 거 아니야(주차비가 늘 아깝다고 생각이 드는 못된 버릇) 이런 생각들로부터 자유롭다. 아들이랑 게임을 한 판하며 '버스타고 오니 좋다. 주차 안 해도 되고' 라며 나에게 말하며 아들에게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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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큰 팝콘을 시켰다. 나초는 나를 위해서. 나초는 먹다 말고 콜라랑 팝콘을 들고 상영관으로 들어간다. 가득찬 팝콘통을 들고 있는 아들은 종종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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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타며 대화한다

잭블랙의 목소리도 안젤리나 졸리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는 '더빙'버전의 쿵푸팬더였지만, 좋았다. '네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너를 뛰어넘지 못한다.'라는 대사가 오늘은 '맨날 편한 차만 타다보면, 차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로 들린다. 당연히 서점에 가서 책도 구경하고 아들에게는 책을 한권 사줬다.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지겹지만, 10분도 되지 않아 버스가 온다. 그 사이 아이들은 새로산 책을 들고 서서 펴서 읽는다. 그리고 다리가 '아프지도 않으면서' 아프다고 칭얼댄다. 생강팔던 아줌마가 의자에 앉아 좀 쉬라고 해서 그 의자에 앉아서 쉰다.

내 차를 타고 영화관에 가면 만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팝콘파는 사람, 표를 검사하는 사람. 버스를 타고 가면서 나와 아들은 버스기사님에게 인사를 했고, 서점가서 이야기 하고, 오는 길에 생강파는 할머니와 이야기했다. 버스 정류장 옆에는 붕어빵 장수가 있었고 나는 아내를 위해 사갈까말까 잠시 고민했다. 더 많이 걸으면 차를 적게 타면 우리는 분명 더 많이 대화하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나는 아들을 꼭 안고서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었다.

덧. 버스와 택시 기사님들의 안전운전을 막는 이유가 무엇일까? 기사님들의 성격이 모두 급하고, 신호따위는 우습게 보는 건 아닐텐데. 어쩐 제도나 장치가 그들은 '너무나 서두르게' 만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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