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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012 몸살기운에 시달린 박선생

주말동안 몸살 기운에 시달렸다. 앓아 누울 정도는 아니지만, 목이 아프고, 몸에 힘이 없고. 어쩌면 아프다고 생각하고 인정하는 순간 더 확실히 아프게 되는 건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되는 한주를 어떻게 시작하나 걱정이 되었다.

내가 힘이 없거나 아프다고 하면 아들은 나에게 다가와 내 옆구리든 어디든 손가락을 찔러 넣고는 주유하는 듯한 포즈를 취한다. 그리고는 '이제 충전됐어?' 묻는다. '아니.' 라고 대답할 때가 많다. 그래도 이내 '어, 이제 다 됐어.' 한다. 아들이 힘이 없을 때도 내가 충전해주고는 하는 데, 아들은 보통은 먹을 걸 줘야 해결이 된다.

오늘은 아들한테 충전도 받고 아내에게도 충전을 받고 싶은 날이었다. 그렇게 낮게깔린 먹구름처럼 몸이 축처져 있었다.

몸이 좀 피곤하면 학생들에게 더 기대를 하게 된다. 나는 몸이 안 좋은 경우 학생들에게 말하는 편이다. 그렇지 않은 때보다 내 목소리에 힘이 없어서 교실 끝까지 닿지 않을 수도 있고, 어쩜 설명이 성의없을 수도 있으니까. 아무튼 오늘은 다섯시간의 수업을 잘 끝냈다. 아이들이 도와줘서 그런 것.

학생들을 하나하나 보면, 어떤 아이일까 주말에는 무엇을 했을까 궁금할 때가 있다. 노련하고 유능한 선생님이라면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혹은 관심이 필요한 아이에게 적절한 질문과 반응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하는 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학교에 출근하면서, 학교에 출근해서, 내 기분을 학생들에게 투사하지 말아야 겠다, 학생들을 차별하지 말아야지 생각을 많이 한다. 그리고 나는 조심하는 것 중에 하나가 큰소리 치거나 화를 내지 않는 것이다. 늘 갈등에 휩싸이기는 하지만, 학생들이 수업에서 의미를 찾거나, 경청하고 알게 되는 것의 기쁨을 갖기를 바란다. 그런 마음으로 수업을 한다.

오늘 나의 수업은 어떠했나. 오늘 나는 아이들과 어떻게 대화 했나? 끝없이 묻는 질문이다.

교사의 성장은 교사의 경험과 생각에 따른다. 교과지식과 교수방법에 대한 지식은 매우 중요하지만, 학생과 교사와의 관계에 대한 관찰과 성찰은 그 둘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관계라는 것이 기술로 되는 것인가. 시간과 노력이 모두 필요한 과정이고, 상호작용이 필요한 일이다. 이것은 숫자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고, 목표로 하고 성취할 수도 없는 것이다. 학생과 배움의 과정에 함께 하는 것. 내가 가진 것은 그 자세 정도구나.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겠다. 잘 자고 나면, 그렇지 못한 때보다 웃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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