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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독서중: 정치화된 주체들

페이스북 친구로 늘 생각할 글을 보여주시는 전성원 선생님의 책을 이제서야 읽고 있다. 두꺼워서 미루고 있었는 데, 인물별로 나뉘어 있어서 되려 읽기에 편하고 진도도 잘 나간다.

p175. > 각각의 개인이 지닌 '시민적 품성civic virtue'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서로 고립되어 있다면 이들이 공동체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

>역동적인 소셜네트워커들의 출현은 대중민주주의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미디어 혁명의 한가운데에 있는 우리 세대로서는 그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SNS는 물론 현재까지 진화된 그 어떤 뉴미디어.뉴커뮤니케이션 기술 장치도 스스로 정치화된 주체들보다 전복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발췌 분은 소니워크맨을 만들어낸 '모리타 아키오' 섹션 마지막 부분이다. 일단 저자는 모리타 아키오의 소니워크맨의 성공은 개인주의화의 혁명에 기여했다고 본다. 그리고 그와 유사한 사례로 '낭독'에서 '묵독'으로의 전환, 인쇄술의 발달까지 언급해준다. (이 챆의 재미는 특히 이런 데 있다. 하나의 인물을 하나의 인물이나 시대 속에서 말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좋아하는 것으로 보이는, 혹은 - 생각하는 시대의 흐름과 관련하여 말해준다.)

아무튼 이 발췌한 부분은 이 전에 읽은 '단속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스스로 정치화된 주체들'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이렇게 스스로 정치화된 주체들의 성장 과정이란 어떤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전성원 선생님에게 배우듯 우리는 지금 SNS를 일부 배움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SNS는 정치적 공간이 된다.

퍼거슨 감독이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했다고 한다. 엊그제인가 오스트리아 출신의 한 소녀는 6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지고 있던 자신의 Instagram을 갈아 엎고, SNS는 소용없어요, 이건 현실이 아니예요,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사세요 말한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공간','의제를 던지고 사람들의 이야기의 단초라도 들어볼만한 공간'으로 SNS를 사용한다면 조금의 배움은 있지 않을지.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대부분 인스타그램을 하는 것 같다. 페이스북은 글쎄... 그 학생들이 인스타그램에서 얻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언제 인스타그램을 그만하게 될지.

다른 사람과 만날 공간, 그들과 의견을 교환할 공간. 우리 아이들은 그런 공간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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