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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외면일기

#010 단속사회. 엄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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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부재한 것은 실존적 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사적인 경험을 공적인 언어로 전환하는 관계의 부재다. 이런 관계가 부재함으로써 자신의 경험을 남도 듣고 참조하면 좋을 이야기로 만드는 능력 또한 정승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참조점이 된다는 것은 우리의 경험이 사회적 가치가 있다는 것이고 그렇게 누군가의 참조점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사회적 존재감을 획득하고 공적인 존재로 설 수 있다. 내가 참조할 그룹도 없지만 동시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참조점이 되어 조언을 줄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 결과 남는 것은 지극히 사사로운 관계 혹은 동일한 관계다.
이 책의 표지에 쓰여진 글이다. 정치적 공간이란 사적인 경험을 공적인 언어로 내어 놓은 을 수 있는 자리, 사적인 문제를 공적인 것으로 전환하여 시스템이 개입하고 해소를 위한 방안을 찾을 수 있는 자리다. 하지만, 작금의 국가는 이러한 자리를 개인으로부터 박탈하고, 개인의 문제를 개인으로 환원한다. 그 증상으로 '힐링'이 만연한다. 우리는 늘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주길 바라지만, 이것이 '거의' 독백과 다름 없을 때가 많다. 나는 그렇지 않았었나 생각해 본다. 내가 겪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공적인 차원의 것으로 생각하고, 해결을 위해 어떤 시스템에 기댈 수 있을까 고민해 본적이 있나 생각해 본다. 학생들을 교실에서 대하면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경청하고, 나는 학생들과 어떻게 관계하고 있는 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좋은 책은 나를 좌우로 흔들로, 아래위로 들었다 놓는다. 답은 주지 않고 더 많은 질문들로 분별없는 생각이 하나하나 혹은 한번에 그 질문을 마주하도록 한다.
이 책은 어떻게 정치공동체가 파괴되었고, 우리는 예의바름으로 얼마나 서로를 관리하는 지에 대해 다룬다. 질문이 없는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아무도 노동자를 꿈꾸지 않는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우리가 진짜 관계를 맺으려면, 아래 위가 없이 만나야 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끝임없이 그 다름을 생각하면서 만나야 한다. '남'이 나의 대화 상대인 '너'가 되는 관정으로 진행이 있어야 성장이 있고, 그저 누군가의 이야기를 '귀로 듣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아도 함께 대화해야 한다.
너무 많이 떠오른 질문들이 정리가 되지 않고, 그어둔 밑줄들을 다시 봐야 떠올랐던 질문들을 다시 보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이 분 덕분에 다음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 민주주의에 반하다. 하승우.
-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엄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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