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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련/학급이야기

#005 학교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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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으로 3년 정도 한 학교에 등하교 하다 보면 늘상 다니는 길이라는 게 정해지고, 그 풍경도 너무나 익숙해 진다. 사계절을 세 번정도 보면, 비올 때 비가 많이 모여 떨어지는 구석이 어디인지, 가장 더운 교실은 어디인지, 가장 빨리 매점으로 가는 길은 어디인지 다 알게 된다.

교사로 일하면서 최소 3년은 한 학교에 있었다. 학생일 때처럼 매점에 뛰어 가거나, 야자 마치는 종이 치기 전에 선생님 눈을 피해 학교를 벗어나야 할 필요가 없어서 어쩌면 학교 곳곳에 대한 기억은 더 적지만, 그래도 출퇴근 길은 등하교길과 별로 다를 바 없다. 어쨌든 수업시간을 이겨내고 집에 무사히 가는 길이니까.

우리 학교에는 큰나무도 있고, 꽃나무도 있다. 이미 동백꽃도 봤고, 요즘에는 도토리 나무에 도토리가 그득하다. 도시촌놈이라 도토리 나무가 어떻게 생겼는 지도 모르지만, 오늘 선생님들이 얘기하시는 것을 듣고 퇴근길에 보니 도토리들이 정말 그득하게 맺혀 있다. 가지를 잡고 흔들면 후드득 떨어질 것처럼 많이. 뒷산을 걸으면 밤송이와 도토리 껍질들이 많은 데, 그렇게 밤과 도토리를 먹어대는 다람쥐가 청솔모가 학교 안에는 없나 보다. 있다 해도 시끌벅적한 학생들 틈에서 맘편히 도토리를 먹을 수가 있겠나. 숲을 나와 큰 모험을 떠나는 청소모가 있을리도 만무하다.

집을 나서면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타고 학교를 향한다. 네비게이션은 늘 최단거리로 안내하니, 차들이 쌩쌩다니는 고개를 넘어 시내를 지나서 학교로 가라고 한다. 그게 최단거리이긴 하지만, 그 길로 가지 않는다. 조금 더 멀지만, 논밭을 지나가는 길로 간다. 그래봐야 가는 길은 7킬로미터가 안된다. 요즘에는 자주 안개가 껴서 안개등을 켜고 천천히 가는 경우가 많다. 아주 위험할 정도는 아니라 안개가 끼면 되려 분위기가 좋다. 안개 덕분에 천천히 운전해서 갈 수 있어서 좋고. 왕복 2차로에 인도도 없는 좁은 길이고 제한속도는 60킬로미터다. 헌데 보통 차들은 80킬로까지 과속을 한다. 헌데, 인도 없는 길을 걸어서 다니는 학생이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길이라 빨리 달리는 건 위험하다. 길을 따라 가다가 한 2킬로 미터 지나면 포크레인 업체가 있다. 트럭에 포크레인을 싣고 내리고 하는 차들이 그리로 가고, 가끔 큰 포크레인도 그 정차지를 향해서 간다. 그런 차가 앞에 있으면 그 '느림'을 견디지 못하고 중앙선을 넘어 추월하는 차들이 꽤 많다. 안개가 끼지 않은 날이고, 그 포크레인이 좀 옆으로 비키거나 하면, 그리고 직진차로로 좀 길 때면 나도 추월해 가기는 하는 데, 안개 낀 날은 절대 그러지 않는다, 나는. 헌데, 안개껴도 그렇게 추월하려는 차들도 보이고, 앞이 오르막이라 반대편에서 오는 차의 유무를 알 수가 없는 데도 무리하게 추월하려는 차들이 있다. 겁없는 인간들, 무모한 인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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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다 와가면 학생들의 얼굴이 보인다. 친구와 이야기 하며 가는 아이, 휴대폰 보며 가는 아이, 엄마나 아빠차에서 내려서 서둘러 학교로 향하는 아이. 그렇게 학생들이 보이면 업무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늘 주차하는 구역에 주차를 하고 짐을 챙겨서 교무실로 향한다. 되도록 단촐하게 출퇴근하려고 애를 쓰는 데, 또 다니다 보면, 자주 쓰는 수첩, 책 두 권, 도시락, 지갑 등등 짐이 자꾸 는다. 같은 아침이라도 계절마다 그 모습이 너무 다르다. 요즘은 낮게 누운 해가 마치 노을을 그물로 던지듯 멋진 빛을 보내준다. 그 빛을 멋진 소나무들에 부딪쳐 또 더 멋진 그림자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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